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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쏟기 Aug 01. 2023

2년 치 일뭉치, 갑자기 사라졌다.

해킹당한 충격을 떠올리며...

I have some bad news for you.


평소와는 달리 조금 늦은 출근, 

먼저 출근한 직원은 오늘 웹서버(NAS)에 파일이 안 보인다고 하길래.

'그럴리가~' 라고 중얼거리며 컴퓨터를 켰다.


근데 웬걸... 나 역시 보이지 않은 파일들에 당혹감이 느껴졌고,

그중 못 보던 확장자 TXT를 가진 파일이 있어 열어봤다.


그렇게 열어본 파일엔 

I have some bad news for you.

To get your files back, you need to email us at : 

...................


해킹을 당한 것이었다.




최근 인터넷을 사용하다 보면 비밀번호를 다르게 설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생깁니다. 

점차 해킹이 잦아지다 보니 비밀번호를 각 사이트마다 갱신하라는 요구들을 접하게 되죠. 그러다 무심결에 설정했다가는 나중에 생각이 나지 않아 낭패를 보곤 합니다. 그래서 브라우저의 아이디와 비번을 저장하는 기능을 사용합니다. 매우 편리하지만, 종종 노출되었다는 표시가 뜨기도 해서 꺼림칙함을 늘 지니고 있었네요. 


추측건대 아마도 이런 기능들에 남겨놨던 비번이 노출되어 이런 사태가 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해킹을 당한 지 한 달 여가 지난 상황입니다.

지금은 많이 진정되었지만, 돌이켜봐도 그날의 충격은 여전히 남아있네요.


갑자기 벌어진 이 황당한 사건을 겪으면서,

자료가 가진 의미와 가치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 많은 자료들을 파일로 저장하고 있죠.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가는 파일들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성격이 꼼꼼하고 평소에 체계적인 성격인 분들은 이런 컴퓨터 파일도 참 잘 정리하시던데, 전 항상 어수선합니다. 

지금 제 PC의 컴퓨터 바탕화면만 봐도 온갖 파일들이 너저분하게 펼쳐있네요.

종종 유튜브에서 파일을 정리하는 설명을 듣고는 실천을 해보지만, 매번 그때뿐인 거 같습니다.

워낙 파일의 종류도 다양하고 머릿속에서 펼쳐놓고 일하는 것이 많아서 일수도 있겠죠.


생각해 보건대,

결국 파일의 종류와 양보다는 내 머릿속을 정리하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보입니다. 


언젠간 쓰겠지...

꼭 찾을 땐 안 보이는 자료들.


"활용을 생각하지 않는 축적은 쓰레기일 뿐이다."


알면서도 잘 지켜지지 않습니다. 

이번 갑자기 날아간 나의 일뭉텅이들을 떠올리며, 

한 달이 지난 지금 여전히 별 탈 없이 일을 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바라보며, 

아직도 많은 데이터저장장치에 남아있는 자료들을 다시금 생각해 봅니다. 

데이터 다이어트를 시작해야 할 시점입니다. 




해킹을 이야기하다 보니 과거의 한 사건이 떠오릅니다.


와이프가 한 회사에 출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어느 날.

토요일 근처 도시로 출장을 가야 할 일이 생겨 전날 일찍 잠에 들었습니다.

아침 6시가 조금 넘은 시간 거실에 놓았던 핸드폰에서 자꾸 메시지가 왔다는 신호음이 들렸습니다. 곤히 잠든 와이프를 뒤로하고 제가 먼저 확인을 했는데, 중국어로 된 몇 개의 메시지가 와 있더군요. 자세히 읽지 않고 그냥 스팸이 왔나 보다 하고 무시하고 씻으러 들어갔는데 곧 뒤이어 일어나 메시지를 확인하던 와이프의 비명소리를 들었습니다. 


해킹을 당한 것이었죠.

아이폰을 쓰고 있었는데, 애플 계정이 노출되어서 연결된 모든 디바이스에 접근을 할 수 없게 된 것이었습니다.

아이폰과 맥북에 같은 계정을 사용했고, 모든 게 막혀버린 거죠.

다시금 메시지를 자세히 읽어보니 계정을 다시 사용하려면 연락하라는 메시지였습니다.


처음엔 무시하고 애플샵을 몇 군데 돌면서 해결방법을 찾았지만,

개인 계정의 문제라 도와줄 수 없다는 답변이었고

당장 출장을 가야 했던, 이제 막 회사를 바꾼 와이프는 완전 멘붕에 빠져버렸죠.

결국 그날 출장은 못 갔고, 도움을 주고자 제가 그 해커랑 연락을 취했습니다.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긴 표식을 하나 주더군요.

아이폰 종류에 따라, 맥북의 종류에 따라서 비용이 달리 책정된 하나의 가격표였습니다. 

그러면서 덧붙인 말은, 자신들은 신용을 중시하기 때문에 비용만 지불하면 바로 계정 풀어준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비용을 지불했고, 그들의 말처럼 '신용'은 지키더군요.


그렇게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략 그 당시 비용으로 1500위안 (약 27만 원) 정도를 치르면서 그 일은 일단락되었고 새로운 회사의 신고식을 한번 호되게 치렀습니다.

당시 본인의 스트레스와 회사의 압박으로 바로 퇴사를 하려 했던 와이프를 제가 어르고 달랬고,  와이프는 그 사건 이후 지금까지 잘 다니고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흔히 쓰는 이메일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애플 계정에 같이 사용했다가 우연히 얻어걸린 걸로 여겨집니다. 상대적으로 쉬운 이메일 비번이 해킹당한 것이겠죠. 이 사건으로 인해 저 또한 계정을 중요성을 다시 인지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나마 이 정도 비용에서 처리된 것이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더 큰 비용을 요구했다면 포기했을 수도 있었겠죠. 아마도 해커 본인들도 다년간의 경험을 통해 딱 '적정가격'을 산출해 냈을 것입니다. 

그래야 영업을 계속할 수 있으니깐요.


'정말 나쁜 넘들.....'


영화에서만 보면 해킹이 흥미진진하고 악당을 혼내주기도 하고 그렇지만, 현실에서의 해커들은 도둑질을 통해 사람들을 괴롭히는 '사회악'입니다. 몸을 움직여서 훔치는 도둑질이 아닌 랜선을 통해 자판과 화면을 통해서 하는 짓이니 행위의 그릇됨을 잘 못 느낄 수도 있겠지만, 세상이 바뀌고 가치를 지닌 내용들이 달라지기에 이들이 하는 행위는 철저히 책임을 물어야 하는 범죄입니다.





다행히도 저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업무 관련 자료들을 모아서 다시 구성은 해 놨습니다.

물론 전체의 일부분에 불과하겠지만,

아주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어서 감사하게 생각하려 합니다.


이번엔 해커와의 소통 없이 그냥 데이터를 포기했습니다.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와이프가 겪었던 '신용'있는 집단과는 다른 상황으로 판단했기 때문이죠.


컴퓨터 보안에  다들 각별히 신경을 쓰셔야겠습니다. 


'개인정보는 공공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요새 여기저기 개인정보들이 새어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들을 단순히 개인의 부주의로 이야기하는 단계는 넘어섰다고 보입니다. 점점 더 발달된 해킹 방법들이 개발되고 사용되기에 개인의 역량과 주의로는 이 그물망을 벗어나긴 힘들죠. 아예 문명을 포기한다면 모르겠지만요.


어쨌든 해킹의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이 감당해야 하기에,

스스로 좀 더 주의해야 하는 방법밖에는 없겠네요.

어쩌면 기술의 발전과 편리에 따른 '대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오늘도 '보안'에 유념하면서 하루를 시작하려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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