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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향 May 12. 2022

달보드레한 물 한 모금

 - 콰지모도의 고백

글쓰기 모임 열아홉 번째 글감 - 달보드레


                

나는 흉측한 꼽추, 콰지모도. 

노트르담 대성당의 종지기

얼굴을 덮고 있는 커다란 사마귀 

애꾸눈에 귀머거리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저주받은 목숨

누가 나를 돌아볼까

야유와 조롱은 나의 일상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공연 사진, 이하 모두>



당신을 납치하려 했다는 무고로 잡혀 

쇠사슬에 묶인 내게,

채찍질과 조롱과 돌멩이로 찢긴 내게,

갈증으로 울부짖으며 

물 한 모금을 애원하는 내게

조용히 다가온 당신...

아름다운 춤추는 집시, 에스메랄다





내가 두렵지 않나요? 

손발 묶인 나에게 당신이 먹여준  

물 한 모금 

내 흉측한 입술에 닿은 

달보드레한 생명수 한 모금





누가 알까

이 벅찬 감동

난생처음 받아보는 

이 친절, 이 사랑

아, 사랑 - 

그 순간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말았어요.

감히, 감히, 당신을 사랑하게 된

나는, 나는, 괴물입니다.      





남은 내 삶 전부는 당신을 위해...

저주받은 내 삶에 생긴 

처음이자 마지막 다짐     


당신이 먹여준 물 한 모금 

내 흉측한 입술에 닿은 

달보드레한 생명수 한 모금 

       

난생처음 느껴보는 

달고 부드러운 이 느낌




* '달보드레'는 음식의 맛이 입에 달고 부드럽다는 의미의 예쁜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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