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진화(供進化, Co-evolution) 또는 외부효과
국화과(菊花科)는 지구 상에서 가장 널리 분포하는 초본식물이다. 전 세계 2만 3천여 종, 국내에만 390여 종이 서식하고 있다. 해바라기, 백일홍, 코스모스, 민들레, 개미취, 쑥부쟁이 등 이름을 열거하려면 끝이 없다. 백일홍을 떠올려 보자. 하나의 꽃대 위에 여러 개의 작은 꽃들이 모여 머리 모양의 꽃차례를 이룬다. 두상화서(頭狀花序)라 부른다. 꽃으로 눈을 돌리면, 두 종류의 꽃이 확연하다. 바깥쪽 꽃잎은 혀 모양으로 생겨, 혀 꽃 혹은 설상화(舌狀花)라 한다. 꽃잎 한 장 한 장이 하나의 꽃이다. 가운데는 튜브(管)나 대롱(筒) 모양의 가늘고 긴 화관(花冠, 꽃부리)을 가진 꽃들로 가득하다. 관상화(管狀花) 또는 통상화(筒狀花)라 부른다. 이들도 하나하나가 꽃이다.
해바라기나 백일홍은 수많은 꽃의 집합체다. 이들 국화과 식물은 개화와 성숙의 시기가 다른 여러 꽃이 한데 모여, 곤충을 유혹하여 수분 가능성을 높인다. 꽃가루에도 돌기가 있어 곤충이 달라붙으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곤충은 식물에, 식물은 곤충에 의존하며 함께 진화하고 번성해 나간다. 공진화(供進化, coevolution) 전략이다. 진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생물들은 기생 혹은 공생의 관계로 발전한다.
공진화를 설명하는 이론으로 ‘붉은 여왕 가설(Red Queen's Hypothesis)’이 있다. 동화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붉은 여왕이 “제자리에 있고 싶으면 죽어라 뛰어야 한다(red queen has to run faster and faster in order to keep still where she is)”라고 한 말에서 비롯되었다. 붉은 여왕의 나라에서는 누군가 움직이면 주변도 같이 움직이므로 끊임없이 뛰어야 한다. 경영학에서는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끊임없이 혁신하고 변화해야 한다는 의미로 '붉은 여왕 효과(red queen effect)'라 부른다.
조직 내부에서 공진화는 어떤 방식으로 나타날까? 먼저 팀 혹은 개인 간의 제휴 혹은 협업을 통한 시너지 효과로 나타날 수 있다. 시너지는 협업과 선의의 경쟁이 활발하면 ‘1 + 1 > 2’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훌륭한 전략이 된다. 하지만 ‘1 + 1 < 2’의 결과를 보이는 경우도 의외로 많다. 독자적인 행동으로 서로 속도를 맞추지 못하고, 불협화음을 나타나는 경우다. 공명심과 팀 이기주의가 원인이다. 그런 불편함이 귀찮아 나 홀로 혹은 팀 단독으로 일했으면 하는 바람도 표출된다. 가장 싫어하는 동료 유형에 '혼자 잘난 척하고, 비협조적인 인물'이 늘 상위에 올라 있는 조사는 이를 확증해 준다.
공진화는 조직 내 외부효과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생태계와 마찬가지로 어떤 사람의 행동은 다른 사람에게 알게 모르게 영향을 준다.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다. 서로 간의 상생, 성장을 북돋우는 방향으로 발전하면 바람직하지만, 현실에서는 꼭 그렇지만 않다. 누군가의 자기 계발 노력이, 어떤 팀의 성과 창출이 다른 팀과 팀원들에게 플러스 영향을 미쳐, 개인도 조직도 발전하는 것은 긍정적 외부효과의 사례다. 회사가 굿 프랙티스를 발굴하여 전파하거나, 학습조직을 만들어 공유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부정적 외부효과는 인사 정책에서 가장 첨예하게 나타난다. 비근한 예가 낙하산 인사, 불공정 인사이다. 능력과 역량과는 무관한 인사는 직원의 사기를 저하시킨다. 민감한 사례지만 최근 강조되는 여성 할당 및 우대 등 인사 다양성 정책에서도 발생한다. 원래 목적이야 불이익을 방지하자는 것이지만, 성과가 무시된 '할당과 우대'라는 규제가 침투함으로써 공정이 훼손된다. 나만 열심히 일하는 것 아닌가, 노력해도 소용없다는 회의로 이어진다. 흔히 "1명이 승진하면, 5명의 산재 직원이 발생한다"는 인사 담당자들의 탄식은 그런 연유에서 나온다. 인사 문제에 있어 '공정'과 '파레토 최적'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사람의 감정은 합치거나 쪼갤 수 있는 재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중손실(死重損失, deadweight loss)을 최소화하는, 다시 말해 가장 불만이 적은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채용시장에서 외모가 중시되자 성형외과의 매출이 증가하고, 청년 취업이 힘들어질수록 서울 소재 대학을 입학해야 하는 현상은 긍정이건 부정이건 공진화와 외부효과의 모습이다. 속도와 경쟁, 변화의 시대 회사는, 나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이 보고서에 인용하여 널리 알려진 ‘가젤과 사자의 이야기’로 마무리한다.
매일 아침 가젤은 깨어난다.
가젤은 가장 빠른 사자보다 더 빨리 달리지 않으면 잡아먹힌다는 것을 안다.
매일 아침 사자도 깨어난다.
사자는 가장 느린 가젤보다 더 빨리 달리지 못하면 굶어 죽는다는 것을 안다.
당신이 사자냐 가젤이냐 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해가 뜨면, 당신은 뛰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