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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쏟기 Aug 15. 2023

영어교육을 하지 말라고 했더니...

중국의 영어교육현장

시진핑정부는 2021년 예체능 외의 교과과정의 사교육을 전면 중지하라는 정책을 갑자기 발표합니다.

일명 "双减政策“suangjian 정책이라고 하죠.

두 가지를 줄이겠다는 이야기인데, 하나는 학생들의 숙제이며, 나머지 하나는 학교 외에서 행해지는 각종 보충 학습의 부담을 이야기합니다.

실제로 이 두개는 중국의 큰 문제이기도 했습니다. 초등학생들이 과제를 위해 밤 늦게까지 잠을 못자는 경우가 허다했고, 늘상 부모들은 아이를 잘 봐달라고 선생님들에게 촌지를 받쳐야 하는 상황이었죠. 보습학원 역시 큰 사회문제이기도 하죠.


정책이 발표됐고 이에 따라서 사교육시장의 선두를 달리던 신동팡이라는 회사는 매출감소의 강구책으로 과외선생님들이 방송에서 농수산물을 파는 이상한 상황도 벌어졌죠. (의외의 상황으로 선생님들이 생방송으로 물건을 팔면서 역사와 영어이야기를 같이해서 꽤 핫한 반응을 이끌어 내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정부의 정책변화로 인해 난무하던 사교육시장은 엄청난 혼란을 맞게 됩니다.

사교육 강의실로 이용되던 건물은 이제는 텅텅 비어 있다 못해 제가 다 걱정이 될 정도로 을씨년스러운 모습입니다. (아래 이미지 참고)

각종 학원공간으로 활용되다 텅텅 비어 있는 건물내부


앞서 제가 썼던 인문학 관련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그렇다고 해서 사교육시장이 사라지거나 축소되지는 않죠.

오히려 암암리에 새로운 사교육시장이 형성되며 비용은 높아지고 일부 경제력이 있는 가정에서만 혜택을 볼 수밖에 없습니다.


저희 집 근처에는 창고 등을 개조해서 상업공간으로 쓰는 곳이 있습니다.

이곳에 사무실이나 다양한 업종들이 들어서고 있는데, 그중 중요한 업종 중의 하나가 '강습'입니다.

태권도, 공수도, 발레, 미술, 음악, 농구, 서예 등등 종류도 참 다양합니다.

특히나 그쪽을 거닐다 보면 꽤 큰 공간에 농구강습이 이뤄지고 있는 것을 보게 되는데요, 의외로 많은 어린 학생들이 강습을 받고 있어 의아해한 적이 있습니다. 나중 이야기들 들어보니 새로운 정책(双减政策)을 펼치면서 학생들 운동평가가 이뤄지게 되고, 이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고자 이렇게 강습학원에서 연습을 한다고 하네요. 농구뿐만 아니라, 배드민턴, 탁구... 등등 여러 종류를 개인이 선택해서 평가를 받는다고 하니, 과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습니다. 

농구강습을 받는 학생들




얼마 전에 아이가 주니어 토플을 시험 본다고 해서 시험장에 아이엄마랑 같이 갔습니다. 

제 아이는 현재 국제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이제는 영어실력이 매우 훌륭하죠.  그럼에도 애 엄마는 아이 실력이 궁금했는지 시험을 쳐보려고 등록을 했습니다. 

시험장에 도착할 즈음 여기저기 엉켜있는 차들을 보니 열기를 느낄 수 있더군요. 

초등학교 2학년이나 됐을까 하는 아이들과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부모손에 이끌려 시험을 치러 많이들 왔습니다. 근데 적어도 이 시험을 치르려면 어느 정도 준비를 해야 할터인데, 아마도 전문 학원들이 꽤 있는 모양이죠. 공식적으로는 외부 학습을 불허한다지만, 간판만 내걸지 않았을 뿐 여전히 영어교육은 많이들 시키고 있습니다. 그 덕에 비용은 더 비싸졌고 이런 정보를 주고받는 네트워크가 따로 생기고 있죠.

상해의 주니어 토플 시험장 모습


아이엄마의 말을 빌리면, 이 시험을 보통 한두 번 보는 게 아니라고 하네요. 

많은 부모들이 시험 있을 때마다 아이를 시험에 참여시키는 경우가 많으며, 여기서 얻은 점수는 영미권에 조기유학을 시키거나 할 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고, 국내학교의 분반이나 기타 등등에 쓰이는 모양입니다. 


이게 뭐 하는 걸까요?

전 정말 이런 상황이 좀 어이없기도 하고, 한국도 겪긴 했지만 적어도 교육에 있어서는 양보가 없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자기 아이만큼은 '더 나은 더 좋은 교육'을 시키고 싶은 마음은 모든 부모의 마음일 테니깐요.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더 나은 더 좋은 교육'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이 먼저 일 것입니다. 


실은 저도 이런 생각으로 아이엄마와 대화를 시도하지만, 

결과는 잘 안됩니다. 

엄마들은 아빠들과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모양입니다. 

지금 와서 보면 솔직히 무엇이 옳은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옳은 방향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고요. 

어떤 판단과 방향을 제시했을 땐 그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하는데, 여러 여건의 핑계가 생기면서 아이한테 더 많은 걸 투자하기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저보단 더 많은 행동을 하는 아이엄마의 의견을 대체적으로 따르는 편입니다. 


다행히도 아이의 시험결과는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아니 아이엄마가 매우 만족스러워하니 다행입니다. 

당분간 집안의 평화가 찾아오겠죠. 


오늘도 이렇게 행동 않는 아빠의 투정 어린 교육관에 대해 주절거려 봤습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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