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아빠를 대했던 행동이 너무나 달랐던 자매가 있다.
치매 아빠를 우주에서 가장 행복하게 만들어준 둘 째 딸.
아빠의 시한부 선고 이후에야 그 소중함을 깨달은 막내 딸.
바로 나의 작은 언니(노신임 작가)와 나(노신화 작가)이다.
아빠와 함께한 시간들을 기억하며 펴낸, 두 자매의 너무나 다른 책.
<비가 와도 꽃은 피듯이>와 <7년간의 마법 같은 기적>
너무나 다른 자매이지만 아빠와의 시간을 기록하고 출간하기까지의 마음만큼은 같았다.
소중한 사람은 지금 곁에 있는 사람임을 알게 해주고,
어떤 역경속에서도 밝음을 찾으며 그 길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주고,
누군가와의 영원한 이별을 경험한 이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싶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진한 감동, 웃음, 뜨거운 눈물이 교차하는 경험을 선사하면서.
<비가 와도 꽃은 피듯이>는 갑작스레 맞은 아빠의 말기 암 선고 이후에야 아빠의 소중함을 깨달은 철부지 막내 딸인 내가(노신화 작가) 아빠와 동행한 76일간의 기록이다.
시한부 선고는 '끝'이 아닌 '시작'이었다. 아빠가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전에는 무심코 스쳐 보냈던 표정, 말, 행동, 몸짓이 내 눈과 가슴에 스미듯 담겼다. 아빠를 바라보는 일분일초가 소중하게 다가왔다. 뒤늦게나마 아빠를 알고 싶었다. 돌이켜 보니 아빠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 어떤 노래를 좋아하는지, 왜 그토록 집을 떠나기 싫어했는지, 가장이 아닌 아들로서의 삶은 어땠는지, 나의 결혼식 내내 왜 무표정으로 고개만 숙이고 있었는지. 아빠의 딸로서 서른다섯 해를 사는 동안 외면하고 깨닫지 못한 것이 너무도 많았다.
부디 너무 늦지 않았기를 바랐다. 참으로 무심한 딸이었다. 남의 경조사는 살뜰하게 챙기면서 아빠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주위 사람들의 고민은 귀 기울여 들었으면서 아빠가 살아온 날들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거의 없었다. 누군가 나로 인해 받았을 상처에는 전전긍긍했으면서 정작 나 자신이 아빠에게 준 상처는 알지 못했다.
나를 보는 의사의 눈빛은 이별을 준비하라고 했지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아빠의 건강을 되찾아 드리고 그동안의 빚들을 하나씩 갚아 나가야 했다. 함께하고 싶은 일들이 많았다.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화창한 어느 가을 아침에 아빠는 영영 내 곁을 떠났다. 암 진단 후 76일 만이었다.
- <비가 와도 꽃은 피듯이> 중에서. 노신화 지음.
<7년간의 마법 같은 기적>은 치매 아빠를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하는 둘째 딸인 나의 작은 언니(노신임 작가)가 '우주 최고로 행복한 아빠 만들기 프로젝트' 에피소드를 담은 7년간의 기록이다.
아빠에게 치매가 찾아왔다. 온 가족은 절망했다. 더 이상 아빠를 곁에 두기 힘들었다. 병원에 방치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내버려 둘 순 없었다. 아빠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빠의 고통을 이해하려 했다. 아빠의 상상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상상의 바다에서 아빠와 함께 헤엄쳤다. 상상 속에서 아빠는 세계 최고의 VIP가 되었다. 대기업 회장님이 되었고, 대통령 후보자가 되었다. 수백 채의 건물주가 되었고, 후대에 길이 남을 위인이 되었으며, 고대로부터 예언된 귀인이 되었다.
7년동안 나는 아빠를 '우주 최고의 행복한 아빠'로 만들기 위해 수많은 작전을 세우고 또 성공시켰다.
아빠를 무진장 괴롭혔던 도사와 담판을 짓기도 했고, 아빠가 어마어마한 부자인 걸 증명해 주기 위해 007가방에 돈을 잔뜩 담아 전달하기도 했으며, 최첨단 특수 칩을 아빠 몸에 심기도 했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경호원들과 팀을 이뤄 아빠를 밀착 경호하기도 했고, 아빠와 합심하여 데이트 폭력의 수렁에 빠진 여자 후배를 구출해 내기도 했다. 그 외에도 기저귀 패션쇼를 성공리에 치러냈고, 애기똥 특허를 통해 지구를 보호할 수 있는 아이디어도 짜냈다. 아빠와 나 사이에는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일들이 셀 수 없이 펼쳐졌다.
그렇게 아빠의 세계에 꽃을 심어 주었다. 행복 별, 웃음 별, 사랑 별, 아빠가 원하는 수많은 별들도 따다 주었다. 아빠의 상상 속 세계는 어두움과 고통에서 점차 빛과 행복으로 바뀌었다.
- <7년간의 마법 같은 기적> 중에서. 노신임 지음.
참으로 다행스럽다. 나의 아빠 노영현 님의 두 딸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기록을 남겼다는 것이.
아마 아빠는 하늘나라 꽃길에 놓인 의자에 앉아 이 모든 것을 지켜보며 흐뭇하게 미소 짓고 계시리라.
당신이 주인공이지만 사뭇 다른 느낌의 두 책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