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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향 May 25. 2020

네잎 클로버

- 권정생 선생님, 강아지똥 그리고 십자가

자연 상태에서 네잎 클로버를 찾을 확률은 1/10000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내 눈에는 왜 이렇게 잘 보이는걸까요?


어젠

강아지똥 작가로 알려진 권정생 선생님이 사셨던 흙집을 찾아갔습니다.

지난 5월 17일이 떠나신 지 13주기가 되는 날이었습니다.



평생을 가난 속에서 순수하게 동화처럼 살다 가신 선생님..

동화나라에서,  함께 살던 뺑덕이를 어루만지고 계시네요.



"강아지똥아, 난 그만 죽는다. 부디 너는 나쁜 짓 하지 말고 착하게 살아라."

"나 같이 더러운 게 어떻게 착하게 살 수 있니?"

"아니야, 하느님은 쓸데없는 물건은 하나도 만들지 않으셨어. 도 꼭 무엇엔가 귀하게 쓰일 거야."

                        - <강아지똥> 중에서


 


오두막 흙집 마당에 토끼풀이 가득합니다.

노란 민들레도 피었습니다.

얼룩얼룩 개구리도 풀잎 위를 뛰어 다닙니다.

뺑덕이 집도 쓸쓸하게 비어 있습니다.

선생님이 계셨다면 민들레도 토끼풀도 개구리도 선생님은 다정하게 보아 주셨겠지요?


마당에서 십자가를 닮은 네잎 클로버를 만났습니다.

네잎 클로버가 생기는 이유 중에 제일 흔한 경우는, 토끼풀이 밟혀서 생장점에 상처를 입으면 그곳에서 잎이 하나 더 올라오는 것이랍니다.

단순히 흔한 세잎 가운데

흔하지 않은 네잎이라 행운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상처를 씩씩하게 이겨낸 흔적이었네요.


             - 두 해전에 우리 가족의 행복을 위해 최선생님이 선물로 보내준 네잎 클로버 100장



상처에서 새순을 뽑아 올린 네잎 클로버처럼,

그렇게 뽑아올린 푸른 잎 하나가 새생명과 사랑을 의미하는 십자가를 만들어내듯

오늘 하루도 우리는 기적같은 삶을 살아갑니다.


" 하느님은 쓸데없는 물건은 하나도 만들지 않으셨어. 도 꼭 무엇엔가 귀하게 쓰일 거야."

                                         - <강아지똥>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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