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하듯 글쓰기
안톤 체호프, 갈매기
안톤 체호프의 희곡에는 욕망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한다.
여배우로 성공하고 싶어 하는 니나.
어머니와 니나에게 사랑받고 자신의 글에 대해 인정받고 싶어 하는 뜨레쁠레프.
뜨레쁠레프를 짝사랑하는 마샤.
화려했던 과거의 성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여배우 아르카지나.
각 인물은 욕망을 추구하며 삶을 살아간다.
잔인하게도 욕망을 성취하기 위한 삶은
인물들에게 파괴적인 형태로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마샤라는 인물이 내게
특히 더 매력적인 모습으로 다가왔다.
메드베젠꼬: 당신은 왜 항상 검은 옷을 입고 다니죠?
마샤: 이건 내 인생의 상복이에요 난 불행해요.
스스로의 인생이 불행하다 이야기하는 마샤에게서 내면을 가득 채운 우울이라는 감정을 나의 내면에서도 발견했던 탓일까?
자신의 삶을 저주하며 행복해지길 거부하는 듯한 모습과 자신의 불행을 감정 없이 내뱉는 마샤를 보며 그 인물이 궁금해졌다.
자신의 인생을 애도하며 살아가는 마샤의 우울감.
그 속에서도 마음속 작은 희망은 품고 살아가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해지려는 노력을 하려 하지만,
행복해본 적이 없기에
익숙한 우울과,
생각처럼 움직여지지 않는 몸과 마음에 굴복해
주어진 불행에 머무르게 되는 인물.
사랑받고 싶고, 사랑이 필요해 갈구하는 마음을 애써 숨기며, 인생에서 안전한 선택들을 하며 살아가는 마샤를 보며,
우울이라는 매력적이지만 파괴적인 감정이 내게 미치는 영향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고
그 당시의 나의 선택, 앞으로의 계획들을 수정해나갈 수 있었다.
작은 행복을 미루지 않기로.
작은 몸짓에 지나지 않는다 해도 행동하겠다고.
사랑받지 못한 마음에 중심을 두는 삶보다
내가 가진 사랑을 용기 내어 표현하고 나누기로.
한때 마샤와 같은 마음을 지니며
인물에게 이입했던 나는
진심으로 그녀가 행복하길 바란다.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사람이 나타나길 기대한다.
그리고 그녀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길.
코담배와 술을 사랑한 마샤.
그녀의 삶이 행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