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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정할 정 Nov 17. 2020

지우개-알바

토하듯 글쓰기

알바




20대가 되고 부모님의 지원에서 벗어나 집에서 숙식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서는 경제적인 독립을 하게 되었다.




첫 알바는 지인 소개로 가게 된 예식장 카페였다.




처음 샷을 내리며 카페일은 안 맞는구나 생각했다.

커피 향을 싫어했기에



싫어하는 냄새를 참고 일할수 있었던 이유

하고 싶은 것에 도전하기 위해서.






21살 재즈 전문반 수업을 듣기 위해

학원 카운터에 취직하며 50% 가격만큼 근무하고

나머지 145만 원은 다른 알바를 하며 금액을 채웠다.




학원에 일찍 가서 청소하고 수업 듣고

블로그 관리, 홀 정리, 상담을 하며. 오전 오후를 학원에서 보내고,

오후 저녁시간이 되면 학원 바로 앞에 있는 카레집으로 출근했다.




평일은 이 루틴을 반복하며 돈도 벌고 원하는 춤도 배웠다.





주말에는 계속 예식장 카페에서 알바를 했다.

토요일 예식 카페가 끝나면 무용 모임에 참석했고,

일요일은 알바를 끝내고 애인을 만났다.




학원과, 알바, 무용 모임, 연애까지 정말 바빴지만 하고 싶은 것을 하며 보내 행복했던 스물한 살.




자격증을 취득하며

스물하나 알바도 끝이 났다.





22살, 집에서 버스로 25분 가야 하는 큰 카페에 취직했다.

 



2층으로 된 큰 카페였지만 적은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곳이었기에 정신없이 바빠 몸도 힘들었지만, 나와 사장님의 결이 맞지 않아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갔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왜 참고 일했지? 이해할 수 없다.



8시 오픈인 카페에 의무적으로 7:45전까지 도착 해일을 시작해야 했지만 15분에 대한 수당은 책정되지 않았다.

아침마다 15분 일찍 도착했는지 전화나 cctv로 확인하셨다.




처음 간 알바, 적응하는 기간 없이 딱 하루, 기존 일하던 분과 근무한 뒤 바로 다음 날부터 혼자 홀에서 일해야 했다.




그전에 일했던 예식장 카페와는 차원이 다른 큰 카페에서 혼자 일하는 것이 부담되었고 적응기간 짧아 실수하지 않으려 긴장도 많이 했다.

주문하기 위해 길게 늘어선 손님들을 보면 손이 떨리고 무서웠다.

레시피가 완벽하게 외워지지 않은 상태로 일하니 예민해졌고, 물류 체크를 하기 위해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서 물건을 찾느라 기존 일하시던 분에 비해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점차 시간이 지나며, 시간도 단축되었고 음료 만드는 속도도 빨라졌지만 초반에 일하는 모습이 못 미더워 보였는지 미움 털이 박혀있었다.

하지도 않은 실수에 대해 말이 나왔고 다른 아르바이트생들도 하는 실수에 대해서도 더 밉게 보셨다.





물류로 주문하면 비싸다며

일하다가 잠시 틈이 나면 3분 거리에 있는 과일가게에 가서 과일을 사 와야 했고,


시럽도 저렴한 것을 시켜 기존에 있던 본사 마크가 적힌 시럽병에 옮겨 놓아야 했다.

과정이 번거로웠지만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셨구나, 생각하며 이해했다.




하지만 이해하기 힘들었던, 추가 근무 시간 책정.



4시 퇴근이었던 나는 바쁜 가게 사정으로 인해 대부분 정시에 퇴근하지 못했다.



30분을 채워서 일하지 못하면 30분 안에 있는 수당을 챙겨주시지 않으셨다.




근무시간이 아닌 시간에 돕기 시작한 일.

최대한 빨리 돕고 퇴근하려 노력했지만

20분이 넘는 시간 돕고 있을 때 속으로 생각한다. 십분 더 일해 시간을 채우고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매장 전화로 전화가 온다 왜 퇴근하지 않냐며 빨리 퇴근하라고.

왜 항상 이십 분이 넘어서 전화가 왔을까?

그 이유에 대해 너무 잘 알아 화가 났다.






나에 대한 험담을 케이크 만드는 언니에게 하신다는 사실을 그 언니랑 친해지며 알게 되었고

사소한 부분까지 지속적으로 이야기하시는 모습에 이건 정말 아닌 거 같다며 버티지 말고 그만두라고 하셨다.





이때 내가 들었던 생각은 버티는 게 이기는 것이라는 미련한 생각 했다.





알바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참고 이를 악물고 버텼다.




나를 미워하는 사람이 월급을 주는 사람이라는 사실은 고통스러웠고

상식선에서 이해할 수 없는 근무환경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그때가 후회스럽다.





케이크를 담당하던 언니가 그만두며,

케이크 만드는 일을 새로 배워야 했다.

만들기를 도우며 문제가 발생한다.

겉모습은 같지만 서로 다르게 뿌려야 하는 케이크 토핑을 잘못 뿌리게 되었고.

그것에 대해 잘못을 인지 하지 못하고 퇴근한 뒤

뒤늦게 잘못된 토핑을 뿌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뒤늦게 사과를 드렸다.




그때 듣게 된 말

너랑 나 참 안 맞는다 그렇지?





나의 실수로 듣게 된 말에 왜 그렇게 숨이 막혔던지..

이렇게 일하다 내가 사라져 버릴 것 같이 느껴져

그만두기로 결심하고 이번 달까지만 일하겠다 말씀드렸더니 이번 주까지 일하라 하셨고, 이후 그냥 나오지 말라고 하셨다.






이때의 경험을 통해


맞지 않는 사람과 일하는 상황에서 내게 다른 선택지가 있을 때 무작정 버티는 게 정답이 아니라는 점.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주지 않는 곳에서 애쓰며 버티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




좀 더 경력이 있었다면 그 분과 잘 지낼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이해되지 않는 지점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었을 것 같다.




사장님도 나도 서로 고생 많았다.




그동안 일을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큰 카페에서 세 달 동안 받은 대우에 스스로를 비난하게 되었고 자존감도 낮아졌다.

앞으로 다른 곳에서 같은 경험을 하게 될까 두려웠다.





호사다마라고, 새로 취직한 곳에서는 좋은 사장님을 만났고, 집과 가까워 교통비도 들지 않는 곳에서 3년 가까이 좋은 사람들과 문제없이 즐겁게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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