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화산은 건드리지 말 것
협착증 수술이 망설여질 때 - 척추, 이럴 땐 이렇게 -
-척추협착증에 예방적 수술은 없다
진행된 협착증을 방치하면 나중에 마비가 와서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되니 빨리 수술하라는 권유를 받았다고 나를 찾아오는 환자들이 많다. 이런 분들은 대개 항상 괴로운 것이 아니라 특정 동작이나 예고하지 않은 시기에 통증과 저림을 느끼다가 또 괜찮아졌다를 반복하면서 오랜 시간을 적응해 왔다. 괴로운 시기에는 수술을 생각하다가 또 저절로 경감되면 수술 생각이 없어진다. 이러한 만성적이고 오락가락하는 증상에 미래에 마비를 예방하기 위해서 수술을 서둘러야 할까?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척추에서는 예방적 수술은 없다. 진행된 척추협착증의 경우에도 증상이 없거나 견딜만하면 수술을 권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를 휴화산에 비유할 수 있다.
-망설여질 때 기준
우리의 인생은 길다. 긴 인생을 살아내고 뒤를 돌아봤을 때 항상 괴로움에 살면서 협착증 증상을 견뎌냈다면 얼마나 시간이 아까운가? 나의 증상을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자.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 와 MRI를 찍고 진찰을 한 결과 척추관 협착증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었다. 그것도 초기가 아닌 많이 진행된 상태란다. 과연 수술을 할 것인가, 다른 방법은 없는가 많은 생각이 들 것이다. 중증으로 진행된 협착증은 이론적으로 수술 말고는 해결할 방법이 없다. 그러나 수술의 적응증은 MRI 나 CT에서 보이는 영상으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영상의학적인 소견과 임상적인 증상이 일치하는 경우에만 수술을 권장한다. 신경 길이 많이 좁아져 있어도 본인이 적응하여 생활에 큰 문제가 없다면 굳이 수술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
-활화산이냐 휴화산이냐가 중요하다
내 척추 질환이 휴화산이라면 굳이 거드리지 말길 바란다. 어쩌면 이건 의학적 근거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경험과 철학에 의거한 지극히 개인적인 권고이다.
그렇지만 현재의 내 증상이 나의 일상을 항상 침해할 정도의 문제라면 이는 협착증이 활화산이므로 조심스럽게 수술을 고려해 보자.
단, 이 결정을 함에 있어서 스스로를 속이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확실한 수술법이 있는데 단순히 수술이 두려워서 충분히 고칠 수 있는 병을 방치하고 괴로움의 길을 택한다면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인생의 낭비이다. 아주 솔직하게 자신의 상태를 받아들이자.
-성공률보다는 답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만일 수술적 치료를 권유받았다면 의사에게 물어볼 것이 있다. 부작용 확률은 얼마인지 또는 성공률이 얼마인지 묻는 것은 별로 의미 없다.
왜냐하면 아무리 적은 확률이라도 나에게 일어나면 백 프로인 것이다. 차라리 이렇게 물어보자. 답이 딱 떨어지는 수술인지 아니면 해법이 복잡하고 애매한 수술인지 말이다. 만일 해야 할 일이 확실한 수술이라면 수술을 받는 것이 좋다. 애매하고 답이 정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수고스럽지만 여러 의사를 찾아서 의견을 종합해 보자.
한 줄 요약: 냉정하게 판단해서 내 협착증이 활화산이라면 수술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