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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A Oct 12. 2017

갓 구운 토스트랑 먹는 와인

같은 느낌이 나는 글을 쓰고 싶어.





내가 글이 쓰고 싶어 질 때는 말이야.

일상적인 순간들에 대해 문득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을 때야.

한 가지를 생각하면 머릿속에 있던 여러 가지 생각들이 갑자기 모여들어서 어느새 하나의 편을 구성해가.



부족한 내가 글을 쓴다는 것이 아직 조금 부끄럽지만,

'그때'의 생각을 정리해서 남겨 놓는 것은 미래의 나를 위해 좋은 일이겠다는 생각이 들어.



사실 글을 쓸 때는 요새 유일하게 내가 머리를 쓰는 때인 것 같아.

몸을 움직이는 일을 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서 지내다 보니 딱히 머리를 쓸 일이 없어지더라고.

무언가에 집중하는 것은 존재감이 강하게 느껴지는 멋있는 일인데,

그런 게 없어지는 게 조금 슬프기도 해.



그래서 내가 어떤 글을 쓰고 싶은 걸까 곰곰이 생각해봤어.

분야도 주제도 아직 정할 순 없어서 느낌을 정의해봤어.

살아가면서 겪은 다양한 '일'에 대해서 쓰더라도 모든 글이 비슷한 느낌이 났으면 좋겠어.


그게 어떤 느낌이냐면,

갓 구운 토스트랑 먹는 와인 같은 느낌이야.








빵을 갓 구우면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나면서 코끝으로 고소한 냄새가 들어오잖아.

노릇노릇한 색의 그것을 손으로 찢으면 바삭한 소리를 내면서 부드럽게 결이 갈라지고,

지금 이 순간 내가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잖아.

고작 빵 하나에 말이야.








그러니까 배가 고픈 어느 날 빵집에 들러 아침에 나온 식빵을 하나 사는 거야.

슥삭 슥삭 소리를 내며 적당한 크기로 썰면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기 시작해.

그 빵을 토스트기에 넣고,

적당한 온도와 시간을 조절하는데 온 신경을 다 쏟는 거야.

'띵'소리가 날 때까지 말이야.









빵이 나오면 먼저 살짝 눈을 감고 냄새를 맡아.

갓 구운 빵 냄새는 정말 환상적이니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질 때쯤 손으로 빵을 잡고 반을 찢는 거야.

부드러운 결을 보이며 하얀 속살이 보이면 침을 한번 꿀꺽 삼켜.

이제 드디어 먹을 차례야.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지?








입이 텁텁해질 때쯤,

떫지도 달지도 않은 와인 한 모금을 곁들이는 거야.

어떤 특별한 날 저녁 식사에 마시는 와인이 아니라,

혹은 술을 마시고 싶어서 병을 따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음식이랑 같이 먹는 음료로 곁들이는 거지.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빵에다 와인을 같이 마시면 진짜 맛있거든.



 읽으면 이런 느낌이 나는

글을 쓰고 싶어.

언젠가는,










2017년 어느 여름날에,

한국에서,



#88브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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