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사라졌지만,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의 프로필을 보면 두주불사(酒不辭)라는 말이 칭찬처럼 쓰이곤 했던 때가 있었다. 술잔을 마다하지 않는 기개, 호탕함, 대범함을 빗대어 표현한 것인데 참 원시적인 기준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의식세계에는 작은 것보다는 큰 것을 선호하고 더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자리 잡고 있다. 전략도 커야 하고 포부도 커야 하고 집도 차도 더 큰 게 좋다는 식이다. 그런데 정작 기업의 큰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원대한 전략도 뜨거운 열정도 아닌 아주 사소한 결정이나 실수라는 내용이 담긴 책이 두 권 있어 소개한다. ‘깨진 유리창 법칙’과 ‘디테일의 힘’이라는 책이다. 두 책이 전하는 경영원리는 100에서 1을 빼면 99가 되는 게 아니라 0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사소한 실수 하나가 기업 전체를 무너뜨린다는 말이다.
먼저 미국 엔터테인먼트 사장인 마이클 레빈이 쓴 ‘깨진 유리창 법칙’. 저자는 고객이 겪은 단 한 번의 불쾌한 경험, 한 명의 불친절한 직원, 매장 벽의 벗겨진 페인트칠 등 사소한 실수가 기업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고 주장한다.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된 고객이 등을 돌리고 경쟁사로 가버리기 때문이다. 성공에 취한 큰 기업들이 종종 이런 실수를 저지른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 미국 소매업계를 석권하다시피 했던 K마트는 고객 서비스를 소홀히 하다 결국 내리막길을 걸었다. 창립 40주년을 맞은 2002년, K마트는 비극적인 법정관리의 길에 들어선다. 경쟁사인 월마트가 출현해 쇼핑하기 편한 위치에 매장을 두고 값싼 제품으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음에도, K마트는 싸구려 매장이라는 이미지를 벗겠다며 할인제도를 없애는 실수를 연달아 범하며 고객의 외면을 받게 된 것이다. 같은 사례는 항공 산업에서도 있었다. 지난 2000년 문을 연 제트 블루는 고객의 소리에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인다. 고객이 기내식보다는 승무원의 친절을 더 중시한다는 점에 착안해 기내식 등 서비스를 최소화해 항공료를 크게 낮추고, 대신 승무원 친절 교육을 강화해 시장점유율을 높여나갔다. 반면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등 기존 대형 사는 가격도 비싸고 승무원도 불친절한 데 대한 고객의 불만을 외면해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중국의 기업 컨설턴트 왕중추는 저서 「디테일의 힘」에서 '1%의 실수‘가 100%의 실패를 부른다', 즉 제아무리 큰 일도 디테일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왕중추가 든 대표직 사례는 지난 1995년 문을 닫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영국계 은행 베어링스. 이 은행은 직원 닉 리슨이 파생상품 등 거래에서 많은 이익을 올리자 리슨을 너무 신임한 나머지 반드시 분리해야 할 거래와 결산 업무를 함께 맡기는 실수를 저지른다. 리슨은 이 때문에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손실을 감출 수 있었고, 베어링스가 이를 알게 된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된 후였다. 감독 소홀이 부른 재앙이다.
작은 것을 중시해 성공한 사례도 있다. 미국 백화점 노드스트롬은 탈의실에서 옷을 입어보는 고객에게 음식을 접대하거나, 추운 날씨에는 미리 고객을 위해 차를 덥혀놓는 등 고객 감동 서비스를 제공해 일류 백화점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미국에서는 해마다 500만 개의 기업이 새로 문을 여는데 10년 후까지 살아남는 기업은 그중 4%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만큼 지속적으로 고객의 선택을 받는 일은 어렵다. 특히 사소한 실수로 고객의 불만을 사고 이를 외면하는 행위는 스스로 파국을 자초하는 지름길이라는 것이 두 권의 책이 주는 교훈이다. 물론 이 책들이 보다 큰 전략의 중요성을 부인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