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올리비아 뉴톤 존의 제나두 회상

by 포레스트 하이

나이가 들어 쇠약해진 공자는 꿈에서 주공(周公)을 만나지 못한 지 오래되었다고 한탄한다. 몽견주공(夢見周公)의 고사다. 그런데 젊어서 꾼 꿈은 자고 나면 기억나지 않지만, 나이 들어 꾸는 꿈은 깬 후에도 선명한 경우가 많다. 요즘 꿈을 꾸다가도 이것이 꿈이라고 분명 생각할 때가 있고, 꿈속의 꿈이라고 단정 지을 때도 있고, 또 꿈을 꾸는 건지 깬 건지 경계가 모호할 경우가 잦다.


보르헤스는 평생 꿈과 미로와 시간을 궁구 했다. 보르헤스의 글에서 '콜리지의 꿈'을 자주 발견하곤 한다. 18세기 영국 시인 사무엘 콜리지는 아편을 한 후 꿈을 꿨는데, 꿈속에서 원나라 초대 황제 쿠빌라이 칸의 여름 궁전 제나두(Xanadu)에 대한 아름다운 시구를 들었다. 잠에서 깬 콜리지는 바로 시를 옮기고 시작했다. 마침 손님이 방문하는 바람에 멈췄고, 손님을 배웅한 후 다시 적으려고 하자 뒷부분을 기억해 낼 수 없어 한탄했다. 그 시가 「쿠빌라 칸( Kubla Khan; or, A Vision in a Dream)」이다.


"쿠빌라 칸이 제나두에 장려한 환락궁을 지으라 명했노라.
그곳에는 신령스러운 알프 강이 헤아릴 수 없는 동굴을 내달려
해가 비치지 않는 바다로 흘렀네."
- 「쿠빌라 칸( Kubla Khan; or, A Vision in a Dream)」첫연, 사무엘 콜리지


Coleridge--Kubla Kahn.jpg 쿠블라 칸 삽화, 더글러스 워커(1922)




13세기 원의 황제 쿠빌라이 칸은 꿈속에서 아름다운 궁정을 보고 제나두를 건설할 것을 명령했다고 한다. 보르헤스는 13세기 쿠빌라이 칸의 꿈과 18세기 콜리지의 꿈의 관계를 시간적으로는 수 세기를 넘고, 공간적으로는 대륙을 건너뛴 신비주의로 해석했다.


쿠빌라이 칸의 여름 궁전 이름은 '상두(上都)'였다. 중국어로는 '샹두(Shandu)', 몽골어로 '새너두(Sanadu)'라고 불렸다. 마르코 폴로는 『동방견문록』에 '자나두(Xanadu)'로 이상적인 도시로 소개했다. 영어식 발음 '제나두'는 오늘날 무릉도원, 이상향으로 불린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이상향 '아르카디아'와 같은 말이다.




1980년 올리비아 뉴턴 존은 뮤지컬 영화 「제나두(Xanadu)」에 출연했다. 1978년 존 트라볼타와 같이 주연을 맡았던 뮤지컬 영화「그리스(Grease)」에 이은 연타석 홈런이었다. 두 편의 영화로 그녀는 1980년대 내내 부동의 음악 요정 뮤즈의 대명사로 명성을 날렸다. 운동복 차림에 머리띠를 두르고 "Physical, let me hear your body talk"을 노래할 때의 올리비아는 건강한 섹시미의 표상이기도 했다.


얼마 전 올리비아 뉴턴 존은 7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13세기 쿠빌라이 칸의 제나두의 꿈이 18세기 시인 콜리지의 꿈을 거쳐, 다시 20세기 말 올리비아 뉴턴 존의 노래로 되풀이되는 흐름을 신비주의로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보르헤스는 평생 꿈과 시간과 무한과 영원성과 회귀에 대해 궁구 했지만 답을 찾지는 못했다. 그녀의 노래「제나두」의 가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아무도 갈 수 없던 곳, 사랑이 있는 곳 그곳을 제나두라고 하죠
이제 눈을 뜨고 보세요. 우리는 현실로 만들었지요.
제나두에 왔어요.
수많은 빛들이 춤추고 당신은 유성처럼 빛나네요.
영원한 세상에 영원토록 당신과 같이 있을 거예요.
제나두, 우린 제나두(천국)에 있어요. (후략)
-「제나두(Xanadu)」 가사, 올리비아 뉴턴 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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