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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향 Jul 20. 2020

글을 쓰는 즐거움 - 공감

    -

처음 글쓰기를 시작했을 때가 생각난다.


모 제빵회사가 발행하는 소책자 독자 투고란에

짧은 글 한 편이 실려

투고료 대신 김치통을 선물도 받았다.

그때

세트로 받은 김치통 선물보다도 내 글이 활자화되어

책에 실렸다는 사실 자체로 엄청 상기되었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도 여기저기 글을 투고하고 백일장에도 나가

커피잔 세트도 받고 카펫도 받고

선풍기도 받고 텔레비전도 받고

상금으로, 혹은 투고료로 현금도 받았다.

내가 쓴 글에 대한 보상으로

무언가가 주어진다는 것이 신기하고 즐거웠다.

정식으로 등단을 하고

동인활동을 하면서부터는

독자투고나 백일장 같은 대회 출전은 자제하고

원고 청탁을 받아 글을 쓰거나

동인지에 글을  싣게 되었는데

그 역시 또 다른 즐거움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독자들의 '감'이었다.


동인지를 읽고

뒤에 적힌 연락처로 전화를 해준 독자 한분은

자신도 오랫동안 글을 써온 사람이며

내가 쓴 글과 같은 제재로 글을 써볼 생각이었다며

반가운 마음에 연락을 하게 되었노라 하셨다.

"구상했던 글은 안 써도 되겠어요. 작가님이 잘 써주셔서."

통화를 끝내며 하시는 말씀은 듣기 좋으라고 하신 과찬임이 분명했지만

젊은 작가가 듣기엔 큰 힘이 되는 말이었다.

때로는

글을 읽어보니 착한 사람일 것 같다며

어떠어떠한 일을 함께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해오기도 하고

떠나신 친정엄마가 생각나

눈물을 흘리며 글을 읽었다는 연락을 해오기도 했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나의 매거진을 구독해 주고

호응의 라이킷을 눌러 주고

따뜻한 공감 댓글까지 달아주는 독자들을 만나게 되었다.


글이라는 게 꼭 누군가가 읽어주고

공감해 주기를 바라며 쓰는 것은 아니지만

서랍 속에 꼭꼭 숨겨두는 일기와는 다른 성격의 글이라

독자들의 호응과 공감을 은근히 기대하게 된다.


문학회 활동을 할 때 선배 작가님들께서

잡지에 실리는, 감성에 호소하는 생활글에 빠지지 말고

문학성을 제대로 갖춘 수필'작품'을 계속 쓰라고 격려해 주셨었는데

사실 요즘은 조금 고민에 빠져 있다.

좀 과한 표현이긴 하지만 독자가 외면하는 글,

결국은 독자가 읽어주지 않는,

작가 혼자만의 글보다는

좀 더 가볍게 독자들에게 다가가

서로 마음을 나누며

공감하고 소통하는 글을 쓰고 싶다.


긴 시간을 우려낸 곰국도

즉석에서 뚝딱 만들어내는 햄버거도

각각의 존재 이유가 있고

적절한 효용이 있듯이

글도, 다양하게 존재할 가치는 있다.


요 근래 브런치에 글을 올릴 때에도

계속 같은 고민을 하게 된다.

에세이집 출간을 결심하고

그동안 적어둔 글들을 정리하고

방향을 잡으면서도 뭔가 딜레마에 빠진 느낌이 든다.

나의 글쓰기는

온통 안갯속

부족함투성이다.


하지만...

안갯속에서 헤매는 중에도

마음을 자꾸 이끄는 것은

공감의 즐거움이다.



한 번도 뵌 적이 없는 분들이신데

부족한 글을 매번 마음 열고 읽어주시고

정성껏 공감의 댓글을 적어 주시는 분들과의 소통!


한 귀퉁이 흠집 있는 글 씨앗이

겨우 틔운 새움에

작은 햇살 한 줌, 달콤한 이슬 한 방울 보태주시는

고마운 분들이 계신다.

서로의 독자와 작가가 되어주는 사이-

어설픈 내 글쓰기가 그래도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용기를 주시는 감사한 분들...



지난밤

한번의 색다른 경험을 하였다.

감사하게도 또 다른 공감의 자리가 열린 것 같았다.


코붱 작가님의 <글읽는 밤>에 4년 전에 쓴 글 하나가 소개되었다.

영광스럽고 감사한 일이다.

작가님의 목소리와 편집으로

고급스럽게 독자들에게 소개된 느낌이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조회수가 늘어가는 것에 관심이 쏠렸다.(^^)

30년 가까이 글을 써왔지만

지면으로, 혹은 브런치로 만나던 것과는

 다른 방법으로 독자를 만나게 되것같아

설레기도 했다.


https://youtu.be/XQCezGzEr9E


 

 https://youtu.be/ysK7_9Pbx6E

    


영상 속에서 밝혔듯이

나의 삶과 독자들의 삶에

조금이라도

상서로운[서] 향기[향]를 남길 수 있는 글을

앞으로도 쭈욱 쓰고 싶다.


아직은 한없이 부족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리라 다짐해본다.


글의 방향에 대한 요즘의 고민 역시

그 걸음을 더 단단하게 해줄 것이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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