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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향 May 27. 2020

지친 그대에게

                  -  스콜 한 줄기, 마중물 한 바가지

스콜(Squall)은

열대지방에서 우기(雨期)에 하루에 한두 차례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소나기입니다.  


오늘은

우리에게도 시원한 스콜 한줄기 내려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살다 보면 그럴 때가 있지요.

오늘같이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날엔

장대비라도 한바탕 쏟아져 무더위 좀 달래 주었으면 싶고,

날씨만큼이나 고단한 일상에 지쳐 있을 때나 뜻하지 않은 오해가 생겨 답답할 때도

그 펄펄 끓는 체온을 진정시켜 줄 게릴라성 폭우 한줄기 퍼부어 주었으면 싶을 때 말입니다.

여러 해 전 여름에 라오스 루앙프라방에서 ‘꽝시폭포’를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마침 우기에 쏟아진 폭우로 폭포 물은 절정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수량(水量)이 놀라운 경지를 넘어 두려운 마음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그 앞에서 갑자기

 ‘나는 언제 저 폭포처럼 시원하게 흘러 본 적이 있었던가?

거칠 것 없고 망설일 것도 없이 저렇게 쏟아져 넘쳐본 적이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폭포는 자신만의 소리를 내며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물줄기를 쏟아내고 있었습니다.

물방울들이 공중으로 흩어져 멀리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의 몸과 마음까지 흠뻑 적셔 주었습니다.


여행 중에 만난 스콜도, 꽝시폭포의 물줄기도 제겐 큰 충격이며 감동이었습니다.

우리도 우리 인생에 그런 시원하고 화끈한 물줄기 한바탕

쏟아 부어 봐야 하지 않을까요?

주어진 일과 사랑을

열정도 애착도 없이 하루하루 그냥 시간만 흘러 보내기엔

우리의 인생이 너무 아깝지 않을까요?

남은 열정 아끼지 말고, 망설이지 말고

시원하게 한번 쏟아내어 보고 싶습니다.

너무 재지도 말고 망설이지도 말고...


세월 속에서 익을 대로 익어서

더 새로울 게 없는 옆사람에게 먼저

시원하고 화끈한 사랑 한줄기, 퍼부어 주어야겠습니다.


사람에 대한 사랑과

삶에 대한 열정은

 쓰는 만큼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여름날 펌프물처럼

애쓰는 만큼 더 시원한 물이 콸콸 샘솟는 것이니

아낄 필요가 없지요.




모두가 고립된 삶에 지쳐 있습니다.

들려오는 세상 소식이 우리를  우울하게 합니다.

바이러스의 창궐, 실업과 생활고...

우리를 힘들게 하는 소식들은

초여름 햇살 아래 빨래처럼 보송보송 말리고 싶습니다.

사람의 온기가 고픈 모두의 갈증은

스콜 한줄기 쏟아져 시원하게 해소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도 힘들다면

마중물 한 바가지 부어

펌프물이라도 시원하게 퍼 올려보고 싶습니다.

펌프의 물이 말라 펌프질이 되지 않을 때도

마중물 한 바가지면 충분하지요.


힘든 세상에

당신이 부어주는

마중물 한 바가지만큼의 사랑이 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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