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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용 Jun 23. 2021

척추수술을한다는 것

이길 게임을 하자 - 제다이로 살기 -

척추수술의 현실

척추수술의 결과는 어떨까?

매스컴에 나오는 것, 책에 나오는 것, 그리고 실제로 접하는 것, 모두 다르다.

매스컴에 나오는 척추수술의 결과를 보자. 주로 성공 사례를 보여준다. 다시 말해, 아주 잘된 케이스를 보여준다. 현재 기술이 여기까지 왔고, 이런 성공 사례가 있다고 한다. 그러면 시청자들은 마치 모든 유사병들도 그러한 시술 또는 수술방법으로 다 해결이 될 것 같은 환상에 빠지게 된다. 

책이나 논문에 나오는 척추수술의 결과는 어떤가? 비록 큰 수술일 지라도 합병증이나 부작용의 확률은 대개 1-5% 정도이다. 다시 말하면 100명 중 95명에서 99명은 행복해진다는 말이다. 사실 논문이나 책에 나오는 내용들은 대개 엄선된 심사자들의 검증을 거쳐서 나온 비교적 객관적인 근거가 있다. 그렇지만 이 역시 저자들의 편견이나 편집이 어느 정도 가미된 결과인 경우가 많다. 자기들이 실패한 경우를 가급적 축소시키려는 경향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지상정이다.

그렇다면, 현실세계에서의 날것의 수술 결과는 어떨까? 생각보다 낙관적이지 않다. 물론 체감 성공률은 매우 높을 수 있다. 그렇지만, 객관적인 입장에서 또는 제삼자가 평가한 경우에는 수술 성공률이 75% 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즉 4분의 1 환자들은 크고 작은 합병증에 시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어떤 경피적 시술의 경우 적응증을 넓게 잡게 될 경우 수술 성공률이 50% 남짓인 경우도 있다. 즉, 확률이 반반이라는 것이다.

 

수술의 성패를 좌우하는 2가지

어떤 경우 수술 후 행복해지고 어떤 경우 실망을 하게 될까? 

수술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들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대개 둘 중의 하나이다. 수술 기술과 환자 선정이다. 

첫 번째, 수술을 잘하는 의사와 의료진이 가장 중요하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담당 의료진의 기술과 수술 전후의 관리능력이다. 얼마나 정확히 정상조직을 잘 보전하면서 환부를 잘 치료해 내느냐가 관건이다. 수술 관련 해부학적, 기능적 지식이 정확해야 하고, 필수적인 수기를 정확히 그리고 빠르게 수행해 낼 수 있어야 한다. 충분한 연습과 경험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항상 유명한 명의를 찾는 게 아닐까?


둘째, 해당 치료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범위의 적응증이다. 적절한 환자 선택이야 말로 수술 기술보다 더욱 중요한 의료진 선택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주변에 수술을 잘 되었는 데 환자는 더 불행해지는 경우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치료법의 장단점과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는 의료진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책에만 나오는 것이 아니고 충분한 임상 경험과 환자를 위한 배려가 저변에 깔려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언제 척추수술을 하는 것이 좋을까?

척추수술이 필수인 경우와 옵션인 경우가 있다.


척추수술이 불가피한 경우

1. 진행하는 척수증으로 인해 사지 마비 또는 하지 마비가 예상되는 경우

2. 급성 마미총 증후군으로 인해 하지 마비 또는 대소변 장애가 영구적으로 남을 수 있는 경우 

3. 사고나 외상으로 인해 척수가 손상되어 영구적 장애 또는 생명이 위험할 때

이런 경우는 생사가 달린 문제이므로 그냥 가능한 한 빨리 수술해야 한다.


척추수술이 옵션인 경우

대부분의 디스크병이나 협착증 등의 퇴행성 척추질환이 여기에 해당하는데 주로 만성적인 통증 및 신경병증에 시달리는 경우이다. 오히려 이런 경우가 치료 후에 갈등이 생기거나 만족도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비수술적 치료로는 호전이 잘 안되고, 수술을 하자니 겁나고...

이경우 수술을 계획하게 되는 원칙이 있다. 

"일정기간 비수술적 치료를 적극적으로 시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증상의 호전이 없이 일상생활을 방해할 정도의 통증 또는 신경학적 증후가 있는 경우"로 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기준은 너무 광범위해서 임상에서 수술을 결정하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많다. 

바로 이지점에서 척추수술의 성패가 갈리는 것이다.


의사의 입장

의사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대개의 경우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난다. 그렇지만 열에 한두 케이스 정도는 크고 작은 문제로 시달리거나 추가 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남의 생살을 째고 칼을 대는 것은 장난이 아니다. 아무리 경험이 많은 의사라도 생각지도 못하던 합병증이 생기기도 한다. 어떤 경우일까?

1. 불가항력적인 드문 합병증: 예를 들자면 수술부위 감염증이나, 혈전증 같이 충분히 대비를 하고 정상적인 수술을 했어도 확률상 발생하는 경우

2. 수술 시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 경막 손상 또는 출혈 등 해부학적인 특징에서 비롯되는 문제들

3. 환자 선택의 문제: 여러 가지 문제로 수술의 적응증을 너무 과하게 정한 경우가 있다 (환자의 압력, 의사의 욕심, 잘못된 지식). 


환자의 입장

기본적으로 환자 및 보호자는 병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다. 어떤 치료법이 적절한지 알기도 힘들다. 이것저것 인터넷과 책을 보고 지식을 얻지만 정확한 지식이 되기 어렵다. 그러므로 전문가의 충고와 조언이 절대적이다. 근데, 척추 질환은 전문가들도 어럽다는 것이 문제이다. 명의를 찾게 되는 이유이다. 그렇지만, 필자가 단언컨대, 명의는 없다. 용한 의사도 없다. 다만, 특정 분야의 수술을 잘하는 전문의사가 있을 뿐이다. 게다가 지혜롭기까지 한...

부디, 기술도 좋고 경험도 많고 인성도 좋은 의사를 만나기를 바란다. 


현실적인 조언

그러려면 어떤 게 해야 할까? 현실적인 조언을 드리겠다. 

1. 척추에 예방적 수술은 없다. 

특수한 몇 가지 질환을 제외하고는 척추수술은 미리 하거나 나중에 나빠질 것을 우려해서 예방적으로 하지 말자. 최대한 비수술 치료로 버텨보자.

2. 이기는 게임을 하자.

성공적인 척추수술은 기술, 적응증, 시기 등 모든 것이 맞아떨어지고 성공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을 때 시행해야 한다. 수술은 이길 확률이 아주 높은 도박이다.

3. 용한 의사를 찾지 말고 내 병에 최적화되어있는 의사를 찾자. 

대형병원의 고매한 교수님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외래 상담이 수개월 또는 1년 이상 기다리는 의사를 억지로 기다리지 말고, 인터넷과 SNS 및 각종 카페 등에서 해당 병의 치료법과 그 치료를 잘하는 의사 서너 명 정도를 선정하자. 그리고 직접 만나서 얘기를 충분히 들어본 다음 결정하자. 아무리 노련하고 유능한 의사라도 자기 전문영역이 있으며 모든 수술을 다 잘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전문 영역을 판단해야 한다. 

4. 수술 결과의 책임은 결국 자신에 있다. 

척추수술은 특성상 변수가 많고 합병증이 가능성이 있다. 백명의 의사를 만나면 백가지의 처방이 있고, 수술방법도 다르다. 어떤 의사를 만나는가도 중요하지만, 그 결과에 일정 부분 책임의식을 가져야 후속치료에도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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