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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보 Sep 19. 2019

'셰일혁명과 미국없는 세계'...미국의 세계 철수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생산 시설이 드론 공격을 받으면서 석유가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석유 생산하면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사실이 상식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석유 시장 판도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현재 세계 1위 산유국은 어디일까? 중동 국가가 아니다. 셰일 혁명이 활발하게 진행 중인 미국이다. 미국은 셰일 원유 생산이 크게 증가하면서 2018년 기준 세계 산유량의 16.2%를 차지해 최대의 산유국 자리를 차지했다. 2위는 사우디아라비아(점유율 13.0%), 3위는 러시아(12.1%)이다. 10위 권에 들어있는 중동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이란, 이라크, UAE, 쿠웨이트 등 절반 정도이다. 중동 국가들이 세계 석유 시장을 쥐락펴락하던 시대는 미국의 셰일 혁명으로 끝난 상태이다.  

   

 미국의 최대 산유국 부상은 미국에, 그리고 전 세계에 무엇을 의미할까. 이 문제를 잘 진단한 ‘셰일 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란 책이 있어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책은 지정학 전략가이자 에너지전문가인 피터 자이한이 저술한 책이다. 피터 자이한은 셰일 혁명은 미국이 에너지 자급을 이뤘음을 의미하며, 이에 따라 지난 70년간 세계에서 미국이 궂은일을 도맡아 해온 시대가 끝날 것이라고 예고한다. ‘미국 없는 세계’가 시작돼 다른 나라들은 이제 각자도생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우리나라에 대해서도 미국이 손을 떼면서 에너지 확보의 문제 등 큰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피터 자이한의 문제 제기는 미국이 세계에서 발을 빼는 트럼프 정부의 고립주의 정책의 뒤에 셰일 혁명으로 인한 에너지 자급 현상이 있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이 세계에서 손을 떼고 빠질 것이라는 그의 성급한 진단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미국이 세계 패권을 포기할 것이라는 그의 예측은 순진하기까지 하다. 미·중 무역마찰만 들여다봐도 그의 진단이 지나치게 극단적임을 잘 알 수 있다. 미중 무역마찰의 핵심은 중국의 부상과 추격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패권 유지 전략이다. 중국이 더 크기 전에 중국을 2위에 묶어두고 글로벌 패권을 유지하려는 세계 전략 아래 중국에 대한 무역보복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에너지 자급을 이루고 석유 수출국으로 위상이 바뀐 미국이 과거보다는 세계 문제에 덜 개입하겠지만, ‘적’으로 보고 있는 중국의 부상을 막기 위해 패권을 유지하는 전략은 계속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중국의 코앞에 있는 한국에서 미국이 손을 뗄 것이라는 자이한 예측은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한반도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고려하지 않은 ‘인식의 오류’로 보인다.    


 

어쨌든 셰일 혁명의 과정과 이로 인한 미국의 정책적 변화를 진단한 이 책은 흥미롭고, 참고할 만한 내용이 포함돼있다.     



셰일은 정확히 무엇일까? 셰일은 석유를 함유한 암석이다. 통상 석유는 암석층을 수직으로 관통해 시추하는 데 비해 셰일은 암석층을 따라서 수평으로 시추를 해야 한다. 그래서 물의 압력을 이용하는 수압파쇄 공법을 쓴다. 문제는 과거에는 셰일이 생산원가가 높았다는 데 있다. 중동지역의 원유 생산원가가 배럴당 30달러 선이었던 데 비해 2014년말 셰일 생산단가는 이보다 크게 높은 75달러 선이었다. 그래서 중동지역 산유국들이 유가를 낮춰 미국의 셰일 혁명을 좌절시키려 했다. 하지만 미국에 이에 비용을 낮추기 위한 기술개발로 맞섰다. 그 결과 물 등 재료를 재활용하고, 석유 채취량을 극대화하게 됨으로써 생산원가가 크게 낮아졌다. 그 결과 셰일 석유의 생산원가는 2016년에는 배럴당 40달러 선으로 낮아진 데 이어 2019년에는 중동지역과 비슷한 25달러 선으로 하락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젠 중동 산유국과 가격 경쟁을 벌일 수 있는 실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이게 1위 산유국 미국의 부상이 가능해진 이유이다.    


 

세일혁명은 미국에 큰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에너지 수출국이 됐다는 것은 외형적인 변화이다. 내면적으로는 미국 경제의 호황을 이끄는 한 축이 되고 있다. 우선 전기료가 저렴해져 해외로 나갔던 미국 기업들이 돌아오고 있다. 석유값과 전기요금이 내려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고 있다. 화학제품의 가격은 전 세계적으로 저렴한 축에 들어간다. 셰일산업은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셰일 산업과 직간접으로 관련된 부문에서 만들어진 일자리가 2015년에 250만 개에 달하며, 2020년이면 50만 개가 추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의 셰일 혁명은 세계 질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이 책이 진단하고 있는 내용이다. 미국이 지금까지 유지해온 세계 질서는 한마디로 2차 대전 후 만들어진 브레튼우즈 체제였다. 미국이 동맹국들과 함께 대소련 견제용 안보를 주도하는 대신 동맹국들은 미국에 상품을 내다 팔아 흑자를 유지하게 해주는 체제였다. 특히 그동안 미국은 중동지역의 석유가 필요했기 때문에 중동지역에 깊게 개입함은 물론 석유 수송로를 보호해주는 맏형의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소련이 붕괴한 데다 미국이 에너지 자급을 이룸으로써 이 같은 세계적 무역체제와 이 체제 속의 미국의 역할은 종언을 고하게 됐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 같은 상황의 변화로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 국가는 중동 국가들 가운데 누구 편을 들지 결정하고, 편드는 나라로부터 원유를 구매해 직접 유조선을 호송해오는 게 유일한 방법일 것이라고 극단적 주장을 한다. 하지만 앞에서 얘기했듯이 미국이 세계 패권을 포기하고 중국에 패권을 넘기는 어리석은 결정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 주장 또한 설득력이 약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중국에 대해서 잿빛 전망을 한다. “중국은 앞으로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다. 중국은 국내 생산능력만으로는 에너지 수요의 3분의 1 이상 충족시키지 못한다. 중국 해군은 취약한 에너지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에서 장시간 활동할 역량이 되지 않는다”     

이 책은 미국의 미래에 대해서는 자신감에 가득 찬 전망을 하며 그 힘의 근원으로 몇 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 미국은 가장 큰 소비시장을 가지고 있다. 둘째, 세계 제조업의 상당 부분이 에너지가 풍부하고, 자본을 공급하는 미국으로 돌아갈 것이다. 셋째, 미국 달러화에 도전할 화폐가 없다. 마지막으로, 미국에 석유는 더 이상 취약점이나 목표가 아니며, 도구이다.     



‘셰일 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는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셰일 혁명을 상세하고 전해주고, 이로 인한 미국 경제와 글로벌 무대에서의 미국의 역할 변화를 심층 진단해주고 있다. 특히 미국 우선주의를 내건 트럼프 행정부의 고립주의가 가능한 것은 셰일 혁명으로 인해 미국이 석유를 더 이상 중동지역에 의존하지 않고 석유를 자급하며 수출까지 하게 된 본질적 변화에서 온 것임을 잘 진단해주고 있다. 이로 인해 안보 등 세계 문제에 깊게 개입해온 미국에 입장에 큰 변화가 생기고, 미국의 세계 시장 역할도 크게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은 일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 책의 단점은 미국의 변화를 극단적으로 그리고 있다는 점에 있다. 미국이 거의 완전히 세계에서 손을 떼 큰 혼란이 일어날 것으로 점치고 있다. 그러나 앞에서 얘기했듯이 에너지 자급을 하게 됐다는 이유만으로 미국이 세계에서 물러난다는 시나리오는 현실적이지 않다.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패권을 차지하는 것을 미국은 용인할 수 없다. 중국을 적으로 보고 있는 미국. 이제는 중국 견제를 위해 ‘반중국 동맹’을 구축하는 게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이상 이 같은 관점에서 미국은 ‘세계 개입’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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