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삶이 균형 잡힌 삶을 위하여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노력은 실제 삶의 균형이 깨지는 것을 느끼면서 시작하게 됩니다. 나에게는 그 시점이 언제였는지를 돌이켜 보면 2019년 사업 실패 이후로 생각됩니다.
내 인생만 책임지면 되는 학창 시절을 지나, 25세의 나이에 한의사가 되었고, 27세의 나이에 결혼을 하게 되면서, 혼자만의 삶이 아닌 함께 사는 균형 잡힌 삶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첫 직장인 한방병원에서 일반 수련의 시절은 주 1회 평일 근무시간 이후, 10주 1회의 주말 근무시간 이후의 휴식시간 만이 존재했고, 전문 수련의 1년 차에는 명절 기간 중 하루와 여름휴가를 제외하고는 환자 관련 업무를 해야만 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주간에는 환자 진료와 처치, 의무기록 작성에 시간을 쏟고, 잠깐의 여유시간 동안은 내가 모르는 의학지식 습득을 위해 전공서적과 논문을 찾아보는 시간이었고, 업무가 끝난 야간 시간에도 담당 환자에게 문제가 발생하면 언제든 전화를 받고, 처치를 해야 하는 2년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전문 수련의 2년 차인 27세의 나이에 결혼을 했고, 같은 해에 아들을 얻었습니다. 그해에도 입원 환자와 외래 환자 진료, 논문 작성, 회식 등에 대부분의 시간을 쏟던 내 삶의 중심에는 병원 생활이 있었습니다.
당시 수련의 시절은 그렇게 보내는 것이 당연하다는 사회의 분위기와 가족의 이해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일에 매몰되어, 가족과의 시간은 거의 없었던 수동적 삶의 시간이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가족과의 삶의 시간보다는 긴 진료시간과 부족한 지식의 습득을 위해 세미나 참석에 많은 시간을 사용하였고, 아이의 성장과 교육 측면은 부인에서 맡겨두었습니다.
그런 시간이 10년 이상 지나고 나니, 반복된 일상을 지속하는 쳇바퀴 같은 삶에 대해 지치기도 하고, 그러한 삶의 패턴에서 벗어나고자 고민하던 시기에 동업의 유혹이 찾아왔습니다.
달콤한 제안의 이면에는 무서운 진실이 숨어 있습니다. 2019년 자본의 대부분을 빚으로 시작한 한방병원은 개원 1년 정도 지난 시점부터는 나에게 회생, 파산이라는 경제적 실패와 각종 민·형사 사건이라는 결과를 남긴 채 마무리되었습니다.
2022년 10월까지 대부분의 사건 자체는 마무리되었지만, 그 3년의 과정은 나에게 육체와 정신의 상처를 남겨주었습니다. 이때부터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2022년과 2023년은 경제적 안정을 위해서 진료 외에도 야간, 주말 당직 업무를 맡아서 파산 이후의 남은 세금을 정리하는 과정에 집중하면서, 다시 집에서 가족과 있는 시간이 줄어들었습니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지쳐갔고, 진료에 대한 의욕도 갈수록 떨어져 갔습니다.
2023년 10월 나의 삶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꿈만사 책방과의 인연을 시작하면서 느리게 책을 읽고, 내 생각을 써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또한, 매주 토요일마다 각자의 책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살아온 삶과 사연이 담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내 삶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살아갈 계획과 방향성을 잡아가며,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해서 고민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2024년 1월 꿈만사에서 진행한 <캔바로 버킷리스트 시각화하기> 과정을 통해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목록을 작성한 후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명상 공부를 하고, 체형의 안정을 위해 도수치료를 받으며, 나의 몸과 마음의 균형을 되찾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가족과 여행도 가고, 부모님과 통화를 하며 가족과의 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나의 성장을 위해 책을 읽고 기록하는 과정을 실천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이를 넘어 책 쓰기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일에만 집중하던 삶에서 가족 관계, 건강관리, 내면의 성장 등을 포함한 다양한 삶의 측면을 내 삶의 시간 안으로 포함시켰습니다. 아직은 균형 잡혔다고 하기에는 부족하지만, 매일매일 글쓰기를 하며 점점 성장하고, 균형을 잡는 단단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