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전에서 대만계 미국인인 앤드류 양이 선전하면서 그가 주장하는 기본소득제가 관심을 끌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민간연구소인 LAB2050도 기본소득 실행방안을 내놓았다.
기본소득은 어떻게 정의될 수 있을까? 판 파레이스는 1) 일하는 것을 원하든 원하지 않든 2) 부자이거나 가난한 사람이거나 상관없이 3) 동거 형태와 무관하게 4) 거주 지역과 무관하게 일정한 소득을 지원하는 것을 기본소득으로 정의했다.
사실 기본소득제는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다. 미국 알래스카주는 1976년 석유 수입을 바탕으로 영구기금을 설치해 1982년부터 연 1회 주민들에게 1,000~3,000달러의 배당금을 지급하는 형태도 기본소득제를 시행하고 있다. 스위스는 2015년 6월 기본소득 실시를 국민투표에 부쳤으나 부결됐다. 핀란드의 경우는 2017년과 2018년 2년 동안 장기 실업자 2,000명을 선발해 매달 560유로를 지급하는 기본소득 실험을 했다. 알래스카주는 석유 수입이라는 대규모 재원을 활용하는 것이어서 본질적 의미에 기본소득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면도 있다. 이렇게 보면 기본소득은 아직은 논의 또는 실험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다시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은 인공지능과 자동화 등 기술발달로 일자리가 급속하게 줄어들고 있고, 앞으로 이 추세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대량 실업 발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크게 증가하고, 이로 인해 사회의 통합성과 안정 자체가 깨질 것으로 보여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기본소득 지급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미국 민주당 경선에서 예상외로 선전하고 있는 앤드류 양은 기본소득 실시를 공론화하고 있다. 양은 자신이 주장하는 기본소득을 ‘자유 배당금(Freedom Dividend)이라고 이름을 짓고, 소득과 직업이 있든 없든 18세 이상의 미국 시민에게 1인당 1,000달러를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결국, 문제는 기본소득 지급을 위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양은 10%의 부가가치세 도입, 기존 복지제도 통폐합, 최고소득층과 오염에 대한 과세 등으로 필요한 돈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국내에서도 기본소득 도입 주장이 제기됐다. 민간연구소인 LAB2050은 최근 ’국민기본소득제:2021년 재정적으로 실현 가능한 모델 제안‘을 발표했다. LAB2050은 기본소득을 개인당 월 30만 원~65만 원씩 지급하는 6개의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지급 시기는 내년 총선 다음 해인 2021년, 다음 대선 다음 해인 2023년, 2027년 대선 다음 해인 2028년 등 세 개 방안을 예시한다. 현실적으로 내년 총선은 시간상으로 촉박하고 2022년 대선부터 기본소득이 이슈로 본격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역시 문제는 기본소득을 시행하는 데 필요한 돈이다. LAB2050은 개인당 월 30만 원~65만 원씩 지급하는 데 시나리오별로 모두 187조 원 ~ 405조 원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추정했다. 지난해 정부 예산이 470조 원이니 기본소득 실시에만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가는지를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현실적인 재원 조달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기본소득은 공염불에 불과할 수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한 LAB2050의 답은 먼저 현재 1인 가구 기준 51만 원이 지급되고 있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를 기본소득으로 대체하자는 것이다. 복잡한 복지 행정을 이같이 단순화하면 행정비용이 크게 절감돼 추가 재원이 마련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기본소득 자체에 대한 과세, 소득세 비과세 및 감면 정비, 탈루 및 비과세 소득 적극 과세 등을 재원 마련 방안으로 제시한다.
사실 기본소득은 진보 진영만이 제기하는 이슈는 아니다. 알래스카 주가 이를 실시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고, 어떤 나라에서는 보수 인사가 다른 나라에서는 진보 인사를 기본소득을 지지하고 있다. ’사피엔스‘의 저자인 유발 하라리도 ’초예측‘에서 “앞으로 자동화가 더욱 심화되면 수억 명의 사람들이 경제적 가치를 상실할 것”이라면서 기본소득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얘기한 것으로 잘 드러나듯이 기본소득 시행에는 막대한 재원이 소요된다. 우리나라만 해도 성장잠재력 확충 등 다른 재정 수요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기본소득 시행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려면 공감대를 확산시키기까지 충분한 논의의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기존 복지제도가 통폐합되는 데 대한 저항 등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기술발달이 가져오는 대량 실업 발생과 이에 따른 양극화 심화라는 심각한 사회 문제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되면, 우리 사회는 사회통합 및 안정 확보를 위한 기본소득 실시가 공론화할 가능성이 있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우리나라에서도 기본소득이 공약의 주요 메뉴 안에 들어가 공산도 있어 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