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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레스트 하이 Sep 13. 2022

오징어 게임과 나이 듦에 대한 단상

오징어 게임, 길가의 꽃 비유, 나이 듦의 지혜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세계 최고의 에미상을 휩쓸었다. 이정재 배우는 아시아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나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정주행도 완주하지도 못했다. 시간도 시간이려니와 적나라하고 처절한 밑바닥 인생을 보고 있자니 도리어 울적해졌던 까닭에, 몇 편만을 간헐적으로 시청했을 뿐이다.


내게는 조연인 오영수 배우의 행보가 더 극적이었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에서 노스님으로 출연하여, 조각배와 함께 분신한 후 뱀으로 윤회하는 모습은 아직도 뇌리에 남아 있다. 그는 잠깐의 노력만 들이면 거액을 거머쥘 수 있는 치킨 광고를 마다했다. 그리고 어느 TV 인터뷰에서 한 '나이 들어 본 길가의 꽃 비유'는 마음이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면 절대 할 수 없을 말이었다. 긴 여운의 말은 그런 것이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1번 플레이어로 출연한 오영수 배우


나이 듦을 생각한다. 노인이 판치는 세상은 안타깝고, 노욕과 노탐의 현장을 목도할 땐 우울하다. 오영수 배우는 꽃을 꺾어 가는 대신 더 많은 사람이 보고 즐기기를 선택한다. 추가로 드는 시간과 수고는 자신이 감당할 몫으로 두고. 이런 것이 '나이 듦의 지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소설  『 제인 에어』의 문장이 떠오른다. 로체스터는 ‘스무 살이 더 많은 경험의 우월’을 주장하자, 제인 에어는 이렇게 말한다. 한마디로 나잇값을 해야 어른이라는 말이다.


저보다 나이가 많고 세상 경험이 많다고 해서 제게 명령할 권리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정말 우월한지는 시간과 경험을 어떻게 활용했느냐에 달려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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