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수술, 현미경이냐 내시경이냐
표준 수술이 기본이다 - 척추, 이럴 땐 이렇게 -
내시경으로 어그로 끄는 병원들...
요즘 척추 관련 매체들을 보면 내시경 척추수술법들이 많이 회자되고 있다. 양방향 내시경이라느니 단방향 내시경이라느니... 그래서 본인들이 내시경 수술의 경험이 많은 권위자들이라고 강조한다. 물론 내시경 척추수술법이 장점이 많은 핫한 치료법인 것이 사실이다. 필자도 25년 동안 내시경 척추수술을 해오고 있는 소위 말하는 내시경의 시조새로 간주되는 사람이지만 마치 내시경이 첨단이고 기존 표준 현미경 수술은 구태의연한 치료법이라고 사람들이 오해할 까봐 걱정이다.
척추관 협착증의 표준 수술법
엄밀히 말해 현재 척추관 협착증의 표준 수술법은 미세현미경 수술이다. 환자들에게 가장 믿을 수 있고 안전한 수술방법이라는 것이다. 이것을 간과하면 안 될 것이다. 적절하게 확대된 3차원 입체 영상을 보면서 양손으로 섬세하게 환부를 박리하고 감압하고 꿰매는 등의 조작을 완벽하게 할 수 있는 정밀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구식 수술법이 아닌 것이다.
표준 수술이 욕먹는 경우도 있다
과거 한때 강남의 유명 척추병원에서 근무하던 시절이 있었다. 자유로운 토론과 유연한 분위기로 직장 내 분위기는 무척 좋았다. 이병원은 특히 최소침습 내시경 시술로 유명한 병원이었고, 필자도 덕분에 초창기부터 내시경 기법에 익숙할 수 있었다. 이렇게 내시경 척추 수술을 강조하는 분위기에서 시간이 지나니 생각하지 못했던 부작용이 생겼다. 내시경은 잘하는데 기본적인 표준수술을 못하는 의사들이 생긴 것이다. 내시경 수술이 모든 척추병을 치료하지는 못했으므로 표준 현미경 수술이 필요할 때 어려움을 겪는 아이러니가 생긴 것이다. 또한 더 나아가서 표준수술을 경시하는 풍조도 생겨났다. 어느 날 아침 컨퍼런스에서 한 케이스에 대해서 표준수술을 계획하는 발표가 있었다. 이때, 누군가가 왜 내시경 수술을 하지 않냐고 맹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담당의사가 당황하던 모습이 생생하다. 당시 필자는 이 모습을 보면서 아연질색했다. 표준수술법이 비난받는 문화를 보면서 주객이 전도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론과 실제의 괴리
척추관협착증이 동반된 전방전위증 환자가 있다. 신경압박이 있고 뼈가 어긋나있는 병이다. 수술을 고려하게 되었을 때 어떤 의사가 이렇게 말했다. 협착된 부분은 감압하고 약한 허리 분절은 인조 인대를 이용해서 강화시켜 주면 치료가 된다라고...
또 다른 의사는 말한다. 이미 뼈가 어긋나 있기 때문에 나사못을 이용한 유합술을 해야 한다고...
인조인대 대 나사못! 당신은 어떤 수술법을 택할 것인가? 답은 후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자의 방법은 이론적으로는 완벽하다. 현실은 어떨까? 치료 실패의 가능성이 높다. 현재 진행된 척추전방 전위증의 표준 수술법은 나사못을 이용한 골유합술이다. 우리의 상식과 현실은 괴리가 있는 것이다. 그럴듯한 치료방법보다 검증된 표준치료를 택해야 한다.
표준 수술 못하는 의사들
요즘 젊은 척추외과의사들의 관심사는 한결같이 내시경 척추수술이다. 확실히 효과가 좋고 환자들의 반응이 좋으니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이러한 트렌드가 지속되다 보니 개중에 내시경 수술만 공부하고 기본적인 수술은 잘 못하는 의사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는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고, 이에 따르는 부작용이 발생함은 물론이다. 모든 신기술은 표준 수술을 마스터한 상태에서 익히고 시행해야 한다.
표준과 신기술을 분명히 구분하자
누군가 척추질환은 내시경 수술로 모두 치료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면 일단 걸러야 한다. 물론 그것이 현실화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현재의 표준 수술은 엄연히 관혈적 현미경 수술이다. 표준 수술을 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이러한 토대 위에 신기술인 내시경 척추수술을 발전시켜 나아가야 한다. 지난하고 혹독한 검증의 과정을 거친 우에 비로소 내시경 수술도 표준 수술로 인정받게 될 것이다.
척추질환은 다양하고 그 치료법은 병의 종류와 정도에 따라 매우 다르다. 그중 척추관 협착증에 대한 치료법 또한 한 가지로 정할 수 없다. 각각의 치료법은 장단점이 있고 한계가 있다. 혼란을 피하기 위해선 현재의 표준 치료법을 인식한 상태에서 신기술의 적용을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 줄 요약: 표준 치료를 잘하는 의사가 신기술도 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