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열기와 소 키우기

대한민국의 최근 투자열기를 바라보며

by 생각쏟기

한국에 체류 중입니다.

이제 며칠 남지 않았네요.

그럼에도 잠시 짬을 내어 브런치에 글을 써봅니다.


매번 한국에 오면 뭘 하는지도 모르는데 시간은 빨리도 흘러갑니다.

주로 지인들을 만나는데 시간을 쓰죠. 사람들을 만나 사는 이야기를 듣자면 어느 정도 한국 사회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감을 잡게 됩니다. 덕분에 처음에 계획했던 지방으로의 여행은 이번에도 기회를 놓쳐버리게 되네요.

물리적인 여행을 하진 못해지만, 가족들과 조금 더 시간을 보내고 지인들과의 이야기를 나누는 감정을 교류하는 여행은 더 값진 가치를 줄 수 있겠다는 믿음을 지녀봅니다.


과히 투자열풍입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주식투자이야기들입니다. 저에게도 많이들 권합니다.

참고로 저는 꽤 오랜 시간 동안 투자라는 부분과는 담을 쌓고 살아왔습니다. 전문적인 견해를 지닌 분들이 주변에 좀 계셨지만, 그분들 눈에는 참 한심하고 설득되지 않는 고집불통으로 보였을지도 모르죠.

남모르는 이런저런 사연들이 있었지만, 그렇게 보였을 겁니다.

하지만, 제 나름 이번 한국행의 목적 중의 하나는 투자를 위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었죠. 그래서 금융 및 현물투자를 진행했습니다.


오늘 코스피가 6200을 훌쩍 넘긴 기사도 보입니다.

뉴스에서는 직장인들이 많이 모인 투자창구에는 대기표가 90명이 넘어섰다는 기사도 보이더군요. 이번 대한민국의 이런 바람은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구조를 바꾸려는 노력이기에 일시적인 투자바람과는 다르다는 이야기들이 주도적입니다. 부동산으로 흐르는 자금을 산업을 발전시키는 주식으로 유도한다는 개념이죠. 여러모로 참 긍정적인 현상으로 보입니다. 제대로만 흘러간다면요.


얼마 전 상하이에서 아침모임에 '부자로 죽는 법'이라는 내용으로 발표를 해 주신 분이 계셨습니다. 오랫동안 투자를 연구하고 발표를 해주시는 금융전문가시죠. 이 분이 말씀 중에 한 유명 자산가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이 분은 천억 대 재산을 일군 분인데 최근 투자 관련 책도 내시고 젊은 분들에게는 많은 영향을 미치고 계시죠. 그런데 이 분이 하신 말씀 중에 본인이 과거에 투자에 대해서 지금 아는 만큼이었다면 사업을 하진 않았을 것이라는 말을 하셨다네요. 이런 관점으로 누구든지 지금이라도 복리의 마법을 받아들이고 빠른 시간에 투자에 눈을 뜨라는 좋은 말씀이죠.


그런데 전 이 말을 듣고 딴지를 걸었습니다.


"그럼 소는 누가 키우죠? "


모두가 자본시장으로만 몰리면, 누가 현실의 생산과 서비스와 현장을 떠받칠까?


예전 한 프로그램에서였죠. 세명의 30 초반쯤으로 보이는 분들이 강남의 어느 오피스텔을 잡아서 24시간 돌아가며 코인을 단타매매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해외의 시장파악을 위해서 쪽잠을 자면서 하루 종일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직장도 그만두고 그렇게 '파이어족'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노력하더군요.


꿈을 갖고 노력하는 모습이........... 왜 제겐 안타깝게 보였을까요?


그 장면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습니다.

‘일’이란 무엇일까?

돈을 버는 방식이 삶의 형태를 어디까지 바꿔도 되는 걸까?

한 동안 이 질문에 답을 찾으면서, 나름의 정리를 좀 해봤습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일이라는 행위를 통해서 우리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재화를 얻게 되지만, 그 행위는 사회라는 공동체 속에서 타인과의 관계 맺음의 중요한 한 부분이라는 생각입니다. 우리는 일을 통해 사회를 배우고, 타인을 경험하며,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죠. 일은 돈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인생학교입니다.


그러하기에 젊은 날의 그 소중한 시간. 물론 일에 따라서 얻는 수익과 힘듦이 다를지언정, 그렇게 우린 일을 통해 삶을 배우는게 아닐까 하는 거죠. 월급과 연봉만을 얻기 위해서 일을 하는 거라고 단정 짓기에는 그 시간과 과정 속에서의 배움의 가치는 적지 않다는 겁니다. 잠시 용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도 그러하다고 볼 수 있죠.


삶에서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어떤 태도로 주어진 시간을 받아들이는가는 그 시간이 주는 가치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입니다.


요즘엔 대학가에서 사회과학책을 두고 토론하기보다는 통장에 더 많은 돈을 채우기 위한 투자공부 모임이 더 활발하다는 말도 들립니다. 이런 현상이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모든 학부모들이 자신의 자녀들이 의사가 되길 바라고, 안정적인 삶을 살기를 바라고, 리스크를 줄이는 인생을 살기를 바라는 것이 사회적인 풍토인데 대학에 가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걸로 느껴집니다. 참 많은 이들이 어려서부터 금융투자를 배워서 복리의 마법을 빨리 이해하고 실행하기를 바라는 사회입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제 아이가 건강하고 금전적 어려움을 덜 겪고, 험한 꼴을 안 보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세상을 좀 더 깊고 넓게 이해하고 좀 더 빠른 시간에 세상을 살아가는 통찰을 얻으면 더 좋을 듯싶습니다. 그런데 그 통찰이란 것은 안정적인 삶을 살아서만은 결코 얻을 수 없는 것을 알기에, 좀 더 부딪치고 실패하며 극복할 수 있는 인내와 용기를 갖길 바라며, 그 긴 시간을 이겨낼 건강과 체력을, 또한 쓰러졌을 때 일으켜 세워줄 주변의 관계를 만들어가길 바랍니다.


얼마 전 중국의 로봇회사를 방문한 적이 있었죠.

93년생이 사장이라고 합니다. 2023년도 하반기에 회사를 세웠는데 작년 말 평가액이 한국돈으로 8조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희귀한 사례이기도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들으니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떠올랐습니다. 도서관에서 그 많은 시간을 머리를 숙여 의사가 되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하는 청년들.

오로지 안정적인 삶을 인생의 목표로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으로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과연 맞을까?

주식으로서 가치 있는 회사를 고르는 안목은 생길지언정 스스로 가치 있는 회사를 일구어내는 그 현장에 있지 못함이 과연 나은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누군가가 그 역할을 하겠지...라는 말들을 하는 분들에게 왜 당신은 아니고, 당신의 자녀는 아닌가?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한 번뿐인 인생. 평범하고 무난하게 살아가는 것이 인생의 목표라면 할 말이 따로 없죠. 언젠가 유명을 달리한 한 정치가의 연설에서처럼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평범하게 살아가라는 어머님의 말씀. 그렇게 따르지 않은 그는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인물로서 남아 있는 걸까요?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을 무게로 달아 평가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하나만을 위해 산 인생과 남들을 위해 산 인생은 다를 듯싶습니다. 에너지가 다르고 높이가 다르고 그릇이 다릅니다. 그래서 끼치는 영향력이 다릅니다. 그 영향력은 공간으로 확장되고 시간으로 지속됩니다.


소를 누가 키워야 하는가...라는 우스개 소리로 시작한 이야기지만,

이 사회가 좀 더 진보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도전하고 모험하는 그런 열정이 서로 부딪히고 경쟁하는 그런 사회가 되길 소망한다면 세상모르는 소리라고, 너는 노후가 준비가 잘 되어있냐고 공격을 받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내면에서 울리는 저의 이런 관점의 생각들은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영리한 안정적 투자는 환영할 만 하지만, 결국 사회적 발전은 어느 누군가의 일에 대한 열정으로 굴러가는 게 아닐까요?


"그럼, 소는 누가 키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