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서향의 춤추듯 살아가는 이야기
실행
신고
라이킷
49
댓글
12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서향
Jul 08. 2020
부부의 날 -부부로 산다는 것
야간수업을 마치고
지친
몸으로
집
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이의 전화를 받았다.
집 앞, 그가 가끔 가는 바(Bar)에 있으니 들러가라
는 메시지다.
코로나 여파로 조용한 실내...
일찍 도착해서 나를 기다리는 동안
인상 좋은
사장님께 무슨 부탁을 해둔 것인지
둘만의 대화가 속닥속닥 오간다.
나란히 앉은자리 앞 벽면에는
이선희의
'그중에 그대를 만나'
로 시작된
음악과 영상이
'시작되는 연인들을 위해'
를 거쳐
'아내가 돼줄래'
로 이어졌다.
이쯤에서도 눈치를 못 차리면 바보^^
그이가 사장님께
만남부터 연애, 그리고 갈등과 고비, 결혼까지 이어지는
우리의 이야기를 노래로 엮어 미리 부탁을 해둔 것
이었다.
사장님이 '기념이 될 것 같으니 가지고 가라'고 메모지를 건네주셨다.
그가 신청한 노래는
'갈등'
과
'혼자 남은 밤'
을 지나
'백 년의 약속'
을 거쳐
'고맙소'
로 끝이 났다.
지친 몸도 마음도 힐링이 되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음악과 영상, 맥주 한 잔
그리고 무엇보다 나란히 앉은
짝꿍
이 함께 있기에...
언제부터일까?
아니 어쩌면 그이는 처음부터 그랬던 것 같다.
가끔
욕심 많은 내가 무모한 도전을 하고 싶어 해도
그
길을 열어주며 늘 응원해 주던 남자
.
역마살 낀
중년의
아줌마가 인도와 몽골, 라오스, 티베트 등 오지로 향하는 배낭을 꾸릴
때마다
가는 길을 배웅해 주며
,
용감하게 그 길을 떠나는 내가
오히려 자랑스럽다고 격려해 주던 남자
.
두고 온 아이들이 걱정이 되어 전화를 하면
"여행을 갔으면
집은 잊고 그곳에 집중하라"고
꾸짖어주던
남자.
비싼 학비를 들여가며, 현실적으로는 무용(無用)이 될지도 모를 대학원 공부를 시작하는 나를
격려하고 칭찬하
며
케이크에 불을 붙여주던 남자.
(명례성지 순례길에서. 2020. 4)
부부는,
살다 보면 사랑의
붉은
색채는 점점
옅어져
긴 시간 함께해온
'
정(情)
'
으로 산다고들 한다.
어쩌면 맞는 말인 듯도 싶다.
남녀가 부부라는 이름으로 오랫동안 함께 살아가는 힘은
한순간 뜨겁게 불붙는 열정적인 사랑이라기보다는
그 사랑보다도 더 짙고 끈끈한 정이 아닐까.
삶이라는 긴 여정을 나란히 걷는
단짝
길동무
이니
함께 걷는 동안
찐
벗의
'
우정'이 생기게 되니까.
<사진 추가 : 2015년에 함께 쓴 100일 일기에서 뒤늦게 찾은 기록~^^>
당신의 노래 이벤트에 대한 고마움을 담아
나도 한 마디 건네봅니다.
'그중에 그대를 만나'
나도
'고맙소'
keyword
부부
감성에세이
좋은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