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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향 Jul 28. 2020

비와 부침개 사이

         -  내가 술을 마시는 이유는 다  비 탓이다!   

연일 비가 내리고 있다. 

좀 개는가 싶어

하늘 한번 올려다보면 그새를 못 참고 또 쏟아낸다.

올해는 역대급이라 할 만큼 장마가 길어

더-- 지루하기만 하다.

좀 잦아지긴 했지만 코로나 시국과 연결되어

이 긴 장마가 우리를 더 지치고 우울하게 하는 것같다.  


 


비 오는 날엔  왜 부침개 생각이 날까?

누구는

빗소리가, 부침개가 기름에 익어가는 소리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라고 하고,

심지어는 두 소리의 주파수가 비슷하다는 말까지 덧붙이기도 한다.

또 누구는 과학적으로  습도가 높은  비 오는 날엔

우리 몸이 밀가루 음식을 당기기 때문이라고 하고

(그래서 비 오는 날엔 칼국수 집도 문전성시인 걸까?)

또 누구는 비 오는 날엔 외출도 못하고 바깥일도 못하니

집에서 '부침개나 구워 먹자' 한 데서 시작되었다고도 한다.


어느 설(說)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신기하게도 비 오는 날엔 부침개 생각이 난다.^^


"토도독 토도독"

긴 장마 탓(?)에 우리집 프라이팬 위에서도

연일 빗소리가 나고

그 고소한 빗소리 덕(?)에 술 한 잔이 불려 온다.


창 밖 빗소리가 

잡음도 잡념도 다 잡아주는 밤,

부침개에 막걸리 한 잔을 곁들이면

식탁을 건너 오가는 말소리까지

덩달아 구수하고 정겨워진다.

 



"나온나~."

"어딜? 비 오는데?"

"그니까 나오라고."

"비 오는데 축축하이 어델 갈라꼬?"

"그-니까 나오라고~!"


"왜 뭔 일 있나?"

"비 오잖아."

"그니까 왜 불러냈냐고? 이 찌적찌적 비 오는 날에."

"그-니까 불렀지."


"나, 원,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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