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남수 Jun 05. 2022

빗소리에

새벽, 토닥이는 빗소리가 너무 반가워 창을 열어보았다. 극심한 봄 가뭄에 농작물이 타들어 간다는 뉴스에 걱정도 컸지만, 밀양의 산을 시커멓게 태우고도 아직 남아있을 불씨들이 큰 걱정이었기 때문이다.

불이 난 지점은 고향 동네의 앞 강을 건너고 철길을 넘은 부북면 안인리 쪽을 태우며 확산되어 내가 신작로를 걸어서 다닌 상동초등학교 맞은편 산까지 휩쓴 모양이다. 속수무책 바라만 보며 고향이 타들어 가는 듯 속이 탔다.      

닷새째인 어제 아침, 밀양에 사는 제부는 산불 현장에 있다고 했다. 잔불 끄는 일에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선 모양이었다. 제부와의 통화가 이어졌다 끊어졌다 했다. 물 한 바가지라도 거들고 싶은 마음을 담아 조심히 불 잘 끄고 내려오라고 했다.     

이렇게 산이 타고, 사람이 동동거리는 동안, 주변의 농가 가축들이 심각한 상황이 되었다는 프레시안 기사를 본다.


산불 현장 인근 축사에서 150여 마리의 소를 키우는 분은 산이 타고 있으니 자신의 고통과 피해는 말을 꺼내기도 어려웠다고 했다. 소들이 놀라서 울고 서로 발길질하고 사료를 먹지 않으며 설사와 탈수 증세를 보이는 등 심각한 상황이었다. 임신한 소들의 유산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사람처럼 마스크도 쓰지 못하고, 피신도 못한 채 고스란히 연기를 들이마셔야 하는 데다, 머리 위를 날아다니는 헬기의 소음에 불안한 말 못 하는 짐승들이다. 소는 청각이 발달해 소음을 훨씬 트게 느낀다고 한다.

불길이 숲을 집어삼키는 동안 그 산에 또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죽어갔을지…     

다행히 밀양에도 비가 오는 모양이다.

잔불 씨 하나 남기지 않도록 듬뿍 내려주소서, 하늘에 비는 아침이다.



작가의 이전글 백내장과 안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