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산꼭대기의 소나무가 될 수는 없다!

공정과 협력이윈윈 전략의기본

by 포레스트 하이

남산 위 소나무는 어디서 왔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개체수가 많은 나무는?”이라 물으면 답은 어렵지 않습니다. 열이면 열, 소나무라고 답하지요. 아직까지는 맞습니다.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과 같이 애국가에까지 등장하고 보면 우리 선조들의 소나무 사랑은 예로부터 유별했던 것으로 짐작됩니다. 그런데 왜 소나무는 남산 아래도, 중간도 아닌, 남산 위에 터를 잡았을까요? 생물 시간에 배웠던 ‘숲의 천이’를 다시 상기해 보겠습니다.


자, 아무런 생명체가 없는 맨땅이 있습니다. 가장 먼저 이끼와 같은 선태류·지의류가 똬리를 틉니다. 어느새 풀들이 무성하게 자리를 잡아 버리지요. 다음에는 키 작은 떨기나무(관목灌木)가 덤불을 이루고, 이내 소나무 씨앗이 바람을 타고 날아와 숲을 형성하게 됩니다. 이게 마지막은 아닙니다. 곧 그늘에서도 강하게 자라는 참나무와 같은 활엽수들이 숲을 장악해 버립니다. 우리나라 숲의 대부분은 신갈나무, 떡갈나무, 서어나무 등 활엽수가 극상림(極上林, Climax)을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 남산 위의 저 소나무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소나무는 토양의 양분도 적고, 햇빛이 강한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런 나무를 우리는 양수(陽樹)라고 하지요. 또 소나무를 선구목(先驅木, pioneer tree)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초기 숲의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개척 나무란 의미입니다. 그런데 활엽수 - 음수(陰樹)라고 부릅니다 -가 숲의 중심을 이루면 햇빛을 받지 못하므로, 결국 소나무는 정처를 찾아 헤매다 산 정상 부근에 터전을 마련합니다. 우리가 산꼭대기에서 흔히 소나무를 볼 수 있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소나무의 처절한 생존전략을 낙락장송의 고절함으로 칭송하는 것이지요. 참고로 남산 비밀의 숲에는 소나무 보호구역이 따로 있습니다.


천이.png

자료:진보담론연구소 홈페이지


회사에서 소나무의 역할은 누가 하지?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는 소나무의 역할을 해야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참나무나 떨기나무, 풀, 이끼의 역할을 감당해야 합니다. 물론 성과만 챙기는 체리 피커도 있고, 공짜 점심을 즐기거나, 당최 직원인지 학생인지도 모를 월급 도둑도 있을지 모릅니다. 문득 “이거 나만 혼자 열심히 일하고 있는 상황 아님?”이라는 회의도 들이닥치기도 합니다. 염려 놓으셔도 됩니다. 다들 자기의 자리에서 자기의 역할들을 다 하고 있습니다.


'80 대 20의 법칙' 혹은 파레토 법칙을 들어 보셨을 겁니다. 역량 있는 20%의 인재가 회사를 이끌어 가고, 20%의 제품이 수익의 80%를 창출한다는 내용이지요. 그렇습니다. 통상 출발선상에서는 누구든 산꼭대기의 소나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소나무와 같이 선구목이 되고 싶은 것이지요. 조직에서는 지도자형, 솔선수범형, 문제 해결형, 변화형 등의 인재라 부릅니다. 하지만 저마다 모두 소나무가 되겠다고 한다면 숲 생태계의 파괴가 초래되듯, 회사라는 조직이 허물어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입니다. 모두가 소나무가 될 수도, 될 필요도 없습니다. 소나무만 자라는 숲 생태계는 존재할 수 없다는 말이지요. 그래서 직장에서는 직위별, 조직별로 책임과 역할(Role & Responsibility)을 명확하게 정해 놓습니다. 회사는 구성원들이 각자 알맞은 역할만 하면 작동하도록 설계된 고도의 조직체입니다.


잘 알려진 더글러스 멜로크의 시 <당신이 산꼭대기의 소나무가 될 수 없다면>를 읽어 봅니다. 숲의 천이 과정을 역순으로 읊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원래 제목은 ‘Be the best of whatever you are’인데 ‘당신이 무엇이건 최고가 되라’ 정도로 해석하면 될 것 같습니다.

더글러스 멜로크의 시집 표지


만일 당신이 산꼭대기의 소나무가 될 수 없다면

골짜기의 나무가 되라

그러나 골짜기에서 제일가는 나무가 되라

만일 당신이 나무가 될 수 없다면 덤불이 되라

만일 당신이 덤불이 될 수 없다면 이 되라

그리고 도로변을 행복하게 만들어라

만일 당신이 풀이 될 수 없다면 이끼가 되라

그러나 호수에서 가장 생기 찬 이끼가 되라


최선의 게임 전략은 협조


초심을 잃지 말자는 말을 자주 되뇌지요. 합격 통지서를 받았을 때의 그 마음이 영원히 간직되면 얼마나 아름답겠습니까? 꿈과 다짐은 자주 흔들리고 방황의 지점을 늘 다가옵니다.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부속품일 뿐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조기 승진한, 강남 아파트를 마련한, 주식 대박을 터트린, 공부 잘하는 자식을 둔 동료가 부럽기만 합니다. 특히 40대의 중간 간부들에게는 더욱 혼란스럽습니다. 사표를 낼 수도 없고, 창업이나 새로운 도전은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부하 직원들은 어느새 철밥통과 꼰대, 젖은 낙엽 취급을 합니다. 속칭 ‘직장인 사추기(思秋期)’ 겪게 되는 것이지요. 분명한 것은 모두 행복하지도, 모두 불행하지도 않습니다. 모두 승진할 수 없고, 모두 1등이 될 수 없지만, 정정당당하게 경쟁하고 최선을 다한다면 연봉 값어치는 충분히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회사와 조직 운영에 있어 변하지 않는 원리입니다.


마지막으로 ‘죄수의 딜레마’를 포함한 게임이론을 잠시 말씀드리겠습니다. 결론은 간단합니다. 최선의 결과를 끌어낼 전략은 ‘협조’ 밖에 없습니다. 둘 다 자백하는 길만이 형량이 가장 적고, 어느 한쪽 혹은 모두가 배신(비협조)하면 차악,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물론 자신의 이기심이 우선이라면 누구는 이득을 볼 수 있겠지만 게임 전체로는 마이너스가 될 것입니다.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모두가 산꼭대기의 소나무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당신이 덤불이건, 풀이건, 이끼이건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면 그뿐입니다.


1. 파레토 법칙: 이탈리아 경제학자 파레토의 경제이론을 경영학에 접목한 이론으로 80 :20의 법칙이라 한다. 전체 결과의 80%가 전체 원인의 20%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가리킨다. 백화점 매출의 80%를 매출 상위 20%의 고객이 창출하는 것 등을 사례로 들 수 있다.

2. 체리 피커: 케이크 위에 장식된 체리(버찌)만 챙겨 먹는 사람에서 연유된 용어로 자기 실속만 차리는 사람, 얌체족을 말한다.

3. 더글러스 맬로크: 1877~1938. 미국의 시인이자 소설가. 위에 소개한 시는 'If(만약)'이라는 제목으로도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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