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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향 Sep 30. 2016

엄마는 왜 사냐고? 그건....

    시시해 보이지만 중요한 꿈 

마흔아홉 살 아줌마의 시시해 보이지만 중요한 꿈

 


“엄마는 인생을 왜 살아?”

채원이가 다가와 불쑥 던진 말이다.


소파에 앉아 잡지를 뒤척이며 저녁 시간을 여유롭게 죽이고(?) 있는 내가 한심해 보였나 싶어 얼른 자세를 바로하고 모범답안을 찾았다.


“음…그러니까…왜 사냐면…. 그렇지, 꿈이 있으니까.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많으니까 사는 거지.”


급한 대로 답을 하긴 했지만 수습이 잘 안 된다. 아줌마들끼리 모여 앉아 수다 떨다 이런 질문이 나왔더라면


“왜 살긴, 그냥 사니까 사는 거지. 뭐 별 수 있어? 새끼들 봐서 그냥 사는 거지.”


했을 것이다. 근데 지금은 상황이 좀 다르다! 파릇파릇 자라나는 십 대 소녀의 질문이 아닌가. 그것도 제 나름 심각해 보이기까지 하다.  

“그게 뭔데? 엄마가 하고 싶은 일이?”

“많지~! 뭐냐면….”

멋진 답변을 위해 일단 보던 잡지를 덮고 머리를 굴린다.

“그래, 그렇지. 내가 하고 싶은 건 정말 중요하고 멋진 거야. 일단은 너랑 채영이 시집가서 아기 낳으면 엄마가 산후조리를 꼭 해줘야 해. 그건 엄마가 꼭 해야 하는 일이고 꼭 해보고 싶은 일이니까.”

“엄마, 장난 하지 말고.”


장난도 아니고 그냥 급조해서 해본 소리도 아니다. 시집도 가기 전에 친정엄마가 돌아가신 나는 산후에 울엄마가 끓여 주신 미역국 한 그릇도 못 얻어먹었다. 그래서 그건 정말 꼭 해보고 싶은 일이었다.


“또 있어. 아빠 흰머리 생기는 것 봤지? 아빠 머리가 온통 하얗게 되면 멋질 것 같지 않니? 은백의 머리가 아빠에게 은근 어울릴 것 같아. 그 모습도 엄마가 봐줘야 해.”

“에게게, 꿈이 너무 시시해.”

 

아니다. 이 꿈 역시 시시한 게 아니고 정말 중요한 일이다. 조상님 덕분에 흰머리가 생기지 않는 나와는 달리 남편은 흰머리가 제법 많아졌다. 이제는 한두 개 생기는 새치 수준이 아니라 뽑기도 힘들 정도의 하얀 머리카락들을 보고 있으면 젊은 시절 생각이 나서 가끔은 세월이 무상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삶을 곁에서 고스란히 지켜보며 함께 살아온 동반자로서 일흔 살의 그, 여든 살의 그의 모습도 지켜봐 주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긴다. 그것이 부부의 의리(?)가 아니겠는가, 히히.


꿈은 살아가는 이유가 되고 에너지가 된다 

 

내 꿈이 전부 시시하다며 아이는 제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그럼 이 나이에 내가 미스코리아가 되는 꿈을 꿀까, 슈퍼모델을 꿈꿀까. 물론 내게도 때깔 나는 꿈이 하나 있긴 하다. 내 아이에게 읽힐 동화 한 편 쓰는 게 서른 살 때 꿈이었는데 그 꿈이 이루어지기도 전에 아이들이 다 커버렸으니 어쩌랴. 이젠 외손주들에게 선물한 동화 한 편 쓰는 것으로 꿈을 일부 수정했다. 그것도 안 되면 증손에게라도?


아이의 뜬금없는 질문에 오랜만에 영양가 있는 생각 하나 한 것 같다. ‘왜 사는가?’ 하는 철학적인 질문과 그것의 명쾌한 모범답안 - ‘꿈이 있으니까’


사람에게 꿈은 살아가는 ‘이유’가 되고 ‘에너지’가 된다.


채원!

마흔아홉 살 엄마의 꿈과 열아홉 살 너의 꿈이 같을 순 없단다.

하지만 꿈에는 경중(輕重)도 없고 귀천(貴賤)도 없다.


지금 내가 꿈꾸는 걸 네가 공감하는 것도 이상하고 너의 꿈을 내가 품는다는 것도 이상하지. 꿈은 자신만의 것이니까.

너도 너만의 멋진 꿈을 품어보렴.

세상은 꿈꾸는 사람의 것이라잖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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