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경쟁, 산림녹화의 성공!

급전적 보상만으로 메기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by 포레스트 하이

식물 경쟁력의 일 순위는 번식력


서달산 기슭 모퉁이에서 잎이 하트 모양인 자주색 꽃을 보았다. 제비꽃 같기도 한데, 사진을 찍어 ‘모야모’에 확인했더니 종지나물이라고 한다. 미국 제비꽃 혹은 미국 오랑캐꽃이라고도 부르는데, 잎 모양이 종지 그릇을 닮아 그렇게 명명했다고 한다. 외래종이라고 하니 갑자기 정감이 약화된다. 사실 식물에 무슨 죄가 있을까? 국경의 개념 조차 존재하지 않건만. 또 외래종의 침입으로 숲이 더욱 다양해지고 건강해지는 경우도 많다.


모든 생명체가 그렇지만 특히 식물의 생존전략은 번식에 맞춰져 있다. 그 행태는 치열한 경쟁으로 나타난다. 재미있는 사실은 생존환경이 다른 식물끼리는 경쟁이 약하지만, 유사한 식물끼리는 매우 치열하다고 한다. 생명체는 주어진 환경요인에 대하여 성장과 생식, 분포의 목표가 같으므로 내성의 범위(limit of tolerance) 내에서 더 많은 자원을 얻기 위해 경쟁을 한다. 결국 식물끼리의 경쟁에서 누가 승자가 되느냐는 번식력의 강한 정도에 달려있다. 인해전술 전략으로 경쟁 식물의 공간을 초토화시켜 버리는 것이다.


앞서 예로 든 외래종인 종지나물과 고유종인 선제비꽃을 살펴보자. 선제비꽃은 주로 봄철 꽃피는 시절 곤충을 통해 주로 번식한다. 번식이 제한적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종지나물은 곤충을 매개로도 번식하지만, 꽃이 진 여름철에도 제꽃가루받이(自家受粉)을 통해 번식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래서 개체 수를 왕성하게 늘릴 수 있어, 짧은 기간 내에 서식지를 장악해 버린다.


종지나물.jfif 종지나물(미국 제비꽃) by 위키백과


민둥산이 푸르게 된 이유


한국전쟁 이후 우리나라는 완전 민둥산이었다. 하지만 1967년 산림녹화 5개년 계획을 필두로 치산녹화 10개년 계획 등에 힘입어 세계사에 유래가 없는 산림녹화의 기적을 이루었다. 지리산 국립공원 지정, 자연보호헌장의 제정 등도 이 시기의 일들이다. 내 어린 시절 기억의 한편에도 민둥산과 식목일의 기억이 동시에 저장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산림녹화가 몇십 년에 불과한 단기간에 성과를 낸 배경은 무엇일까? 번식력 좋고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는 아카시 나무, 리기다소나무, 낙엽송 등을 잘 선종한 것도 있지만, 밀식(密植)이라고 할 만큼 많이 심은 것도 그 이유 중의 하나라고 한다. 김연수 작가의 <리기다소나무 숲으로 갔다가>에 나오는 표현을 읽어보자.


원래 여가 다 리기다소나무 숲이거든. 좀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카만 장차 목재를 생각해서 낙엽송을 심궜을 것인데. 우리 고향도 마찬가지지만 여기두 사방공사를 아주 질 낮게시리 리기다소나무로 대충 해버렸다. 당장 보기 좋고 잘 자라고 손이 덜 가거든.


나무는 경쟁환경에 따라 성장 속도를 달리한다. 주변 나무보다 한 줌의 햇빛이라도 더 받기 위해 높이 성장하려는 생리를 가지고 있다. 만약 햇빛, 수분, 토양 등 성장 요건이 좋다면 굳이 경쟁할 필요가 없어 천천히 자라고, 성장요건이 힘들면 빨리 자원을 선점하기 위해 빨리 자란다. 가지를 더 넓게 뻗는다던지, 혹은 더 높이 큰다는지 하는 방식이다. 이른바 경쟁을 통한 나무의 빠른 성장을 이룬 셈이다. 서로의 경쟁이 성장의 원동력이 되고, 풍성한 숲을 이룬 원인으로 작동한 것이다.


메기 효과를 활용하라!


조직은 어떨까?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내부 경쟁을 강화하는 전략이 효과적일까 아니면 배려와 소통, 자율성을 보장하는 정책이 효과적일까? 사실 정답은 없다. 성공한 기업의 전략이 더 효과적일 뿐.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연봉 많이 주고 경쟁이 덜한 회사를 선호할 것이고, 경영진 입장에서는 속칭 월급도둑을 방지하기 위해 경쟁을 최대한 강화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다.


어느 날 후배 부장이 찾아와 의견을 물었다.
“성과급 차등폭을 더 확대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너무 안이하게 일하는 것 같습니다. 열심히 일한 사람에게 성과급을 더 주고, 그들이 메기 역할을 해 주면 더 활발하고 생산적인 조직으로 변하지 않겠습니까?”

내가 말했다.
“저항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원래 조직에는 헌신적으로 일하는 직원도 있고, 무임승차자와 태만한 직원이 공존하는 것이 정상이다. 80 대 20 법칙이다. 헌신한 사람에게 승진과 보직 인사 혜택 정도로 충분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공정한 성과평가 제도란 애초에 없다.”


여기서 '메기 효과'라는 용어를 사용했는데, 이 말은 '도전과 응전'의 역사를 설명한 토인비의 'catfish philosophy' 논문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졌다. 러시아 공산주의가 메기가 되어 정체된 서구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설명이었다. 경영이론에서는 기업의 경쟁력을 위해 적절한 위협요인과 자극이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전략이다. 이케아의 가구시장 진입에 긴장했으나 오히려 국내 가구업체들이 사즉생의 노력으로 시장을 키운 긍정적 사례를 들 수 있다. 최근 금융시장에서 카카오 뱅크 등 인터넷 전문은행들의 진입을 허용함으로써 금융산업의 긴장과 혁신을 유도하는 것도 메기 효과를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1Z7UQOO09X_20.jpg 자료: 서울경제신문

인센티브를 활용한 메기 효과의 한계


메기 효과에 반대되는 용어로 ‘윔블던 효과’라는 말을 쓰는데 영국 선수보다 정작 외국인들이 우승컵을 쥐는 현상을 빗댄 말이다. 그런데 메기 효과 자체가 과장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사실 메기 효과가 조직 내부, 특히 인사 측면에서 작동하기란 쉽지가 않다. 한국과 같은 평생고용과 강력한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조직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메기 효과는 긴장과 위협이 전제되어야 하지만 그게 쉽지가 않다.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네, 공채를 폐지하고 수시 채용으로 바꾸고 성과급 체제를 강화하지만 기업의 거래비용만 상승시킬 뿐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토빈 교수가 “경제는 한마디로 인센티브”라고 했다. 신자유주의적 발상이었고, 금전적 보상만이 조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금전적 보상은 차등 규모의 확장에 분명 한계가 있고, 개인이 수용하고 느끼는 한계수익(효용)이 체감함에 따라 그리 효과적인 수단은 아닌 것 같다. (공모주로 몇억, 몇십억을 한꺼번에 챙긴 경우라면 다르겠지만.) 대신 인정 욕구의 충족, 평판의 상승, 만족도 제고 등 내재적 동기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회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구석은 더 많아지고, 경영환경 못지않게 내부 인적자원 관리가 더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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