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개-착한 가면 부시기

토하듯 글쓰기

by 단정할 정


다른 친구들이 흰 우유가 싫다고 할 때
나도 흰 우유가 싫다고 말했고




못 먹는 음식이 나오면 그걸 기억해 챙겨 주는 것이 좋아 잘 먹을 수 있는 음식도 편식했다.



싫어하지도 않는 것을 싫다고 말했던 나는
정작 끔찍이 싫었던 것에 대해선 싫다고 말하지 못했다.





친한 친구를 욕하는 같은 반 친구에게 나는 걔와 친하다고 지금 너의 이야기가 나를 불편하게 한다고 말하지 못했고
초등학교 때 목을 졸랐던 사부님의 행동에도 침묵했으며
내 앞에서 가족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못 들은 척했고.
나를 낮추어 보았기에 함부로 대했던 친구들의 행동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솔직하게 말해야 하는 순간들에 눈과 귀를 막고 지나쳤다. 그 행동들은 나를 좀먹었다.




진짜 목소리는 내 안에 갇혀 나를 괴롭혔다.
착한 사람이 되기 위해 용서해서는 안될 행동들을 허락했다.





착한 척하는 가면을 벗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을 때 숨통이 트였다.




나와 내 주변에 사람을 함부로 대하도록 허락하지 마라.
불편한 지점에 대해 이야기해라
본인의 행동을 알아차릴 수 있게.






십 년도 더 넘은 과거의 순간들이 찾아와 괴롭히지 않도록.



매거진의 이전글지우개-아빠의 장점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