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배우는 슬기로운 직장생활

숲에서 나오니 숲이 보였다. 포레스트 하이!

by 포레스트 하이

나는 숲해설가이다!


나는 숲해설가이다. 올해 2월 「숲연구소」의 겨울 숲 입문과정을 시작으로, 170시간에 달하는 이론수업과 실습을 마치고, 7월 산림청에서 '숲해설가' 자격증을 취득했다. 내가 숲해설가라고 하니 나무나 꽃의 이름을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숲해설가의 미션은 나무와 숲의 지혜와 생태를 이해하고 숲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그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숲해설가 전문과정」의 첫 수업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독일에는 숲 치유 전문 마을이 있고, 건강보험까지 적용된다. 의사는 공황장애, 우울증, 스트레스 등 심리적 증후 환자에게 숲에서 오롯이 일주일을 지내도록 처방한다. 그래도 차도가 없다면 비로소 치료가 시작된다. 대부분의 증세는 숲에서 머무는 것만으로도 치유된다."


무슨 말인가 하면 숲 자체가 자연치유의 힘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이다. 생각해 보니 호모 사피엔스의 역사는 기껏 십만 년 정도이고, 최초의 인류 루시까지 끌어내려봤자 수백만 년에 불과하다. 하지만 숲은 4억 5천만 년 이상 거의 영겁의 시간 동안 존재해 왔다. 숲은 신생대 이후에서 축적된 동물과 식물의 강한 생존 유전자를 온전히 보존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그것이 치유의 방식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면 억측일까?

숲 속에서 하늘을 바라본 광경, 수관회피 현상, 꼭대기의 수줍음이라고 부른다. by Pixabay


생각해 보라. 숲 - 좁게는 트레킹, 등산, 산책을 포함해도 좋다 - 을 다녀온 후의 기분 좋은 적당한 피로감을. 소나무 숲의 피톤치드의 효능이 없더라도, 신갈나무의 넉넉한 그늘이 아니라도 숲 자체의 안정된 생태계가 위안을 주는 것이다. 생명이 약동하는 봄의 숲, 성장을 다투는 여름의 숲, 번식을 마무리하는 가을의 숲 그리고 다음 봄을 위해 스스로 침잠하는 겨울의 숲, 어느 계절인들 좋지 않겠는가.


포레스트 하이! 숲의 힐링!


달리기를 오래 하면 날아갈 듯한 기분을 ‘러닝 하이’라고 하는데, 나는 숲을 거닐며 느끼게 되는 힐링의 느낌을 ‘포레스트 하이’라고 이름 지었다. 쉴 새 없이 발을 움직이다 보면 잡생각은 틈입할 겨를이 없고, 하늘의 푸르름도 알게 되고, 어쩌다 패랭이, 애기똥풀, 개망초 등 눈에 익은 풀이나, 나비, 벌, 청설모라도 만나면 기분이 더더욱 고양된다. 그러다 바위 한쪽에 앉아 한 모금의 물로 갈증을 채우면 걱정거리와 스트레스는 저 멀리 사라지고 만다.


공기업에서 만 33년 하고도 몇 주를 더 일하고 퇴직했다. 경영전략, 경영혁신, 조직관리, 코칭, 노무관리 등 심력을 투입해야 하는 일들을 담당했다. 그런 연유로 트러커, 맥도웰, 콜린스, 고노스케 등이 저술한 유수의 경영전략 및 자기계발 도서를 나의 생각인 양 차용하고 포장했던 것이 아쉽다. 물론 책과 현실은 엄연한 차이가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갈등, 미운 사람, 승진 누락, 상사의 질책 등 마음 건강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 산과 숲을 찾곤 했다. 작고 큰 봉우리를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면 어느새 구절양장과도 같던 생각도 몇 가닥 직선으로 정리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더구나 “그까짓 것 뭐, 죽고 사는 문제도 아니고 양보하면 그만인데” 하고 내려놓으면 그뿐이었다. 다음날 아무런 일이 생기지 않음은 당연했다.


우리 사회와 마찬가지로 숲도 일종의 사회적 구조와 계층을 지니고 있다. 풀, 떨기나무, 활엽수와 침엽수가 서로 경쟁한다. 나무 아래 흙속에는 수십조개의 미생물과 박테리아, 지렁이 등 원형동물 등이 공존하고 있다. 그들은 지혜롭고도 치밀하게 다른 개체들과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생태계를 유지한다. 자연 생태계의 구성원들이 경쟁과 협력을 통해 공생의 숲, 건강한 숲을 만들어 나감을 알았다.


직장인의 수명주기-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숲과 나무, 식물의 세계는 공부할수록 신비롭고 오묘했다. 그러던 중 숲을 하나의 사회로 보고, 회사생활과 같은 묶음으로 연결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은 그냥 떠오른 대로 <숲에서 배우는 슬기로운 직장생활>으로 정했다. 직장인의 수명주기를 '파종의 봄, 개화의 여름, 수확의 가을 그리고 결실의 겨울'로 나누고, 각각의 시기에서 직장인이라면 흔히 경험했을 일들을 숲의 생태와 연관 지어 풀어보려고 한다. 여기에 에피소드, 나무와 꽃을 소재로 한 시(詩)를 양념으로 하고, 마지막에는 경영경제이론을 살짝 가미하는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용어나 시의 출전 등은 간략히 덧붙이려고 한다.


책과 현실이 차이가 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그래도 뭔가라도 하는 것이 시행착오를 줄이는 지름길이다. 회사가 정말로 2~3년만 지나면 전혀 맞지도 않는(?)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책을 통해 맛을 본 사람과 그 맛조차 느껴보지 못한 사람과는 거기에서 차이가 난다. 가수 하덕규는 “숲에서 나오니 숲이 보이네”라고 <숲>을 노래했다. 회사라는 사회에서 나와 저만치에서 회사를 바라보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조금씩 보였다. 다만, 숲에서 나와야 숲이 보인다고 했지만, 정작 숲만 보고 나무는 보지 못하지 않을까는 우려가 앞선다.



1. 숲해설가: 산림청에서 산림복지교육전문가 육성을 위해 도입한 자격증. 숲의 다양한 생물 이야기, 나무와 식물에 대한 지식, 숲에 얽힌 역사, 숲과 인간과의 관계 등의 지식을 제공한다.

2. 하덕규: 1981년 시인과 촌장'으로 가수 데뷔하였다. '가시나무' 등의 명곡이 있으며, '한계령' 등이 가사를 썼고, 한국의 대표 음유시인이라 불린다. 시와 같은 노래, 기독교적인 가사가 특징이다. 천안대 교회실용음악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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