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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보 Jul 05. 2019

일본 수출 규제는 ‘하책(下策) 중의 하책’

지난 2010년 9월. 센카쿠 인근에서 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이 일본보안청에 나포됐다. 이 사건에 중국은 무역보복으로 대응했다.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중단했다. 희토류는 첨단산업에서 쓰이는 중요한 소재이다. 일본은 중국을 WTO에 제소했고, WTO는 중국의 이같은 행위를 불공정 무역으로 판정했다. 일본은 이 일을 계기로 절치부심했다. 아프리카에 투자를 확대해 대체 공급선을 확보했다. 미국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늘렸다. 결과적으로 중국은 국제적으로 명분도 잃고 시장도 잃는 악수를 둔 셈이 됐다. 정치·외교적 이유로 무역을 무기화하는 것은 ‘하책 중의 하책’인 셈이다.     



피해국이었던 일본이 이번에는 우리나라를 상대로 수출통제라는 무기를 들고 나왔다.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반도체, 스마트폰, TV 등 우리의 주력 수출품에 쓰이는 3개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에 들어갔다. 규제가 확대될 것이라는 얘기가 일본 미디어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한 나라 사법부의 판단을 놓고 수출이라는 칼을 휘두르고 있다. 압박의 효과는 클지 몰라도 하책 중의 하책이다.     



왜 이런 평가를 하는가? 무역 규제에도 수준 또는 급이라는 게 있다. 그나마 경제적 동기에 의해 발동되는 것이라야 최소한의 설득력이라도 갖는다. 농업 등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시장의 문을 걸어 잠그거나 좁게 여는 것은 국제적으로 어느 정도 용인이 된다. 수입규제가 가장 많이 쓰일 때는 자국의 무역적자 규모에 빨간 불이 켜졌을 때이다. 덤핑이나 환율을 조작한다는 등의 혐의가 있을 때 자주 발동된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분쟁에서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해 첫 공세를 시작한 것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대중국 무역적자에 대해 강력한 문제 제기를 하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국은 1994년에는 막대한 적자를 내고 있던 일본에 대해 통상법 301조에 의한 조사개시를 결정했다. 일본이 이에 불응하자 1995년 5월 대일 자동차 보복조치를 발동해 통관을 보류토록 했다. 무역에서 큰 손실을 보고 있는 나라가 이익을 보고 있는 나라를 대상으로 수입을 규제한 사례들이다.      



특정 나라에 대한 수출 규제도 급이 있다. 1990년에 일본은 막대한 대미 흑자 규모가 문제가 되자 미국의 압력에 밀려 자동차 등 일부 수출을 자율규제한 적이 있다. 통상마찰을 줄이기 위한 경제적 동기에 의해 진행된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일본이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 규제에 들어간 것은 경제 논리와는 전혀 무관하다. 우리 대법원의 판결에 대한 불만을 엉뚱하게 수출통제로 나타내는 하책 중의 하책이다. 일본이 그토록 반발하며 WTO에 제소했던 중국의 희토류 수출 중단과 무엇이 다른가. 당시 중국이 정치·외교적 이유로 희토류 수출 중단이라는 악수를 뒀다가 명분도 실리도 잃은 것을 보고도 이를 잊은 것인가.      



지금 세계 각국은 자유무역 체제 아래서 서로 제품을 주고받는 복잡한 국제적 분업구조 속에 놓여 있다. 각기 상대국보다 기술 수준이 높거나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는, 즉 비교우위가 있는 제품에 특화한 다음 이를 주고받는 자유무역의 틀을 유지하고 있다. 서로 이익을 보는 ‘윈-윈’의 무역 구조이다. 이런 분업구조 속에서 상대가 아픈 품목을 골라 수출 규제를 하는 것은 비겁한 처사이다. 한강에서 뺨 맞고 종로에서 화풀이하는 식으로 정치·외교적 동기로 수출을 무기화하는 것은 ‘힘의 횡포’이다. 이같은 조치가 길어질 경우, 한국 기업들은 타격을 받게 되고 경제에도 부정적 여파가 미칠 것이다. 하지만 일본도 멀쩡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과 중국 등 다른 나라에도 부메랑처럼 그 파장이 확산할 것이다. 모두가 국제 분업 구조 속에 있기 때문이다. 


     

세계 4위의 경제 규모를 가지고도 동아시아에서조차 리더십을 가지고 있지 못한 일본은 그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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