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향 May 20. 2022

산다라

 - 굳세고 꿋꿋하게


학교 화단 한쪽에 마음이 아픈 아이들이 가꾸는 꽃밭이 있다.  

봉숭아꽃 몇 송이는 하루하루 빨간 꽃망울을 다투어 터뜨리고 있고,  

내년을 기약해야 할 듯한 수선화와 딸기도 있고,   

그 옆에 루꼴라가 파릇파릇 자라고 있다.  

가을을 기다리며 얼굴을 아직 땅속에 묻고 있는 꽃무릇 옆에  

함께 가을을 기약하는 국화도 있다.      




국화는 제일 큰 키를 자랑하며 무더기로 짙푸르게 자라고 있다.  

그런데 무성한 국화들 앞에 작은 두 포기의 아기국화가 있다.  

노란 영양제를 꽂아준 그 마음을 짐작해 본다.     

 

마음이 아픈 아이들이 물을 가꾸며  자기 마음도 어루만지기를 바라며  

상담 선생님이 마련한 화단인데  아이들마다 담당하는 나무가 있다고 한다.

매일 물을 주고 눈길을 주며 정성으로 가꾸고 있다 한다.




가장 약한 국화 두 포기를 담당하는  

친구는 여러 차례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낸 아이란다.  

같은 날 심었는데도 씩씩하게 자라지 못하는

아기국화를 돌보는 아이는 어떤 생각을 할까.  

다른 꽃나무들처럼 쑥쑥 자라지 못하고 있는 국화가  

마치 자기 같다고 느껴지진 않을까.


국화를 매일 정성껏 돌보며 아이가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알게 되고  

더 굳세고 꿋꿋하게 자라기를 바라본다.  


누구보다 약하고 보잘것없다고 생각한 자신이  

돌보아 주어야 살 수 있는 생명이 있다는 사실이 

아이에게 살아갈 힘이 되어

매일 물을 주며

'나도 힘을 낼 테니 너도 씩씩하게 자라 줘.' 속삭였으면 좋겠다.





오가는 길에 마음이 쓰여 맨 앞줄 국화를 힐끔거리게 된다.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주문을 외듯 마음으로 외쳐 본다.  

‘산다라!!’  -  제발 굳세고 꿋꿋하게 잘 자라다오.


가을에 노란 국화꽃을 마주한  

아이의 미소가  

꼭 보고 싶다, 간절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