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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협 Jul 22. 2021

허리 통증, 감기와 닮았다

허리 통증으로 병원에 오시는 분들을 진료하다 보면 종종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허리 통증은 감기와 비슷한 점이 꽤 있다는 것입니다.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이 두 가지가 어떤 점이 비슷하다는 것일까요?

그 감기와 허리 통증의 공통점에 대해서 간단히 얘기해보겠습니다.




첫번째, 누구나 흔히 겪습니다.


물론 요즘은 감기 환자가 예전에 비해 확실히 줄긴 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서 마스크 사용이 생활화되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감기가 흔한 질병이라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하실 겁니다.

허리 통증 역시 감기와 마찬가지로 누구나 흔하게 겪는 증상입니다. 인구의 70-85%가 일생의 어느 지점에서 허리 통증을 겪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게다가 1년 동안 성인 인구의 절반 가량이 허리 통증으로 고통을 받는다고 합니다.

굳이 이런 통계적인 내용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허리 통증이 흔하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할 것입니다.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요즘 허리가 아파 죽겠다’라고 한번 얘기해보시면 느낄 수 있습니다.


‘허리에 아플 때는 운동을 해야 한다’

‘MRI를 찍어서 확인해봐야 한다’ ‘

신경 주사 치료를 받는 게 가장 효과가 좋다’

‘물리치료를 받아봐라’

‘혹시 병원에서 수술하자고 하면 수술은 절대 하면 안 된다. 허리 망치는 지름길이다’


모두가 한 마디씩 허리 통증에 대한 자신들의 의견을 얘기하실 겁니다.

많은 분들이 허리 통증을 겪어 보셨기에 저마다 본인만의 경험이 있어서입니다.




두번째, 대부분은 저절로 낫습니다.


감기는 대부분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합니다. 감기 증상이 있을 때 복용하는 약들은 항바이러스약이 아니라 증상을 완화시키는 약입니다. 열을 낮추고 콧물과 기침이 덜 나오게 하는 해열제, 항히스타민제와 같은 약들입니다. 감기가 발생했을 때 증상 조절을 하면서 기다리면 대부분의 경우에는 저절로 낫기 때문입니다.

허리 통증 역시 감기와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낫는 경우가 많습니다.

허리 통증의 원인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게 디스크성 통증이 원인입니다.

디스크성 통증이란 디스크의 가장 바깥 부분인 섬유륜이라는 부분이 찢어지면서 허리 통증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디스크의 수핵이 섬유륜을 통해 터져 나오는 디스크 탈출증의 전 단계로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섬유륜이 찢어지면서 디스크성 통증이 급성으로 생기면 정말 극심한 허리 통증을 느끼게 됩니다. 거동하기 힘든 것은 물론이고, 허리를 숙여서 세수를 하거나 양말을 신기도 어렵습니다. 특히 이런 급성 허리 통증을 처음 겪는 분들은 ‘디스크가 터진 건가? MRI를 찍어봐야 하나? 수술해야 된다고 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굉장히 불안해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디스크성 통증은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낫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손상된 디스크가 아물고 통증의 강도 또한 줄어듭니다. 교과서에는 6주 이내에 90% 이상의 통증이 호전된다고 되어있습니다. 제 경험적으로는 1주일 정도만 지나도 일상생활에서의 큰 불편함 들은 어느 정도 해결됩니다. 2주 정도만 지나면 가벼운 조깅 정도로 회복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개인차는 있습니다.

명심해야 할 점은 저절로 낫는 경우가 많다해서 병원에 가지 않고 치료도 받을 필요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적절한 약물 치료를 하고 필요시에는 조기에 신경 주사 치료, 물리치료 등을 받는 것이 회복에 도움을 주고 만성 통증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아 주기 때문입니다. 또한 동반되는 방사통이나 신경학적 증상이 있는지 척추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세번째, 더 악화될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이기도 합니다. 평상시 폐가 안 좋거나 앓고 있던 만성 질병이 있으신 분이 감기에 걸리면 폐렴으로 악화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병원에 입원을 해 중환자실로 가고 인공호흡기까지 달아야 하며 생명에 지장이 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우리 허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디스크의 바깥 부분인 섬유륜이 살짝 찢어졌던 것이 디스크 탈출증으로 진행할 수 있고 신경을 눌러서 하지 마비, 대소변 장애를 일으키는 마미총 증후군까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신경을 감압하기 위해서 즉각적인 응급 수술이 필요합니다. 물론 흔한 경우는 아닙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허리 통증의 90%는 수술 없이 저절로 호전됩니다. 하지만 ‘나중에 저절로 좋아지겠지’라는 생각으로 허리 건강에 신경 쓰지 않고 안일하게 지내다가는 결국 화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진료하면서 느꼈던 감기와 허리 통증의 공통점을 이야기해봤습니다.

정리하면 감기와 허리 통증은 흔하고 대부분은 저절로 낫지만, 악화되어 큰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조심하자는 내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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