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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향 Apr 28. 2022

온새미로

       - 사해사본을 떠올리며

매일 새벽, 밀라노에서 톡으로

그날 쓸 글의 글감이 배송(?)되는데

오늘 온 글감은, 순우리말 ‘온새미로’이다.

     



요즘 대학원에서 ‘사해사본(死海寫本, 쿰란 사본)’ 공부를 하고 있다.      

1947년, 이스라엘 사해 서쪽

사라진 염소를 찾아 헤매던 목동이 

사막 언덕 동굴 속으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돌멩이 하나를 던졌다가

질그릇 깨지는 소리를 듣게 된다.

이상하게 여긴 그는 함께 가축을 돌보던 동료를 불러와

동굴 안을 살펴보게 된다.

그렇게  

몇 개의 항아리 속에서 고대 문서들이 처음 발견되면서

역사적인 사해사본 발굴이 시작되었다.



이후 11개의 동굴에서 추가 발견된 900여 편의 문서들은   

구약성서 대부분을 담고 있는

최고(最古)의 성서 사본일 뿐만 아니라

현대의 가장 위대한 고고학적 발견이라고 불릴만한 가치가 있는 귀한 문서들이었다.




파피루스나 양피(羊皮)에 한 자 한 자 기록한 귀한 사료들이

동물에 의해,

세월에 의해 뜯기고 찢겨

조각 조각난 것을 보면

안타까움과 함께

조각들을 맞춰가며 사라진 행간을 읽어내는

학자들의 끈기와 열정에

절로 경의의 마음이 생겨난다.      



오늘 글감으로 주어진 ‘온새미로’를

소리 내어 몇 번 되뇌어 보았다.

“온새미로~”

“온새미로~”


‘가르거나, 쪼개지 않고, 생김새 그대로,

자연 그대로, 언제나 변함없이’란 뜻을 가진 그 말을 보는 순간

아이러니하게도

찢기고 뜯긴 그 쿰란의 조각조각난 사본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사본이 기록된 시기로 추정되는

기원전 2세기부터 기원후 1세기 사이는

예수님이 사시던 시기다.


쿰란 광야에서 이천 년을 견뎌온 가죽 두루마리가

온새미로 보관되어 전해졌다면 

우리는 무엇을 더 알 수 있었을까?

우리에게 무엇을 더 전할 수 있었을까?

온새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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