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스스로 성장을 제한한다.

-피터의 법칙, 딜버트의 법칙, 학습화된 무기력 그리고 성인아이들

by 포레스트 하이

스스로 성장을 멈추는 나무


므두셀라! 노아의 할아버지 이름이다. 969살까지 살았다고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화이트 마운틴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인 강 털 소나무의 이름도 ‘므두셀라’이다. 4850살이 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강원도 정선 ‘두위봉 주목’으로 1400살이 넘었으며, 용문사 은행나무도 1000살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고 보면 나무의 수명 혹은 성장은 무한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나무는 어느 정도 자라면 스스로 성장을 제한한다. 영양 혹은 환경의 요인에 의한 것일 수도 있는데, 더 자랄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는 설이 맞다. 나무는 꼭 필요한 만큼의 영양만 흡수한다. 계속 자라기만 하면 햇빛을 받아 광합성에는 유리하지만, 뿌리와는 멀어져 물과 양분의 이동에 제한을 받기 때문에 높이 오르기를 멈추는 것이다. ‘전생 치수’(前生稚樹 adult growth)가 그렇다. 숲의 군락에서 먼저 자리를 잡고 자라고 있던 어린나무를 말한다. 어린나무들이 자라는 곳에 다른 키 큰 나무 군락이 형성되면 햇빛을 받을 수 없게 되는데, 최소한의 영양과 에너지만을 활용하여 오직 생존만을 갈구하며 성장을 멈춘다. 경쟁에서 불리해지면 스스로 통제하여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다.

므두셀라.jpg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 "므두셀라'


승포자와 임포자가 각광받는 이유


조직에서도 비슷한 행태를 찾을 수 있다. 처음부터 무능한 부장이 어디 있고, 태만한 직원을 왜 채용했겠는가. 이런 사례는 ‘피터의 법칙’과 ‘학습화된 무기력’으로 설명할 수 있다. 피터의 법칙(Peter Principle)은 ‘사람은 무능한 수준까지만 승진한다.’라는 것이다. 고개가 갸웃거려지면 반대로 해석해 보면 된다.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역량까지는 승진 욕구를 보이지만, 능력 이상의 업무에 부닥치면 의욕을 잃는 경우를 말함이다. 조금만 세밀하게 주변을 관찰해보면 그런 사람들은 의외로 적지 않다. 팀장이 될 때까지는 일 처리가 탁월했지만 승진하고 나니 보이지 않던 모습을 보이는 직원이 있다. 우리 부장은 왜 저리 일을 못 하지 하는 회의가 드는 경우는 다반사다. 어떤 CEO는 기껏 승진시켜놓았더니 사람 잘못 봤다고 후회하기도 한다.


유사한 이론으로 ‘딜버트의 법칙’이 있다. 무능력하고 비효율적인 사람이 더 승진을 잘하게 된다는 용어로 만화 딜버트에서 유래되었다. 변화를 싫어하는 조직에서 회사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무능력한 사람을 승진시킨다는 전략이다. “저 친구는 적어도 사고 칠 사람은 아니야”라는 사고가 보편화되면 딜버트의 법칙이 작용하게 된다. 피터의 법칙이건 딜버트의 법칙이건 결국 조직은 무능한 사람들이 윗자리를 차지한다 - 할 수도 있다고 - 해석하면 된다.


학습화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은 어떻게 작동할까? 열심히 일했지만, 기회가 주어지지 않거나 노력을 알아주지 않을 때, 일하는 사람 따로 성과 챙기는 사람 따로 있을 때, “그래 나는 이 정도밖에 안되니 주는 월급 받으며 대충 일할 거야.”하면서 타협이 시작된다. 스스로 승진 포기자라는 꼬리표를 붙이기도 한다. 최근 회자하는 ‘승포자’(승진 포기자), ‘임포자’(임원 포기자)는 조금 뉘앙스가 다르다. 승진해서 빨리 퇴출당하느니 노동법의 보호 아래 가늘고 길게 정년까지 가자는 행태를 비꼰 조어이다. 그러나 조금만 들어가 보면 어차피 승진 안 될 것을, 임원 안될 것을 미리 알아차리고, 관심이 없는 태도를 보이려는 마음에서 나온 선제공격인 것 같다. 아들러의 목적론적 심리학이 바로 그것이다.


최근의 인사관리는 의도적이건 그렇지 않건 피터의 법칙을 활용된다. 연공서열 시대에는 능력의 유무와 상관없이 일정 단계까지는 승진했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다. 두세 단계까지의 승진은 그런대로 봐줄 수 있지만, 리더의 자리에 보내려면 다양한 역량을 요구하고, 치밀한 평가작업을 거친다. 쉽지가 않다. 직위에 맞는 역량을 발휘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그때까지 오른 자리가 마지막인 경우가 많다. 연공서열이 점차 사라지고 있고, 후배를 상사로 모시는 사례는 이제 더 이야깃거리조차 되지 않는다.

expert-5442081_1920.jpg 사진 출처: Pixabay


피터의 법칙에 대응하는 방법


그렇다면 피터의 법칙이나 무기력에 대응하는 방법은 있을까? 전문가들은 직위 단계별로 명확한 역할을 주고, 정기적으로 자신도 관리해 나가라고 조언한다. 개선의 여지는 있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오래전 전략을 담당하는 시절, 이런저런 자료를 가지고 각각의 자리에서 역할을 설명했던 글을 소개해 본다.


사원(5급): 일을 하는 방법과 정리하는 방법을 배우는 시기
대리(4급): 전문역량을 가지고 혼자 업무를 추진할 수 있는 시기
차장(3급): 사원과 대리에게 업무를 부여하고 나누고 리드하는 능력을 발휘하는 시기
팀장(2급): 기획을 하고 새로운 과제와 업무를 만드는 시기
부장(1급): 조직원에게 비전을 주고 비전과 전략에 따라 조직을 관리하는 시기


다소 거리는 있지만 유사한 사례로 ‘성인 아이(Adult Child)’의 출현도 긴장감을 준다. 정신적 트라우마가 원인이 아니라, 헬리콥터 맘의 과잉 보호막이 성인이 되어서도 거둬지지 않은 상황을 말한다. 경력개발, 보직 이동, 지방 근무 등을 부모하고 상의하고 결정하겠다고 한다. 심지어 자녀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해 인사관리에게 개입하는 경우도 있다. 이래저래 회사가 신경 쓸 구석이 너무 많다. 역량 없는 상사들도 문제지만, 부하직원에 쓴소리 한마디 못하고, 평판 챙기랴 직원들의 워라밸과 감정의 기복까지 챙겨야 한다. 피터의 유혹은 곳곳에 함정을 파고 누군가 빠지길 기다리고 있다. 어찌할 바를 몰라 자라기를 거부하는 나무들이 있다.


우리는 수많은 이름들을 발가벗겨 구름 속에 처박고
어찌할 줄 몰라 밤에게 된통 걸려버린 나무 그림자

밤새도록 춤, 춤만 추는 자라지 않는 나무
<자라지 않는 나무 / 김상미>
손상기전082-1.jpg 그림: 자라지 않는 나무-손상기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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