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 파레토 법칙 혹은 롱테일 법칙
전 세계 식물 종의 수는 얼마나 될까요? 무려 37만 종이라 합니다. 어마어마하지요. 그러면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식물은 몇 종이나 되는지 아십니까? 국립 생물자원관에서 발간하는 「2020 국가 생물종 목록」에 따르면 5천577종으로 기술되어 있습니다. 그중 나무는 약 1000여 종이나 된다고 합니다. 모든 식물은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계 공통으로 사용하는 학명을 말합니다. 1753년 식물학자인 린네가 쓰기 시작했습니다.
학명은 속명(屬名 genus)과 종명(種名 species) 그리고 명명자(命名者)의 순으로 표기됩니다. 예를 들면 아까시나무의 학명은 ‘Robinia pseudoacacia Linne’입니다. 아까시나무 속(Robinia)에 속하는, 아카시아 나무와 유사한(pseudo-acacia) 나무라는 뜻입니다. 한 때 ‘아카시아 껌’이 있었습니다만, ‘아카시아’는 오류입니다. 북미 원산의 ‘아카시아’와 잎의 형태가 비슷할 뿐인데. 그래서 영어권에서는 아까시나무를 ‘가짜 아카시아(false acacia)로 부르고 있습니다.
한편, 지역에 따라 각각 달리 부르는 항명(鄕名 common name)도 있습니다. 상사화, 사위질빵, 강아지풀 등 우리가 흔히 부르는 이름을 말합니다. 얼마 전 재야 식물학자들이 <한국 식물 이름의 유래>라는 책자를 펴냈습니다. 일제강점기 발간된 <조선식물향명집>을 기초로 1944종의 식물 이름의 유래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식물의 이름은 전설, 자생지, 진위, 색, 모양 등을 접두어로 사용하거나, 모양이나 특징을 사용하기도 하지요. (이름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에 자세히 하겠습니다.)
그렇지만 채 이름을 가지지 못한 식물, 특히 풀도 허다합니다. 우리가 참나무라고 통틀어 부르지만, 신갈나무, 상수리나무, 떡갈나무 등 6종이 있고, 정릉참나무 등 변종까지 포함하면 더 늘어납니다. 들에 핀 국화라는 들국화만 해도 산국, 감국, 구절초, 벌개미취, 개미취, 쑥부쟁이, 금불초, 해국 등 다양합니다. 소나무도 물론 백송, 금강송, 곰솔 등으로 확대되지요.
여러분이 이름을 아는 나무와 풀은 얼마나 되시는지요? 전문가가 아니라면 기껏 30종을 넘기 어렵습니다. 이름을 붙이지도 못한 풀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름이 없더라도 풀은 풀일 것입니다. 이름이 없다고 소용이 없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생태계는 관계 사슬이고, 순환적입니다. 우리가 채 알지 못하는 방식으로 쉴새없이 소통하고, 협업하고 공생합니다.
회사는 어떨까요? 홍 아무개, 김 아무개 하면 “아, 그 친구, 일 잘하지.” 단숨에 머리에 떠오르는 소위 ‘에이스’ 직원이 있는가 하면, 이름도 모르고 어느 부서에 소속되었는지도 모르는 직원들도 많습니다. 우리 머리는 특별한 몇 명만 기억하도록 회로화 되어 있습니다. 에이스 아니면 검은 양일 것입니다. 20%의 직원이 80%의 성과를 올린다는 ‘파레토의 법칙’ 혹은 ‘20 대 80의 법칙’은 다 아실 겁니다.
그런데 ‘역 파레토의 법칙’도 존재합니다. 주목받지 못하는 다수가 핵심적인 소수보다 더 큰 가치를 창출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비근한 예로 아마존 서점의 경우 비인기 도서의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이지요. '롱테일 법칙'이라고도 하는데, 그래프를 그려보면 하위 80%에 해당하는 다수의 비인기 상품을 공룡의 긴 꼬리에 비유한 용어입니다.
조직관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20%가 성과를 잘 낸다고 80%를 등한시한다면 조직이 돌아갈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80%의 집단도 성과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모든 직원이 에이스로 구성된 조직이 있을 수 없습니다. 가끔 잘 나간다는 직원들이 자기 몫의 성과를 요구하고, 성과가 느린 사람과 일하기를 은연중 피하는 경우를 보기도 합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에이스들도 자기보다 탁월한 사람과는 일하고 싶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그럴 때면 롱테일 법칙을 예로 들어 설득해 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리더는 어쨌거나 모든 직원을 잘 달래서 끌고 나가야 하는 숙명을 지니고 있습니다.
쓸모없는 조직원은 없습니다. 로버트 블라이의 사랑의 시는 이렇게 말합니다.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람이 이깁니다.
사랑을 하게 되면
우리는 하찮은 풀도 사랑하게 된다
<로버트 블라이, 사랑의 시(Love Po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