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내 아이에게 주고 싶은 단 하나

by 노신화


부디 내 아이가 더 가치 있고, 참되고, 행복한 삶의 주인공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고민 끝에.... 아이의 ○○○을 키워주는 엄마가 되기로 했습니다.




“엄마, 바보가 뭐야?”
네 살배기 둘째가 물었다. 책 속 낯선 단어가 녀석의 작은 눈을 반짝이게 했다. 너무나 익숙한 단어건만 나는 일순간 멈칫했다. 그 정의에 대해 곰곰 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일단 흔히들 알고 있는 바대로 설명해주니 아이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왠지 그대로 마치면 안 될 것 같았다.
“음…… 이렇게 뭐든 모르는 사람을 바보라고 하는데, 잘 알고 있는 사람 중에도 바보가 있어. 어떤 행동을 하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그렇게 하는 사 람. 또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옳은 줄 알면서도 안 하는 사람도 바보야. 지혜 로운 사람은 달라. 알고 있는 대로 실천도 잘하지. 우리 로운이는 지혜로운 사람이에요? 바보예요?”
“지혜로운 사람!”
“우와! 멋지다!”


지난 6년간 두 아들과의 대화를 통해 깨달았다. 아이들은 대화를 즐긴다 는 것을. 우리 집 두 꼬마는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소리인 엄마의 다정한 목소리로 펼쳐지는 다채로운 이야기에 매료됐다. 만화, 그림책, 그네타기보 다 훨씬 재미있다면서 두 귀를 쫑긋 세우고, 두 눈을 반짝였다. 내내 흐트러짐이 없고, 물음을 던지기도 하고, 이해했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두 작은 요정에게 어울릴법한 주제나 소재를 딱히 정하지 않았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췄을 뿐이다. 기특하게도 녀석들은 그 어떤 얘기도 소화해 냈다. 인생에 있어서 사고력, 감사, 성찰이 왜 중요한지에 대한 얘기, 행복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고 그를 위해서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얘기, 지금의 슬픔에 빠지지 않으려면 길게 보는 습관이 중요하다는 얘기,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


아직은 풋내 가득한 꼬마들과 이런 대화를 나눈 이유가 있다. 부디 내 아 이가 더 가치 있고, 참되고, 행복한 삶의 주인공이 되기를 바랐다. 이를 위해 아이에게 무엇이 필요할지 고민해보니 ‘사고력’이라는 답이 나왔다. 생각하고 궁리하는 능력 말이다. 아이가 사고의 뿌리를 크고 단단하게 갖추면 어떤 어려움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고, 나아가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꿈을 꾸며, 그 길로 향하는 성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나는 아이의 사고력을 키워주는 데 온 노력을 쏟는 엄마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내 앞에 다른 일들이 즐비했다. 두 아이를 먹이고, 씻기고, 입히고, 놀아주고, 치우고, 재우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나날 이었다. 아이의 사고력을 키우는 일도, 아이들의 일상을 챙기는 일도 모두 중요했고 미룰 수 없었다. ‘육아 전쟁을 벗어날 수는 없으니 그 속에서 가능 한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곰곰이 생각한 끝에 육아의 일상에서 나오는 모 든 사색을 매 순간 아이와 나누기로 했다.

나는 사색을 즐기는 사람이다. 어떤 것에 대하여 이모저모 생각하고, 깊이 파고들면서 깨달음을 얻는 과정이 내게는 큰 기쁨이다. 따라서 나의 머릿속은 늘 생각들이 넘쳐났다. 이런 습관은 어린 두 아이를 키우는 와중에도 멈 추질 않았다. 오히려 더했다. 엄마로서 고민에 빠지는 다양한 상황을 숱하 게 맞았다. 그런 내게 육아는 사색 거리의 샘물이었다. 형제간에 다툴 때, 아이가 장난감을 사주기 전에는 한 발짝도 안 움직이려 할 때, 낮잠을 안 자려고 고집부릴 때, 동심의 엉뚱한 질문을 받았을 때, 텔레비전에서 아이에게 부정적인 장면이 나올 때, 아이가 아닌 나 자신을 위한 일을 너무나 하고 싶 을 때……. 육아의 모든 순간마다 내 생각 바퀴가 바삐 움직였다.

머릿속에 떠오른 바를 넓게 펼치고, 깊게 파고들고, 하나하나 엮어가면 의미 있는 무언가를 찾아내게 된다. 이것이 사색의 묘미다. 나는 이야기꾼이 되어서 그것들을 아이들과의 대화에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녹였다. 녀석들 의 눈높이에 맞춘 덕에 아무리 어려운 얘기더라도 두 꼬마는 높은 수준의 몰입을 보였다.

대화는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면모를 끄집어내는 단연 으뜸의 방법이다. 특히, 철학적 대화가 쌓여감에 따라 동심의 지혜와 고운 심성에 감탄하는 순 간을 자주 맛보았다. 나의 입을 쏙 닮은 네 살배기가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나 자신’을 꼽았을 때, 나의 눈을 쏙 닮은 일곱 살배기가 꼭 이루고 싶은 일 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것’이라며 삐뚤빼뚤한 글씨로 적었을 때, 내 가슴은 감동으로 벅차올랐다. 나는 또한 녀석들이 인격체답게 행동하는 것을 보는 행복도 누렸다. 둘은 떼를 쓰거나 고집을 부리는 대신 엄마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었다. 그러고는 자신을 위한 현명한 행동이 무엇인지 판단하고, 그에 따라 실천하곤 했다.

우리 가족에게는 평범하기만 한 이 일상들에 대해 다른 이들은 비범하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지난 6년간의 육아 동안 펼쳐졌던 아이들과의 대화와 나의 사색을 기록하기로 했다. 이 책으로 말미암아 많은 가정에서 자연스러운 철학적 대화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그래서 우리 가족의 이야기가 더는 비범한 일이 아닌, 어느 가정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길 바란다. 나는 확신한다. 이 책이 육아에 있어서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엄마, 엄마와 눈을 맞추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그 어떤 것보다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글을 쓰는 내내 나의 부모님이 얼마나 고마운지 새삼 느꼈다. 어린 시절의 내게 즐거움 중 하나는 아빠와 엄마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이었다. 나는 때때 로 ‘우와! 어떻게 저렇게 할 생각을 했을까?’ 하며 두 분의 지혜에 감탄하고, 남몰래 어깨를 으쓱하곤 했다. 나의 부모님은 어떤 일이건 더 바람직하고 지혜로운 선택을 하고자 늘 노력하셨다. 그것이 나에게 소중한 자산으로 스며 든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를 즐기는 사람이 된 것은 나를 키워준 분들을 닮아서다.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하늘나라에서 언제나 막 내딸을 지켜주고 계신 나의 아빠 노영현 님께, 그리고 “나는 신화 네가 행복 하면 돼.”라고 입버릇처럼 얘기하시는 나의 엄마 한영심 님께.



보다 나은 세상을 꿈꾸는
노신화


- <우리 집에는 꼬마 철학자가 산다>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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