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NA Jan 14. 2022

내가 밴쿠버에서 좋아하는 것 2

처음 느낀 감동을 공유합니다.



 내가 본 밴쿠버 사람들에 대해서 더 자세히 기록해 보려고 한다.


1. 일단 그들은 아무 데나 앉아서 을 읽기도 한다.


길거리 혹은 건물 로비 바닥에 앉아서도 책을 읽는다. (책을 읽고 있는 노숙자들도 많다.) 주위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고, 주어진 시간을 읽고 싶은 책과 함께 보낸다.


 




 하루는 비가 꽤 오던 날이었다. 레인 코트를 입은 중년 여성분이 유동인구가 많은 사거리에 위치한 건물 창문틀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바닥에서 나오는 건물 조명을 책에 비추고, 쌀쌀한 날씨를 견디기 위해 한 손에는 따뜻한 커피를 들고 있었다. 그녀에게 지금 내리는 비와, 밖에서 시간을 때워야 하는 상황, 주위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어서 발걸음을 멈췄는데, 다른 사람들은 별일 아니라는 듯 각자 갈길을 가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2. 그들은 등산 가는 것을 좋아한다.


밴쿠버에서 등산은 노년층보다 2030이 더 많이 하는 활동이다. 친구들, 혹은 연인과 주말에 무엇을 할지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hiking이다. 버스를 타고 조그만 가면 아름답고 멋진 산 혹은 트래킹 코스가 있기 때문에 공휴일 혹은 주말이 되면 사람들은 레깅스에 후드 하나 걸치고 집을 나선다. 마치 동네 산책을 가는 것처럼 가볍게 물병을 하나 챙기기도 한다. 하이킹을 하는 이유는 평소에 책상에 앉아 있기만 했던 몸을 움직이기 위해서 기도 하고, 지인과 진솔한 얘기를 나누고 싶어서 이기도 하다. 산 정상을 찍는데 중점을 두기보다는 그냥 주위의 경치를 보면서 천천히 올라간다. 캐나다에서 야외음주는 불법이기 때문에 중간에 술판을 벌이는 사람들도 없고,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 쓰레기가 곳곳에 버려져 있지도 않다. 강아지와 함께 나온 온 가족 혹은 손을 꼭 잡고 걷는 노부부와 함께 걷다 보면 나도 그 사람들도 이 땅에 같이 살면서 자연을 공존하는 느낌이 든다.


 



 밴쿠버 생활 3년 차에 나는 Arterix 등산화를 샀다. (Arterix는 룰루레몬과 마찬가지로 밴쿠버에서 시작한 프리미엄 등산 브랜드로 신발, 옷, 배낭 등으로 제품군이 다양하다.) 일상이 되어버린 하이킹을 조금 더 안전하고 재미있게 즐겨보고 싶은 마음에서이다.    


 



 3. 그들은 다양한 수상 스포츠를 즐긴다.


바다로 둘러싸인 지리 덕이다. 패들 보드, 카약, 카누, 수상 스키, 수상 자전거, 요트 등을 렌탈 해주는 샵들이 바다 근처에 꼭 있다. 대여를 하지 않고 직접 개인 장비를 구비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패들 보드만 하더라도 대여를 3번 하는 가격이면 구매가 가능한 데다 판매 샵들도 도심에 있다. 그랜빌 아일랜드, 키칠라노 비치, 딥 코브, 디어 레이크 등 유명 관광지가 아닌 사는 곳 근처의 호수에서도 날이 풀리면 수상 레저를 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퇴근시간이 되면 화장실에서 속옷을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바로 비치로 향한다. 다운타운에서는 걸어서 혹은 버스로 30분이면 비치에 갈 수 있다. 패들 보드를 빌려 한두 시간 정도 햇살을 즐긴 다음 근처 펍으로 간다. 야외 테이블에서 옷을 말리면서 감자튀김, 맥주로 저녁을 먹는다. 집으로 돌아가 넷플릭스를 보며 다음날 출근을 준비한다. 밴쿠버에 살면 즐길 수 있는 여름 일상이다.




물위에서 바베큐를 즐길 수 있는 BBQ BOAT도 있다




4. 도심 속 '커뮤니티 가든'을 가꾼다.


마당이 없는 아파트에 거주하는 도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동 정원이 있다. 누구나 웹사이트에서 신청할 수 있고, 요금은 연간 멤버십 $15과 garden bed라고 불리는 18인치 크기의 박스 구매 비용 약$63이 있다. 가든 내에는 물을 쉽게 줄 수 있는 장치가 있고, 비료나 영양제, 지지대 같은 것들도 비치되어있다. 전체 가든의 관리자는 식물 관리를 도와주거나 이용자 간의 갈등을 조정해준다. 좋아하는 작물이나 식물 혹은 꽃의 씨앗을 심고, 지나가는 길에 들려 잘 자라나 확인하고, 수확의 기쁨까지 느낄 수 있는 멋진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나만의 작은 정원(또는 텃밭) 갖는 것은 집안에서 식물을 키우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 있다.





 또한 원래는 공터였던 곳이 커뮤니티 가든으로 사용되면서 불법 쓰레기 투기나 범죄의 장소로 사용될 가능성이 낮아지고, 공동체 유대감이나 대화 형성에도 기여하게 되니 지역사회 관점에서도 장점이 많은 공간 활용이다.



5. '하키'라는 가족 스포츠가 있다.


 어린아이부터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 온 가족이 하나의 스포츠로 뭉쳐지는 것이 좋다. 모든 밴쿠버 사람들이 하키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두가 하키와 관련된 경험은 있다. 어렸을 때 친구들과 같이 학교 끝나고 공을 차는 것 대신 하키 경기를 했다던가, 아버지 손을 잡고 경기장에 가서 핫초코를 마시면서 경기를 봤다던가 하는 경험이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보험 광고를 보면 캐네디언의 일생을 보여줄 때 태어나서 학교에 가고, 하키 경기를 하고,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는 스토리가 나온다. 하키는 캐나다 전역에서 인기 있는 스포츠이지만 밴쿠버와 특히 연관이 많이 되는 이유는 캐나다 역사상 2번 있었던 하키 폭동 사건이 밴쿠버에서 발생했다는 사실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다. 사실 밴쿠버 하키팀 Canucks(캐넉스)는 성적이 좋은 팀은 아니다. 하지만 이 팀에 속한 선수들은 연예인만큼 인기가 많다. 커피숍 팀홀튼에서 매년 하키 선수카드 이벤트를 할 때도 캐넉스 선수들 카드가 제일 귀하다.



하키 경기중인 아이들
캐넉스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




아이스하키 경기가 있는 날에는 곳곳에 하키복 상의를 입고 출근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마치 잠실역에 내리면 볼 수 있는 야구 복장을 입은 사람들이 도심 전체에 퍼져 있는 느낌이다. 라디오에서는 하루 종일 하키 경기에 관한 내용이, 맥도널드에서는 game day 이벤트가, 스포츠 펍에는 맥주를 마시며 팀을 응원한 사람들이 넘쳐나니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관심이 생기게 되는 스포츠임이 분명하다. 하나의 스포츠가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문화가 되어 대를 이어 사랑받는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도심을 포함한 밴쿠버 전역에서 볼 수 있는 Canada Goose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밴쿠버에서 좋아하는 것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