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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향 Oct 03. 2016

흐르는 물처럼

  - 영주 무섬마을에서

물 위에 뜬 섬

모래가 흐르는 강

그리고

세상의 저쪽, 피안으로 향하는 듯한 무심한 다리 하나


아무 것도 없어서 좋은 곳

아무 것도 없어서 편안한 곳  


인도 여행길에 만난 분이 그러셨다.

인도를 한번 다녀온 사람은 책 한 권을 쓰고

서너번을 다녀온 사람은 글 한 편을 쓰지만

제대로 인도를 다녀본 사람은 한 줄의 글도 쓰지 못한다고...

무섬을 다녀와 그 말이 생각났다.

강물소리와

초가집과

길가 야생화들

민박집에서의 추


분명 생각도 느낌도 많은데

글로 기록하고 싶지는 않은

풍경...

늘 생각해온 한가지 -

추억은 하나의 감각으로 느끼기엔 벅차다는 것.

하룻밤을 묵은 초가, 소리채색

일흔이 넘었다는 민박집주인 화가선생님의 손길이 만들어낸 초가는

전체가 하나의 수채화같았다.

늦은밤부터 새벽녁까지 비가 뿌렸다.

앞집 할머니 초가에 덮어놓은 비닐천막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똑똑똑 후두둑 후두둑

그 소리에 밤잠을 설쳤지만

싫지 않은 이 기분은 뭐라고 해야 할까?  

뜰마루에 멍석을 깔고

모깃불을 피우고

일흔의 화가 할머니와 마주 앉아

뒷집 할머니가 구워 주셨다는 매운고추 섞인 부추전에 맥주 한 잔

자유로운 영혼으로 홀로 살아온 삶의 이야기들


삶에 지친

어느 날 갑자기

가방을 다시 꾸리게 된다면

나는,

무섬에 가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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