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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A Nov 06. 2017

도시의 밤

이 밤이 끝나기 전에.


하나의 인연이 끝났다.


아니 인연이 아니라 관계가 끝난 걸 수도 있다.



눈물 콧물 섞인 목소리로 '잘 지내는지 연락해도 돼?'라고 묻는 마지막 내 질문에 그도 참았던 눈물을 터트리며 '당연하지'라고 대답했다.



이 통화를 하기까지 수없이 많은 시간을 고민했지만,

할 말은 딱 하나였다.

"우린 너무 미래가 없어."



이별의 통화는 함께한 시간에 비해 너무나 짧게 끝났다.

"하나 하고 싶은 대로 해.."



통화가 끝난 핸드폰을 멍하니 쥐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유튜브를 켜서 제일 좋아하는 뮤지션인 마이큐의 음악을 틀었다.



요새 매일 들으면서 흥얼거리던 노래는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진 감정을 표현하던 '며칠째'였는데,

눈에 들어오는 노래는 '끝인가 봐요' , '우리 헤어진 건가요'였다.





이 곳에서 처음 그와 떨어져 그를 그리워할 때처럼

눈물이 뚝뚝 흘렀다.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 나가서 찬바람이라도 쐴까 하다가 그냥 침대에 올랐다.



예상은 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새벽에 잠이 깼다.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으면 항상 잠을 제대로 들지 못한다.

이런 날은 아직 잠자리에 들지 않은 그에게 연락을 해서 

"괜찮아"라는 말을 듣고 다시 잠을 청하고는 했는데, 

그는 아직 깨어있을 텐데 연락을 할 수가 없다.



지금쯤 퇴근은 했는지,

저녁은 먹었는지,

괜찮은지,

궁금한 게 많은 데 더 이상 물어볼 수가 없다.





가족보다 나를 위해주는 존재가 있다는 게 큰 위안이었다.

그는 '나는 괜찮아. 타지에서 고생하는 하나가 걱정이지.'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서 그가 빠져도 달라질 게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 모든 일상이 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편지로는 써줬던 거 같은데, 얼굴 보고는 고맙다는 말을 많이 못 한 거 같아 한없이 미안해진다.

못해준 마음이 매일 밤 혹은 시도 때도 없이 생각 날 것만 같다.



서로 언젠가 마지막이 올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는데,

그의 예상보다는 빨리 왔고,

내 예상보다는 늦게 왔다.



요새 많이 생각나지 않던 그의 얼굴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지고

웃는 얼굴,

함께 갔던 장소,

나에게 해줬던 행동들이 

하나하나 오래된 필름처럼 상영됐다가 다시 사라진다.



앞으로 꽤 자주 사람들 앞에서 해야 할 말을 혼자 되뇌어본다.

"우리, 헤어졌어."





밤이 너무 길다 오늘.


이 밤이 끝나기 전에 이 감정이 추스려지면 좋겠다.

아침이 돼서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면,

모든 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었으면.

나도, 그도.



BGM)

마이큐 - 이 밤이 끝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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