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안식휴가

by 방황하는개발자

지금 뮌헨 공항에서 리스본행 비행기를 대기 중이다. 한국시간으로는 새벽 3시가 지나가서 졸려 죽을 거 같은데, 리스본 도착하면 현지시간으론 11시 30분, 한국시간으로는 대략 6시쯤 될 거 같아서 시차던 컨디션이던 모든 것들이 엉망이 될 거 같지만. 새로운 도시에 간다는 설렘과 긴장이 잠 못 들게 하는 거 같다. 인천공항에서 출발 전 내가 마지막으로 혼자 먼 곳을 와본 게 언젠가 생각해 보면. 독일 아니면 뉴욕인데 정확히 기억은 안 난다. 그만큼 오래됐다는 뜻이겠지. 그 당시에는 혼자 떠나는 것에 대한 걱정이나 두려움, 지루함과 외로움에 대한 걱정이 없었는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혼자 멀리 떠나는 여행이 썩 행복하게 느껴지는 건 아닌 거 같다. 물론 여행 갔다 오면 좋긴 하겠지만.


첫 번째 안식은 작년 8월쯤 몽골 여행을 갔을 때였다. 그때도 그냥 몽골의 초원에서 드론을 날려보고 싶어서, 별을 예쁘게 담아보고 싶어서 즉흥적으로 결정하긴 했는데 그래도 그땐 패키지여행으로 가서 그때 만난 친구들과 친해지면서 외로움도 덜하고, 나름 재미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완전 자유여행 + 혼자 여행을 하는 일정이라. 여행 계획부터 짜는 게 귀찮았고, 미루고 미루다 출국 2주 전에 비행기표를 예매한 거 같다. 사실 이번 포르투갈 여행도 엄청 뭔가를 해보고 싶다 라기 보단 포르투갈 뷰가 좋더라, 내가 가봤던 유럽 중에 제일 좋더라 하는 주변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즉흥적으로 결정했다.


포르투갈에 대해서 알아보기도 전에 일단 비행기부터 제일 싼 걸로 질렀다. 뮌헨을 경유하는 루프트한자. 혼자 가는 여행이니 직항이나 출도착 시간보단 싼 게 제일 중요했던 거 같다. 그래서 일정은 좀 하드코어 해졌는데... 어릴 때 혼자 여행 갔을 때도 제일 싼 비행기, 제일 싼 숙소였는데. 나이가 들어도 비슷한 거 같다. 다만 숙소는 중간에 에어비앤비로 혼자 쓰는 일정이 조금 있긴 하다. 그래도 돈 버는 직장인인데 며칠 정도는 편하게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랄까.


비행기표, 숙소, 투어 등을 예약하면서 결제한 내역을 적어두는데 여행 시작도 안 했는데 200만 원 넘게 썼다. 솔직히 매번 장기 여행을 가기 전에 스스로가 지금 여행 갈 때가 맞나? 이런 생각을 계속하는 거 같다. 아직 상환해야 할 대출, 곤두박질쳐서 반려주식이 될 거 같은 우리사주, 트럼프 행보에 왔다 갔다 하는 미국 주식까지. 어느 하나 나를 마음 편하게 하는 상황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2주간의 소중한 휴가인데 색다른 경험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해서 해외여행을 결정했다. 아직 본격적으로 여행이 시작하지 않았지만 좋은 경험과 추억으로 남기를 바라고. 외로움을 좀 덜 타길... 날씨가 좋길...


기대, 설렘, 걱정, 외로움, 피곤 등 여러 감정들이 복잡하게 얽힌 여행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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