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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보 Aug 13. 2019

일본은 왜 쿨하게 사과하지 않을까

제래드 다이아몬드 저 '대변동' 서평

그레그 브레진스키 미국 조지 워싱턴 대학교수는 최근 '과거 죄에 대해 속죄하지 않은 일본이 세계 경제를 어떻게 위협하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을 워싱턴 포스트에 실었다. 이 글에서 브레진스키 교수는 "일본 사회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자국 군대가 저지른 일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총, 균, 쇠‘를 쓴 세계적 석학인 재레드 다이아몬드 UCLA 교수도 최근 펴낸 저서 ’대변동‘에서 과거사 사과에 대한 독일과 일본의 차이를 비교하며, 진심으로 사과할 줄 모르는 일본을 비판했다. 이 내용을 중심으로 ’대변혁‘의 요점을 소개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I559oQ86Njo&t=14s

1970년 12월 7일,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 쌀쌀한 날씨에 검은 외투를 입은 한 신사가 게토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주인공은 빌리 브란트 독일 총리. 그는 폴란드 군중 앞에서 나치에게 수백만 명이 희생된 사실은 인정하며 용서를 구했다. 폴란드는 2차 세계대전 동안 인구 대비 희생자 비율이 제일 높은 나라였다. 나치의 대형 강제수용소들이 있던 곳이기도 했다. 이날 브란트의 행동은 폴란드인의 예상을 깨는 파격적인 것이어서 진실한 사과로 받아들여졌다. 독일은 이후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나치가 저지른 만행에 대해 사과를 해왔다.



독일 뮌헨 근처의 다하우. 나치 강제수용소가 있던 곳이다. 전후 이 수용소는 박물관으로 개조돼 일반에 공개되고 있다. 나치가 유대인과 비나치 독일인에게 잔혹한 박해를 한 현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독일 어린아이들은 학교에서 나치가 저지른 죄에 대해 배우고 이곳을 견학하기도 한다. ’스스로를 심판하는‘ 독일의 열린 태도이다. 독일은 이같이 과거에 대해 ’처절하게‘ 반성함으로써 이웃 나라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 독일과 정반대의 모습이다. 리콴유 싱가포르 초대 총리는 일본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독일인과 달리 일본인은 정화 과정을 거치지 않았고, 자신들의 체제에 내재한 독소를 제거하지 않았다. 그들은 젊은이들에게 자신들이 범한 잘못을 가르치지 않았다. 나는 일본인이 왜 과거를 인정하고 사과한 후 미래로 나아가려 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 다이아몬드도 같은 의견이다. “일본 정치인들이 수없이 사과했다고 말하며 ”일본이 충분히 사과하지 않았느냐?“라고 묻는 학생과 일본인이 적지 않다. 간단히 답하면 ”그렇지 않다“! 사과가 억지로 꾸민 듯하고 설득력 없게 들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본의 책임을 최소화하거나 부인하는 발언이 뒤섞인다”“반성을 더한 진실한 행동이 일본에서도 행해질 때까지 한국인과 중국인은 일본의 형식적 사과를 계속 불신하며 일본을 미워할 것이다”.



잘못된 행위에 대한 사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부합되는 행동이다. 독일처럼 진실된 사과를 일본은 왜 하지 못하는 것일까? 필자는 두 가지 이유를 추론해봤다. 첫째, 독일은 나치 청산이 철저하게 이뤄졌다. 새로운 세력이 국가를 지휘하고 있기에 나치의 만행을 객관적으로 보고 가슴에서 나오는 사과를 할 수 있었다. 이에 비해 일본은 천황 중심의 전시 체제가 철저히 청산되지 않았다. 소련의 세 확장을 견제하기 위한 교두보로 일본을 활용하려는 미국의 전략 탓에 일본의 옛 정치구조가 그대로 유지되었다. 따라서 이 역사를 이어받은 현재의 일본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조상이 저지른 죄과를 인정하는 데 소극적이다. 둘째, 독일은 인문과 예술이 있는 ’문사철‘의 나라이다. 기본적으로 휴머니즘 가치를 존중하는 토양이 강하다. 이에 비해 일본의 사무라이 정신이 주축이 되는 ’무사의 나라‘의 성격이 강하다. 가치보다는 실리를 중시하는 문화여서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대한 지도층의 공감이 취약하다. 이 부분은 필자의 의견이니 얼마든지 다른 의견을 환영한다.



다이아몬드는 ’대변동‘에서 일본 경제의 장래에 대해서 경고를 하고 있다. 막대한 규모의 정부 부채와 저출산, 고령화 추세의 문제점을 지속하면서 반드시 바꾸어야 할 태도 세 가지를 지적한다. 첫째, 일본은 자연자원을 지속 가능하게 수확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을 선도하지 않고, 무제한적으로 확보하려는 욕심을 좀처럼 거두지 않고 있다. 둘째, 2차 대전 당시의 잔혹 행위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지 않고 있다. 셋째, 정직하고 현실적인 자기평가가 부족하다.



다이아몬드는 이번 책에서 독일과 일본 외에도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간략하게 소개하면 다이아몬드는 전 세계를 위협할 문제로 핵무기 폭발, 기후변화, 세계적 자원 고갈, 세계적 차원의 생활 수준 불평등 등 네 가지를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미국에 대해서는 두 장을 할애해 심층 분석한다. 그는 미국을 위협하는 근본 문제로 정치적 타협의 악화, OECD 국가 중 최하위인 투표율, 유권자 등록 방해 제도, 상위 1%가 국민소득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불평등, 교육투자의 감소, 다른 나라에서 배우려 하지 않는 미국 예외주의 등을 들고 있다.



대변혁은 핀란드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분석을 하고 있다. 소련과 긴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핀란드는 민족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파시키비-케코넨 원칙‘이라는 정책을 수립했다. 이 원칙에 따라 핀란드는 소련의 관점을 이해하고 소련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파시키비와 케코넨 대통령은 스탈린과 흐루시초프, 브레즈네프와 꾸준히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대변동‘의 부제는 ’위기, 선택, 변화‘이다. 다이아몬드는 개인이든 국가든 외부적 압력이나 내부적 압력에 성공적으로 대응하려면 선택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완전히 변화 수 없는 만큼 바꿀 필요가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을 알아내 필요가 있는 부분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사례들이 소개되고 있어 흥미롭게 읽고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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