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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보 May 22. 2019

샌프란시스코에 마음을 남겨두었네!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

샌프란시스코 하면 뭉클한 마음이 든다. 40대 초반인 2001년에 직장을 그만두고 ‘무작정 유학’을 했던 도시이다. 샌프란시스코 옆의 U.C. Berkeley 경영 대학원(Haas School of Business)을 다녔다. 인생의 배수진을 치고 삶의 변화를 위해 치열하게 학업에 임했던 곳이다. 초조함과 미래에 대한 도전의식이 엇갈렸던 시간. 그런 시도 속에서 신앙에 눈을 뜨게 되는 선물이 주어진 곳이기도 하다. 뜨거운 믿음의 시간이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돼있다.


샌프란시스코 도심은 마천루만 주로 보이는 미국의 대도시와는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도로에는 승용차뿐만 아니라 전차도 수시로 오간다.

높낮이가 심한 굴곡이 반복되는 도로 구간도 있는 오르막길에서 신호에 걸려 정차하게 되면 늘 긴장이 됐던 때가 떠오른다. 이런 도로가 있는 해변의 한 고층 아파트에 경제학 대가인 밀튼 프리드먼이 살았는데 후배인 모 신문 미국 특파원이 그를 인터뷰하러 와 같이 프리드먼 집에 들려던 일이 생생하다.


샌프란시스코 하면 가장 많이 알려진 상징물은 역시 골든 게이트, 금문교다. 위에서 보는 Bay Area의 경치는 장관이다. 특히 운무가 가득할 때는 정말 아름다운 경치가 펼쳐지는 데 사진에 담을 기회를 잡지 못했다.


버클리 대학원을 졸업한 지 10여 년이 지난 2012년에 샌프란시스코에 들린 적이 있다. 이때는 지인과 함께 사진 촬영을 위해 꼭두새벽에 샌프란시스코 주변의 타말파이어스 산 정상에 간 적이 있다. 구름을 뚫고 산 정상에 올라가니 아직 문을 열지 않아 차 속에서 잠시 눈을 붙이다 문이 열릴 때 정상으로 걸어갔다. 발아래로 펼쳐지는 구름바다가 가슴 벅차게 다가왔다. 선경이 따로 없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남쪽으로 40km쯤 내려가면 Half Moon Bay가 있다. 반달 모양의 베이 앞으로 펼쳐지는 태평양 바다, 그 위로 펼쳐지는 펠리컨들의 비행... 아름다운 바다에 흠뻑 취한다.


태평양 카멜만에는 예술가들이 세운 카멜이라는 작은 도시가 있다. 인구 4200명. 아담한 크기에 예술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매력적인 곳이다. 느림의 맛과 함께 해변의 멋도 같이 즐길 수 있다.


카멜에는 1770년에 세워진 카멜 수도원이 있다. 건물 안에 들어서니 명상과 휴식을 위한 평화로운 분위기가 가득했다. 이곳에서는 예배와 결혼식, 장례식 등이 열린다. 수도원 안에는 그곳의 역사 등을 보여주는 4개의 뮤지엄이 있다.



2012년에 샌프란시스코에 갔을 때 MBA 공부를 했던 버클리 경영 대학원에도 들렸다. 이제는 졸업생으로 모교를 찾은 기분이 새로웠다. 안에 들어가 강의실 등을 둘러보며 반바지 차림에 백팩을 둘러매고 강의실을 돌아다니거나 끼리끼리 모여 토론을 하던 10여 년 전의 학교생활이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스쳐 갔다. 40대 초반의 새로운 도전이 펼쳐졌던 현장, 뿌듯했다.


학교에 들른 김에 졸업 증명서를 떼려고 대학 본부에 갔는데 ‘Class 2003’(미국은 졸업 연도로 학번을 말한다)이라고 했더니 직원이 나를 ‘Sir’라고 부르며 깍듯하게 대접해줘 졸업생에게 경의를 표하는 학교의 분위기 느껴졌다. 버클리 대학 정문 부근에는 Sather Tower가 있다. 1914년에 세워진 이 타워는 버클리 대학의 상징적인 건물이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시계탑이다. 타워 8층에 있는 전망대에 올라가면 버클리 전경과 멀리 샌프란시스코가 보인다.


정문을 나서서 왼쪽으로 올라가면 영화 ‘졸업’을 찍었던 카페 스트라다가 있다. 여기에서 커피 한 잔을 하는 여유는 가져봐야....


다양한 인종이 섞여 사는 아름다운 샌프란시스코. 일상처럼 바다를 보고 오갔던 시간. 바다를 쉬 볼 수 없는 서울로 돌아오니 한동안은 울적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이때부터 내 18번 팝송은 Tony Bennett가 부른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가 됐다. 가사의 일부다.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

샌프란시스코에 마음을 남겨두었네


High on a hill it calls to me

높은 언덕에서 나를 부르네


To be where little cable cars

작은 케이블 카들이 있는 곳


Climb halfway to the stars

별까지 올라가는 곳


The morning fog may

Chill the air, I don't care

아침 안개로 차가울지 몰라도 나 상관없네


https://www.youtube.com/watch?v=SC73kdOL5hk


글을 쓰고 보니 샌프란시스코가 그립다.


나는 샌프란시스코에 마음을 남겨두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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