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장은 사교의 장이 아니다
최고 수준을 유지하기 - 제다이로 살기 -
오늘은 일종의 자기변명을 하고 싶다.
필자는 수술장에서 천사표 의사가 아니다. 욕설이나 폭행만 없을 뿐 (이건 범죄니까...) 매우 날카롭고 가차 없다. 조금의 실수도 받아들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같이 일하는 동료들도 긴장을 하게 되고 웃음기 없이 창백하게 일한다.
언뜻 보면 필자가 매우 갑질을 하는 게 아닌가 오해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생각해 보자. 수술장은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공간이다. 조금의 실수나 나태함도 허용되지 않는 곳이다. 최소한 이곳에서만은 아무리 엄격해도 지나치지 않다. 필자의 경험상 긴장의 끈을 푸는 순간 사고는 일어나게 되어있다. 항상 최선의 의료가 이루어지는 곳이어야 한다. 수술장은 사교의 장이 아니다. 물론 필자는 병원을 벗어나는 순간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그러나 수술장과 병실에서 만큼은 타협 없는 완전주의자 꼰대의 가면을 쓴다. 그래야 환자가 행복해지니까...
그래서 전공의 선생님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말을 반복적으로 한다. 수술장은 배우는 곳이 아니다. 처음이니까 서툴러도 된다고 생각하지 마라. 처음부터 잘해야 한다. 너희는 학생이 아니라 직장인이다.
또한 수술장 간호사 선생님들에게는 꼬장꼬장한 꼰대가 된다. 무균상태를 철저히 유지하자. 수술실안에서 만큼은 덧가운을 입지 말 것. 소모품이나 기구 풀 때는 오염 안되게 하자. 머리카락과 손의 위치 주의하세요. 등등...
환자를 대표적으로 책임지는 사람은 담당교수이다. 나머지 사람들은 간접적인 책임이 있을 뿐이다. 그러면 자연히 느슨하게 되고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다. 필자는 항상 그 점을 경계한다. 항상 날카롭고 단호하게 지적한다.
다시 강조하건대, 수술장은 사교의 장이 아니다. 낭만은 없다. 그렇기를 기대하는 분이 있다면 내 수술방에 들어오지 마시라. 필자의 수술실에서는 누구나 강박적으로 완벽주의를 강요당한다. CC TV 운운하는 것마저도 사치이다. 항상, 최고의 수준을 유지하는, 완벽한 수술만이 환자를 살릴 수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