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을 정독하면서 드는 생각
상하이로 돌아오는 길, 공항 근처의 서점에 들러 여태껏 사본 책 중 가장 작은 책을 샀습니다.
짧은 비행기시간 읽기에 딱 좋은 사이즈며 두께네요.
법이란 게 으래 법공부하는 사람들이 죽어라고 외우던 거였죠.
그런데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의도치 않게 우리 국민들에게 강제적으로 학습된 것이 '헌법'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헌법내용을 한번 훑어볼까요?
제11조
①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제65조
①대통령ㆍ국무총리ㆍ국무위원ㆍ행정각부의 장ㆍ헌법재판소 재판관ㆍ법관ㆍ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ㆍ감사원장ㆍ감사위원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
②제1항의 탄핵소추는 국회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가 있어야 하며, 그 의결은 국회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다만,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국회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제70조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하며, 중임할 수 없다.
제71조 대통령이 궐위 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
제77조
①대통령은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
②계엄은 비상계엄과 경비계엄으로 한다.
③비상계엄이 선포된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영장제도, 언론ㆍ출판ㆍ집회ㆍ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
④계엄을 선포한 때에는 대통령은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하여야 한다.
⑤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
제82조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써 하며, 이 문서에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한다. 군사에 관한 것도 또한 같다.
제84조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
제88조
①국무회의는 정부의 권한에 속하는 중요한 정책을 심의한다.
②국무회의는 대통령ㆍ국무총리와 15인 이상 30인 이하의 국무위원으로 구성한다.
③대통령은 국무회의의 의장이 되고, 국무총리는 부의장이 된다.
제89조 다음 사항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5. 대통령의 긴급명령ㆍ긴급재정경제처분 및 명령 또는 계엄과 그 해제
제110조
④비상계엄하의 군사재판은 군인ㆍ군무원의 범죄나 군사에 관한 간첩죄의 경우와 초병ㆍ초소ㆍ유독음식물공급ㆍ포로에 관한 죄 중 법률이 정한 경우에 한하여 단심으로 할 수 있다. 다만, 사형을 선고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113조
①헌법재판소에서 법률의 위헌결정, 탄핵의 결정, 정당해산의 결정 또는 헌법소원에 관한 인용결정을 할 때에는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제128조
②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
유의미한 내용들을 한 번 뽑아봤습니다.
어떠신가요?
이 헌법의 내용들만 봐도 그동안 우리가 경험했던 기억들이 다시 재생되지 않나요?
학습하지 않아도 될 내용들이 이미 많이 학습되어 있단 느낌이네요.
아마도 전 세계에서 이 만큼이나 자국의 헌법에 대한 이해를 많이 하고 있는 국민들도 없을 듯싶습니다.
'법 없이도 산다' 는 말이 있듯이,
어쩌면 법을 모르고 살아야 잘 사는 게 아닌가 싶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대한민국의 사용설명서인 헌법을 제대로 알고 있어야 국민이 주인이 되는 제대로 된 나라에 살 수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참, 그러고 보면 한국인들은 제품 설명서를 잘 안 읽기로 유명하다는 말이 있던데요,
서점에서 헌법이 책으로 엮어져서 판매되고 있다는 것이 재미있는 현상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궁금하면 인터넷 검색해서 쉽게 찾아볼 수 있겠지만, 한 권의 책으로서 가슴에 품고 있다면 다른 의미가 되는 거겠죠. 잘못된 사용에 경각심을 가지고 제대로 된 나라 운영에 다 같이 관심을 가져야겠죠.
흐뭇함이 생겨 저도 한 권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비행 내내 찬찬히 읽어가며 몰랐던 내용도 알게 되고 알았던 내용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되었죠.
요 조그만 책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네요.
대한민국 사용설명서 '헌법'
제품 설명서 읽듯이, 다들 한번 정독을 해보길 권합니다.
헌법이라는게 저멀리 있는 법관들만 들여다보는 법전이 아닌 우리 나라의 설명서이기도 하니까요.
올린 헌법 내용 중에서 제128조의 내용은 대통령의 중임에 대한 내용입니다.
요새 이재명대통령이 국가운영을 잘한다면서 임기를 더 해야 한다는 이야기 하시는 분들이 계시던데, 헌법에서는 당시의 대통령은 헌법을 고쳐도 중임이 불가능하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럼 트럼프처럼 한 다리 건너서 뽑히면 할 수 있을까요? 헌법이 고쳐진다면 말이죠.
아직은 제대로 된 평가가 이르지만, 그래도 많이 노력하는 모습과 함께 성과가 나는 거 같아서 다행입니다. 끝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바랄 뿐이죠.
공교롭게도 제 생일이 헌법이 공포된 7월 17일과 같습니다.
예전엔 생일이 매번 휴일이었는데, 어느 순간 공휴일이 없어졌더군요. 다행히도 올해부터 다시 공휴일이 된다니... 뭐 전 상하이에 있어 별 영향도 없겠지만요.
헌법은 지금까지 여러번의 개정이 있었습니다.
합법적 불법적 개정이 있었다는데, 공부를 더 해봐야 헌법 개정의 이유를 알겠지만 뭐 거기까지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대신 대한민국의 헌법에 명명된 내용이 중국에 살고 있는 저에겐 좀 색다르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더군요.
예를 들어,
제12조
⑤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의 이유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고지받지 아니하고는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하지 아니한다.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자의 가족등 법률이 정하는 자에게는 그 이유와 일시ㆍ장소가 지체 없이 통지되어야 한다.
제18조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
제21조 ①모든 국민은 언론ㆍ출판의 자유와 집회ㆍ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제24조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
이런 내용들입니다.
중국에선 어디 잡혀가면 그냥 한동안 실종이 되어버리니, 휴대전화도 압수되고 유치장에 잡혀서 한참을 있다가 가족에게 연락이 가는 상황이라 참 많이들 황당해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마음에 안 들면 SNS 삭제하고, 시위도 제대로 못하죠. 일부를 제외하곤 선거권도 없고요.
나라 시스템이 다르니 그런가 보다 하지만, 이렇게 헌법의 내용을 차근차근 살펴보니 좀 더 다른 부분이 명확하게 보여지기도 합니다.
이 참에 중국 헌법을 꺼내서 한번 정독을 해봐야겠다는 욕심이 나는군요.
늦은 밤 책상에 올려진 작은 책을 쳐다보다 남기고 싶은 글이기에 적어 내려 봤습니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파이팅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