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돌아보면 후회되고 아쉬운 것들만 생각난다. 나는 ‘잘’살았나, 그렇다면 잘 살았다는 기준이 뭘까, 한참을 생각해도 마땅히 답이 나오지 않는다. 누군가는 원하는 만큼 즐겁고 열심히 일했으니까 잘 살았다고 말한다. 혹은 돈을 많이 벌었으니까, 아니면 비록 돈은 별로 없었더라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시간이 많았으니까 보낸 삶에 만족할 수도 있겠다. 이처럼 기준이 되는 건 사람마다 주변 환경, 가치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누군가 ‘잘’사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한데도 딱히 수용할 만한 답이 되지는 못할 것 같다. 다만 한가지 드는 생각은 내가 믿는 것에 마음 쓰며 사는 삶은 잘 사는 것이라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성인이 되자마자 지금까지 이직 한 번 하지 않고 일했던 친구가 당당히 사직서를 내고 여행을 떠났을 때 참 멋있다고 생각했다. 방송국에서 최소한의 생활을 겨우 유지할 만큼 적은 월급을 받으면서도 매일 밤낮을 일하던 친구가 메인 PD로 승진했을 때 빛나던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다. 다들 멋지게 살아가고 있구나. 믿음이 있다면 끝끝내 빛나는구나. 이런 사람들이 내 삶의 한 부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왠지 잘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산다는 건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다. 그건 어쩌면 어떤 모습이든 어떤 꿈이든 스스로가 느끼고 믿는 것에 대해 가치를 가지는 것이 아닐까. 어떤 경우에서도 남의 말을 기준 삼지 않고 내 삶에 소중한 가치를 찾아가는 것. 어떤 것을 선택하더라도 그 순간 마음에 맞는 답을 고르며 사는 것. 오답이어도 괜찮으니 후회 없다고 말할 수 있는 내 길을 걷는 것. 이런 믿음을 가진다면 제법 의미 있는 삶이 되지 않을까.싶다.
한 해의 끝이 되니 알겠다. 대단하지 않아도 그럴듯한 삶이 아니었대도 묵묵히 내일을 살아내는 것이 얼마나 멋진 것인지를. 그러니 지나간 시간을 탓하고 아쉬워하고 부정하지 않기로 한다. 열렬하고 참 애썼으니 그걸로 됐다고, 그때가 있었으니 지금의 내가 된 거라고, 딱 그 정도의 마음만 쓰기로 한다. 흘러가는 시간 앞에서 내 믿음을 믿고 조금씩 나아갈 뿐이다.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마음을 쓰고 하루를 써 내려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