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하면서 느끼는 것들

내게 진짜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by 생각쏟기

끌차의 무게는 점차 무거워져야 할까?



이사를 했습니다.

같은 단지의 옆동으로 옮겼죠.

16년이 넘는 기간 동안 묵혀왔던 여러 잡동사니들이 다 끄집어내어 졌습니다. 참 많이도 있더군요. 생전 보지도 못했던 기억도 없는 물건들이 포장지를 그대로 안은 채로 밖으로 나왔습니다.

'이걸 누가 산 거지?'

알 수도 없었지만, '이게 필요할까?'라는 판단에선 '어딘가 쓰일 데가 있을 거 같은데?'라는 판단으로 종이박스에 들어갑니다. 그렇게 하나 둘 박스가 늘어가면서 박스의 개수가 모자랄 듯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다행히도 며칠에 걸쳐 책장의 책들을 옮긴 터라 부담이 많이 줄었습니다.

오늘로써 이사를 하기 시작한 지 벌써 3일째.

큰 짐은 옮겼으니 이젠 별로 없어...라는 짧은 생각은 금세 잘 못 되었음을 알게 됩니다.

끊임없이 이어져 나오는 물건들을 보고 있으니 소유의 개념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더군요.


이참에 '미니멀리즘의 삶'을 한번 추구해 볼까나?


예전 극도의 미니멀리즘의 삶을 사는 이들을 비춰보는 다큐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이들의 삶을 엿보면서 멋지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죠. 그렇게 자신의 신념을 생활 속에 녹아내리면서 산다는 것이 대단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오래가진 않더군요.

어느샌가 이런저런 필요하다 여겨지는 것들을 타오바오에서 주문하고 있는 제 자신을 보게 되니 말입니다.


이사를 며칠을 더 걸려 끝마치고서는 제 관심은 내내 타오바오(참고: 타오바오는 중국의 인터넷쇼핑 마켓)로 향해 있었습니다. 새로운 집의 환경에 맞춰서 이런저런 필요한 것들을 구매하기 시작했죠.

이것도 필요하고, 저것도 필요하고......

아마도 이 시기가 타오바오를 이용한 기간 중에 가장 많은 지출을 한 시기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한순간에 고객등급이 올라갔으니 말이죠.


그렇게 구입한 것들을 챙겨놓고, 사용해 보면서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구입하지만, 정말 필요한 물건일까?

인터넷 마켓에는 정말 수많은 물건들이 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쓰임새들이 극히 한정적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편리함이란 게 무엇일까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부분입니다. 우린 편리함을 위해서 소비를 하는 경우가 많으니깐요.


'편리함을 위한 소비'

어쩌면 편리함을 위해서 소비를 정당화하는 것은 아닐까?

발 한딛음을 줄이기 위해, 한 번 일어서는 것을 줄이기 위해, 몸 한 번 움직이는 것을 줄이기 위해서 정말 다양한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우리는 당연한 듯 이를 소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움직이지 않으려는 노력과 더불어, 때론 건강을 위한다며 헬스장에서 집에서 열심히 운동을 하기도 하죠. 이게 우리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는 미니멀리즘의 삶이 일부의 지지를 받을 수 있나 봅니다.

하지만, 옷 한 벌로 몇 년을 보내고, 식기도 제대로 안 갖추고, 가구하나 없는 집에 살 수는 없어 보입니다. 일상생활에 신는 신발과 러닝 할 때 신는 신발이 달라야 하기도 하니깐요. 일할 때 사용하는 가방이 있듯이, 등산할 때 사용할 가방도 필요하니깐요.

......


미니멀리즘의 삶은 용기가 필요합니다.

타인의 시선에 강해지고, 자신의 움직임에 좀 더 능동적이어야 하기 때문이죠.

단순한 동경으로서의 삶에 앞서서, 철학과 행동의 습관이 필요한 개념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익숙해진다면 할 만하겠죠. 하지만, 이 또한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기에 타인을 배려한 '무소유'여야 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주장해 봅니다. 자신의 철학이 상대방에게 불편함을 준다면 너무 이기적인 태도일 수 있기 때문이겠죠.


더불어 사는 사회입니다.

끊임없이 사람들을 유혹하는 '게으름 소비'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그렇게 이를 소비하고 경제가 굴러가나 봅니다. 이번 타오바오에서 산 많은 것들에 대한 자기 안위가 될 수도 있겠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는 충분히 줄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보았습니다.

내가 조금만 더 부지런하겠다는 생각과 더 나아가 환경을 생각하는 의미를 부여해 본다면 말이죠.


세상을 살아가면서 내게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버려야 할 것과 간직해야 할 것들의 기준을 삼는 과정은 또 하나의 자기 성찰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삶을 돌이켜보고 스스로를 다시 바라봐야 하는 시간들이기도 하죠.

필요와 불필요의 관계는 개인의 철학이면서 삶을 바라보는 태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린 어디서도 이를 제대로 배워보거나 사색해 본적이 없어 보이네요.


고민한 시간이 많지 않아서,

그대로 가져온 짐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 참에 하나하나 비워내면서 집정리를 해야 할 듯 싶습니다.


잠깐이나마 이사를 통해서 제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봐서 이 글을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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