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성형술을 권유받았다면

10배 비싼 신경 주사일 수 있다 - 제다이로 살기 -

만일 당신이 허리 디스크병이나 협착증 등으로 진단받고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면, 누구나 신경성형술에 대해서 한 번쯤 들어 보았을 것이다. 과연 신경성형술이 효과가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실망스럽다. 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되었지만, 대부분의 경우 과잉치료일 때가 많다.

신경성형술이란 꼬리뼈를 통해 특수 카테터를 경막외강으로 진입시켜 신경 유착이 있는 부위를 기계적으로 박리시키고 동시에 국소 마취제와 스테로이드 등의 약물을 주입하는 대표적인 척추 시술법이다. 허리 디스크병이나 협착증의 경우에 약물투여나 신경차단술 등의 주사요법에 효과가 없을 때 다음 단계로 쓸 수 있는 비수술적인 치료이다. 이는 수많은 의학 논문들에 의해 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치료법이다. 

문제는 현실에서의 적응증에 있다. 태생적으로 남용될 소지가 다분한 시술인 것이다.

 

의사의 입장에서 보자. 

1. 시술하기가 쉽다. 처음에 배우기도 어렵지 않고 특별한 부작용도 없다. 수술 시간도 10분 이내면 끝난다. 

2. 가성비가 좋다. 간단한 시술임에 비해 재료비와 비급여 수가가 높다. 짭짤하다 (민망한 표현이지만...).

3. 어려운 수술을 피할 수 있다.

4. 효과가 없어도 환자들의 어필이 적다. 

환자의 입장에서 보자.

1.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권유해서 무서운 차에, 간단한 시술을 제시하는 의사가 있다니 솔깃한다.

2. 매스컴이나 SNS에 나온 용한 의사가 내 병을 쉽게 낫게 해 줄 것 같다. 그들은 환자들의 아픔을 공감하는 정의의 사도니까...

3. 당장 너무 아픈 급성 디스크병의 경우 비싸든 말든 빨리 치료받고 싶다.

이러한 환자의 심리와 의사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지점에서 과잉치료와 사회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초기 협착증이나 급성 디스크병은 수술이 필요치 않다. 이경우 인내심을 가지고 적절한 약물요법 및 간헐적인 주사요법, 그리고 올바른 척추관리를 한다면 대부분 잘 치료될 수 있다. 

이러한 치료를 6개월 이상 장기적으로 유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증상 호전이 없고, 영상의학 검사상 진행된 협착증이라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이때 수술이 어려운 경우도 있고 수술이 쉬운 경우도 있다. 수술이 비교적 단순하고 예후가 좋은 경우라면 믿을 수 있는 의료진에게 의뢰해서 수술을 받는 것이 좋다. 우리의 인생은 길다는 것을 인식하고 마냥 수술을 피하는 것도 좋은 삶의 방식이 아닌 것이다. 

문제는 수술이 복잡하고 까다로운 경우이다. 이 경우는 의료진과 상의하에 고식적인 치료를 하면서 경과를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고식적인 치료 중에 신경성형술이 있는 것이다. 신경성형술은 병을 완치시키는 치료가 아니다. 단지 신경 유착을 풀어주고 일시적으로 통증을 줄여주는 임시방편인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실제 임상에서 이렇게 신경성형술이 필요한 경우가 많을까? 생각보다 많지 않다. 대부분의 경증 질환에 대해서는 적절한 약물요법 및 주사치료 등으로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다. 이경우 신경성형술을 너무 과하다. 비싼 주사치료일 뿐인 경우가 많다. 10배 이상 비싼 신경주사 치료일 뿐이다.

신경성형술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바로 풍선 신경성형술이다. 풍선이 달린 카테터를 경막외로 삽입하여 해당 부위에 풍선을 부풀림으로써 신경 압박을 해결한다는 개념이다. 마치 심장 혈관이나 뇌혈관이 막혔을 때 풍선을 이용해서 혈관을 다시 뚫는 시술과 같은 개념이다. 그렇지만, 개념과 달리 척추에서는 풍선이 그리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혈관은 말랑말랑하여 풍선으로 넓히는 것이 가능하지만, 척추관이나 두꺼워진 인대는 딱딱하여 웬만한 풍선의 압력으로 펼 수가 없다. 그러므로 풍선 신경성형술도 그리 획기적인 치료법은 아닌 것이다. 관혈적 수술비보다 비싸지만 그 효과는 실망스럽게도 신경주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주사와 수술 사이에 신경성형술이 있지만, 정말 신경성형술이 치료의 답이 되는 병의 범위는 생각보다 좁다. 필자는 거의 없다고도 생각된다. 20년 이상의 경험으로 알고 있다. 

신경성형술을 권유받았을 때 환자로서 해야 할 일을 제시해 본다.

1. 약물투여와 신경차단술 주사요법을 먼저 해보는 것에 대해 문의한다.

2. 이 시술로 어느 정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문의한다. 

3. 시술의 효과가 없을 경우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면 조심하자.

4. 다른 병원에서도 의견을 물어보자.

신경성형술 등 비수술적 척추 시술법들은 대부분 효과가 입증되었다. 그렇지만 그 적응증을 잘 숙지하고 적절하게 적용되어야만 한다. 현실적으로 남용될 소지가 다분하므로, 반드시 믿을만한 병원에서 검증받고 시행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