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향 Jul 08. 2020

부부의 날 -부부로 산다는 것

                     

야간수업을 마치고  

지친 몸으로 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이의 전화를 받았다.

집 앞, 그가 가끔 가는 바(Bar)에 있으니 들러가라는 메시지다.


코로나 여파로 조용한 실내...

일찍 도착해서 나를 기다리는 동안

인상 좋은 사장님께 무슨 부탁을 해둔 것인지

둘만의 대화가 속닥속닥 오간다.

나란히 앉은자리 앞 벽면에는

이선희의 '그중에 그대를 만나'로 시작된

음악과 영상이

'시작되는 연인들을 위해'를 거쳐

'아내가 돼줄래'로 이어졌다.

이쯤에서도 눈치를 못 차리면 바보^^

그이가 사장님께

만남부터 연애, 그리고 갈등과 고비, 결혼까지 이어지는

우리의 이야기를 노래로 엮어 미리 부탁을 해둔 것이었다.


사장님이 '기념이 될 것 같으니 가지고 가라'고 메모지를 건네주셨다.

그가 신청한 노래는

'갈등' '혼자 남은 밤'을 지나

'백 년의 약속'을 거쳐

'고맙소'로 끝이 났다.


지친 몸도 마음도 힐링이 되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음악과 영상, 맥주 한 잔

그리고 무엇보다 나란히 앉은 짝꿍이 함께 있기에...


언제부터일까?

아니 어쩌면 그이는 처음부터 그랬던 것 같다.

가끔 욕심 많은 내가 무모한 도전을 하고 싶어 해도

 길을 열어주며 늘 응원해 주던 남자.

역마살 낀 중년의 아줌마가 인도와 몽골, 라오스, 티베트 등 오지로 향하는 배낭을 꾸릴 때마다

가는 길을 배웅해 주며, 용감하게 그 길을 떠나는 내가 오히려 자랑스럽다고 격려해 주던 남자.

두고 온 아이들이 걱정이 되어 전화를 하면

"여행을 갔으면 집은 잊고 그곳에 집중하라"고 꾸짖어주던 남자.

비싼 학비를 들여가며, 현실적으로는 무용(無用)이 될지도 모를 대학원 공부를 시작하는 나를 격려하고 칭찬하

케이크에 불을 붙여주던 남자.


(명례성지 순례길에서. 2020. 4)


부부는,

살다 보면 사랑의 붉은 색채는 점점 옅어져

긴 시간 함께해온 '정(情)'으로 산다고들 한다.

어쩌면 맞는 말인 듯도 싶다.


남녀가 부부라는 이름으로 오랫동안 함께 살아가는 힘은

한순간 뜨겁게 불붙는 열정적인 사랑이라기보다는

그 사랑보다도 더 짙고 끈끈한 정이 아닐까.

삶이라는 긴 여정을 나란히 걷는

단짝 길동무이니

함께 걷는 동안

벗의 '우정'이 생기게 되니까.

<사진 추가 :  2015년에 함께 쓴 100일 일기에서 뒤늦게 찾은 기록~^^>



당신의 노래 이벤트에 대한 고마움을 담아

나도 한 마디 건네봅니다.


'그중에 그대를 만나'

나도

'고맙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