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삶이여행

석가모니의 수행공간, 제따와나

춘천 제따와나 선원 알아보기

by 생각쏟기


다운로드 (21).jpeg 춘천 제따와나 건물의 정면도 (전면입면도)



한국에 다녀왔습니다.

한땐 계속 비가 내리고, 그러고선 다시 폭염이 거리를 달구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오랜만에 찾은 한국이라 계획했던 혹은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려고 노력했네요.


이번 한국행은 제겐 여러 의미가 있었는데, 그중의 하나는 '템플스테이'였습니다.

조용한 사찰에서 마음을 정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시작이었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니 의외로 꽤 많은 사찰경험코스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자리가 찼거나 시간이 맞지 않는 경우들이더군요. 결국엔 친형님이 추천을 하고 예약해 준 이름부터 색다른 '제따와나선원'의 2박 3일 코스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템플스테이는 사찰관람, 사찰생활체험, 휴식을 위한 시간, 수행을 위한 프로그램등 다양한 종류들이 있으며 찾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냥 조용한 공간에서 혼자 사색을 하는 것을 목표로 생각했는데, 형님이 그냥 '알아서' 예약을 해주는 덕분에 '초심자수행코스'에 참가해서 수행(修行)이란 새로운 체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경험하면서 느꼈지만 일반적인 템플스테이와는 좀 다른 성격이더군요.)


춘천에 위치한 '제따와나 Jetavana 선원'은 일종의 수행을 위한 공간으로 싯다르타의 초기 수행방법과 말씀을 전달하려는 곳입니다. 불교도 많은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되어 왔는데요, 개인적으론 우리가 많이 들었던 대승불교와 소승불교의 개념을 이번에 제대로 알게 되었네요. 전 중국에 꽤 오래 거주하고 있었지만 중국 불교가 대부분 대승불교라는 사실을 이번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실을 별 신경 안 쓰고 살았거든요.) 어쨌든 이것이 한반도를 거처 일본으로 전파되었다는 것은 많이들 아는 역사죠. 그러다 보니 '초기불교' 즉 '상좌불교'라 불리는 부처님의 초기 불교 모습은 오히려 동남아 쪽 불교가 원형에 가깝게 남아있다고 합니다.


최근 초기불교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는데 미얀마나 태국 등의 동남아에서 불교공부를 하셨던 분들이 귀국하여 초기불교를 전파하고 계속 정진하고 계십니다. 다행히도 불교는 다소 다른 형태로 발전하였더라도 그 뿌리와 근본사상인 '사성제'라는 불교의 기본적 교리를 동일시하기에 서로 크게 대립을 하진 않는 모양입니다.


제따와나선원(www.jetavana.net)에 대해 잠시 설명을 하면, 이곳은 대한불교조계종 산하이며 본원은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 있고, 춘천에 수행을 위한 선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선 이곳의 건물 모습이 참 신선합니다. 우리가 흔히 보던 사찰과는 매우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데요.


인도 북부의 우타르프라데시주(州) 사바티 외곽에 가면 제따와나라는 곳이 있습니다. 이곳은 2600년 전 석가모니가 제자들과 55세부터 78세까지 24년을 머물며 18 안거를 보냈다는 곳으로 기원정사(祇園精舍, 기수급고독원정사)로 불리기도 합니다.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이룬 뒤 오래 머문 곳이기에, 부처님의 자취가 가장 많이 남아 있는 사원입니다. 바로 이곳을 모티브로 파키스탄에서 약 30만 장의 벽돌을 공수해서 지금과 같이 지었다고 합니다. 초기불교의 개념을 이어받고자 공간에도 매우 많은 신경을 썼다는 느낌입니다. 제따와나 Jetavana라는 말은 산스크리트어로 '제따 왕자의 숲'이라는 뜻이며 한자로 앞서 언급한 기원정사라고 표현한다고 합니다.


363fff39-7688-4c40-b0b3-5c84409eabf7_pilgrimage-to-jetavana-monastery-lucknow-to-shravasti-day-trip-large.jpg 인도 북부에 있는 제따와나(기원성사)의 모습


초기 불교를 접하다 보면 생소한 언어를 접하게 됩니다. 팔리(Pali)어라 불리는 언어인데, 부처님 당시 사용하던 언어라고 하네요. 인도 북동부 마가다 지방에서 쓰던 '마가다어'가 부처님이 쓰시던 언어라고 하는데 상좌불교에서는 이 팔리어가 마가다어라고 주장을 한다고 합니다. 그냥 산스크리트어가 불교의 초기 언어인 줄 알았는데, 산스크리트어는 당시에도 일상적 언어라고 보기보단 의례를 행하거나, 경전 또는 학자들의 언어였다고 합니다. 팔리어가 오히려 대중들과 소통되던 언어라고 합니다. 초기불교를 이야기하시는 분들은 팔리어로 경전이나 용어들을 설명하기에 처음엔 좀 낯설을 수 있죠.


우리가 흔히 접하는 불교와 관련된 공간은 사찰이 일반적입니다.

대부분 사찰의 전통적인 모습으로는 기와를 얹은 박공지붕에 대부분이 비슷한 배치와 구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곳은 그런 평범함을 버렸기에 더욱 흥미를 끄는 듯합니다. 콘크리트 구조에 평지붕, 그리고 공수한 붉은 벽돌로 마감을 하였고, 각 공간들이 네모지게 만들어져 한국에서는 보기 어려운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법당에 들어 부처님을 보지 않고서는 이곳이 박물관인지 미술관인지 아니면 어디 수련원인지 잘 알 수 없습니다. 관심을 가지고 지어진 배경과 내용을 듣다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그러한 곳이죠.


그럼에도 개인적으론 잠시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공간이란 모름지기 그 지역의 환경에 따라서 발전하기 마련인데, 인도 북동부의 건축물의 모양을 그대로 옮겨놓으려는 시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많은 관심은 받겠지만 과연 우리 환경에 맞는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 정신(?)을 이어받는다는 대의를 잠깐 놓아놓고 건축적 해석으로만 본다면 조금 아쉬운 면도 있다고 보입니다. 부분적으로나마 좀 더 획기적인 변화를 줄 수는 없었을까? 이 건물을 설계했던 임형남+노은주(가온건축) 님도 아마도 고민을 하지 않았을까... 추정은 해봅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지어진 건 분명 여러 의도가 있긴 하겠죠. 그냥 건축설계를 해 온 사람으로서의 개인적인 사유입니다. 어쩌면 저의 이해의 부족에서 나오는 생각일 수도 있고요.


2박 3일이란 시간을 이 공간에서 지내봤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이 공간을 직접 걸어보니 각각의 공간마다 느끼는 감성이 좋았습니다. 들어올 때 핸드폰을 맡겨야 했기에 새벽 사진을 못 찍은 게 너무 아쉽더군요. 검색을 통해 비슷한 감성이 있는 사진을 올려봅니다.


축소-제따와나선원(photo_by_kim_yong_kwan)-005.jpg
축소-제따와나선원(photo_by_kim_yong_kwan)-002.jpg


가람(伽藍) 배치라고 해서 사찰의 배치를 예부터 연구한 자료들이 꽤 있습니다.

그중에 평지가 아닌 산지에 지은 사찰들은 산지의 형태를 그대로 이어받는 경우가 많이 있죠.

여기 제따와나는 크게 세 부분의 단으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입구의 일주문에서 종무처건물과 숙소가 있는 건물들을 지나면 스님들 처소 및 탑의 형태를 보여주는 금빛 조형물이 보이고 다시 계단을 올라가면 중심이 되는 법당에 오르게 되죠. 위에서 보이는 사진처럼 우측엔 경사로를 두어 조용히 걸을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놨습니다. 저희도 이 길을 따라서 '경행'이라고 걸으면서 수행하는 수업을 진행했었죠.

또한 배치의 축선(동선)을 의도적으로 대지의 높낮이에 따라 꺾은 형태를 볼 수 있습니다. 축선을 꺾은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궁금한데 딱히 설명하는 내용들을 아직 찾진 못했습니다. 다만 추정컨데, 불교에서의 정진이란 것이 하나의 선으로 쭉~ 진행되는 것이 아니듯 각 단계를 하나하나 밟아가는 의미라서 동선도 이와 같이 전개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464d8cd5a327.png 전체배치 구조를 보여주는 이미지 (인터넷수집이미지)


나름 큰 기대를 안고 시작한 나만의 템플스테이.

흔히 보는 산기슭의 고즈넉한 사찰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현대 불교의 흐름과 함께 초기불교라는 석가모니의 가르침의 원류를 탐구하는 이들의 연구들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불교엔 조금 관심이 있긴 했지만, 이렇게 가깝게 스님들과 이야기를 하고 '참선'의 수행방법을 듣고 실행하기는 처음이었죠.


일정 내내 '묵언'을 요구받습니다. 말을 많이 하면 사념이 많아지기에 단기간이지만 묵언수행으로 깊은 수행의 체험을 전하기 위해서죠. 실제로 해보니 좋았습니다. 평소에 우리가 참 말을 많이 하고 살았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주변의 말 잘하고 자신의 주장을 잘 설파하시는 분들이 오버랩되기도 했습니다.

나를 내려놓기, 이를 한자로 하심(下心)이라고 하는데.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실제 수행과정과 내용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선원의 내부공간도 깔끔했습니다.

군더더기 없는 심플한 공간이 꽤 낯설면서도 현대적인 차분한 느낌을 주어서 좋았네요. 법당에는 깔끔한 부처님을 모셔놨는데 이 디자인이 눈길을 계속 끌었습니다. 젊은 비구니 스님께 여쭤보니 작가의 스타일이 아니겠냐고 웃으면서 이야기하시던데, 그보다는 그러한 요구가 있지 않았을까를 먼저 떠올려 봅니다.


제따나와_01.png 법당 내부와 부처상의 모습


이곳의 전체 공간들 중에서 더욱 관심을 끌었던 곳은 석가모니 열반의 상을 모셔놓은 '열반당'이었습니다.

삼각형의 형태를 띤 평면이었는데 벽돌과 코르텐강을 사용했고, 중앙부에 꽤 큰 나무가 잘 자라 있으며 모서리 부분에 부처님 열반상을 모셔두었습니다.

공간의 열림과 닫힘, 그리고 공간을 이루는 벽들의 중첩된 처리등이 건축가의 고민흔적을 엿볼 수 있었네요. 일정동안 꽤 여러 번 이곳에 들러 홀로 사색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곳은 유난히 깨진 벽돌을 많이 보았는데요, 후에 자료들을 찾아보니 아마도 파키스탄에서 제작된 벽돌이 우리의 기후와 달라 내구성이 떨어진 모양입니다. 하지만 이곳을 책임지고 계시는 일묵스님은 그 또한 자연의 일부이니 그냥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제따나와_02.png 제따와나 선원의 열반당의 모습


형성된 것들은 소멸하기 마련인 법이다.
방일하지 말고 해야 할 바를 모두 성취하라.
- 부처님의 마지막 유훈 -

실제 석가모니는 누워서 돌아가셨다고 하네요. 그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았고요.

29살에 출가하여 35세에 깨달음을 얻고 80살에 돌아가셨다고 하는데, 이 분이 참 다이내믹한 삶을 살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선택의 하나하나가 쉽지 않았겠죠.

지금 이 시대에도 수많은 이들이 깨달음을 얻고자 출가하여 수행을 하고 있습니다. 자신을 위해, 혹은 이 세상의 모든 중생을 위해 더 나은 삶을 향한 도전은 그 자체만으로 성스러운 행위이겠죠.


IMG_7536.JPEG


스님들이 참 공부를 많이 하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일생을 참 진리를 깨닫기 위해 수행하고 공부를 하는데, 이제부터는 좀 더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듯싶습니다. 최근 들어 불교가 젊은 세대들에게 가깝게 다가가고 있다고 합니다. 얼마 전 뉴스를 보니 동해 낙산사에서는 서핑과 템플스테이를 결합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하더군요. 이런 모습들이 참 보기 좋습니다. 물질이 급속히 발달하는 이 시대에 우리의 정신도 함께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세상의 근심들은 결국 나의 마음을 산물이니 떠오르는 생각들을 잘라내고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한번 경험하는 것이 어떨까요?

제따나와는 매달 초심자 프로그램을 운영하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연락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글을 어느 꼭지에 넣을까 고민이 되더군요.

제가 좋아하는 공간마케팅에 넣어봤습니다.

어떤 관점으로는 사람들에게 발견되고 인식되는 관점으로는 이렇게 새롭게 정의된 수련원이자 사찰의 모습이 그 가치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죠. 더불어 이야기 즉 서사적 관점으로서 사람들에게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가치가 있기에 비영리적인 공간이지만 충분히 공간마케팅적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봅니다.



[후에 덧붙이는 글]

글들을 정리하면서 다시 새로운 매거진을 추가했습니다.

'삶이 여행'이라는 매거진을 새로 만들어 세상 돌아다니며 쓰는 글들은 이 곳에 따로 담으려 합니다.

글을 쓸때는 딱히 마땅치 않아 공간마케팅에 넣었는데, 이젠 이런 고민 덜 해도 되겠네요. ^^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