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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레스트 하이 Sep 14. 2022

누구의 탓도 아닌 9월의 슬픔

다나카아 순타로 9월의 노래 단상


어김없이 9월은 왔다. 9월의 첫 감상은 왠지 쓸쓸하다. 패티 킴은 「9월의 노래」에서 풍성한 저음으로 "우리들 마음엔 낙엽은 지고 쓸쓸한 거리에서"를 읊조렸다. 9월은 온통 변곡의 시기다. 태양과 지구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다 일치하는 추분이 끼어있다. 쉼 없이 싹 틔우고 꽃 맺다 과실을 챙기는 시기다. 무엇보다 혹독한 겨울을 준비해야 하기도 한다. 그래서 가을은 인생으로 치자면 중년이다.


다니카와 슌타로는 일본의 국민 시인이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주제가 「세계의 약속」과 어린 시절 선망이었던 우주소년 아톰의 주제가의 노랫말도 썼다. 詩 「9월의 노래」는 시인의 나이 얼추 쉰 무렵에 쓴 듯하다. 그래서 '슬픔의 달'로 느꼈던 것이 아닐까. 처연한 붉은 꽃을 피운 맨드라미를 바라보고, 파도 소리를 듣다 문득 슬픔에 잠긴다. 그 슬픔은 누구의 탓도 내 잘못도 아니다. 중년의 슬픔에 까닭이란 없다. 그저 그렇게 되어 버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맨드라미, 꽃 모양이 닭벼슬을 닮아 계관화(鷄冠花)라 부른다.


한 회사원이 출근하지 않아 백방으로 찾아보니 해변에 앉아 있었다. 이유를 물었더니 슬픈 표정으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었고, 왜 이렇게 사는가 생각하고 있었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사단법인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 또한 어느 날 침대에서 일어날 수 없었고, 그 후 산티아고 순례길로 떠났다고 했다. '제주 올레길'은 그런 갑작스럽게 다가왔던 쓸쓸함과 슬픔의 결과물이다. 


마음을 늙히지 말고, 새로운 터닝 포인트로 만들 계기로 여기면 되지 않을까. 어느 시인의 말대로 몇 번의 벚꽃 핀 봄을 더, 몇 번의 노을 진 가을을 더 맞이할 수 있을지만 생각하자. 당분간은.



다니카와 슌타로의 '이십억 광년의 고독' 초판과 리마스타링판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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