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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쏟기 Jul 09. 2023

'사람이야기'를 기다리는 중국영화  

중국영화 '八角笼中' 감상후기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다는 게 참 드문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더군다나 중국에 살면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은 한국인 입장에서는 많지 않은 일이기도 하죠. 그것도 그렇지만 아마도 최근의 다양한 OTT서비스들로 인해 그 기회는 점차 줄어들 것입니다.


가끔씩 가족들을 따라 영화를 보러 갑니다.

최근엔 아이에 맞춰 아이들 좋아하는 영화에 따라다니기도 하죠. 모두 마누라가 설정을 합니다. 전 그렇게 따라갈 뿐이죠. 

오늘도 갑자기 영화 보자는 마누라의 의견에 정말 느닷없이 외출을 했습니다. 

집 근처에 쇼핑몰이 하나 생겨서(CGV극장이 있음) 집 앞 마실 나가는 느낌으로 그냥 졸졸 따라갔습니다. 

영화관 앞에 가서야 우리 보는 영화가 무엇이냐고 물어봤습니다. 


뭐라고 하긴 했는데 당시엔 별 기억이 없었던 걸로 봐서는 저도 진짜 별 관심 없이 따라가긴 했나 보네요.

그렇게 별 기대 없이 따라간 영화관에 웬일로 사람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지인의 소개로 영화를 선택하는 비율이 높은 마누라의 상황이라 역시 인기 있는 영화였나 봅니다. 

(최근 영화관의 실적이 낮은 상황이라 걱정이 들만큼 매번 관람자들이 적었었죠.)


영화시작이 되고 나서 익숙한 배우가 나오고 영화 제목이 나오더군요. 


[ 八角笼中 ]    팔각링에서 

감독:왕바오창(王宝强)  주연: 왕바오창, 진영승(陈永胜), 스팽위안(史彭元)  

이 영화는 주인공 텅후이(腾辉)가 고아와 다름없는 아이들을 데려다 운동을 가르치고 격투기 챔피언이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내용입니다. 유명배우인 왕바오창(王宝强)이 직접 감독하고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로, 6년 동안 준비, 제작한 작품이라고 하네요. 


왕바오창은 중국 내에서는 아주 유명합니다. 

한국분들한테도 익숙한 배우인데, 얼마 전 와이프와의 이혼으로 떠들썩했던 인물 중의 하나죠. 뭐 안된이야기지만 국민 호구가 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만큼, 중국인들 술자리 안주가 되었던 인물입니다. 


영화가 시작되면서 큰 화면에 얼굴을 비추면서 시작하는데, 여기서 표정연기가 아주 압권이었습니다. 이 배우의 연기력이 물이 올랐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마도 아픈 사건들을 겪으면서 더 성숙해진 것이 아닐까 추론을 해봅니다. 근데 이 배우가 감독까지 했다는 걸 알고는 사람이 더 달라 보이더군요. 


중국에서는 최근 많은 영화들이 중국체제를 선전하거나, 중국이 최고라는 소위 '국뽕'영화들이 스크린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오랜만에 사람맛이 나는 영화를 본 거 같아, 감회가 새롭네요. 


중국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초창기 중국영화는 참 매력적이었습니다. 

인생, 붉은 수수밭, 홍등... 장이머우감독이 만들어내는 그 깊은 성찰과 영상미가 매력적이었고, 공리의 대륙적 여인의 아름다움에 잠시 빠져있기도 했었죠.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최근에 접하는 영화들은 정말 수준이하 작품들을 많이 나왔습니다. 아무래도 정치적 검열의 결과이기도 하겠죠. 


오늘 영화를 보면서 다시 느끼지만, 역시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다뤄야 감동을 주나 봅니다.

체제니 사상이니, 그런 거 접어두고 세상 어디나 사람 사는 이야기는 비슷하고, 어려움을 극복한 인간승리가 결국 우리들 가슴에 깊이 와닿는 거죠. 


'八角笼中바자오롱중'은 사천의 한 지역이야기입니다. 가난한 환경의 아이들은 고아와 다름없이 나쁜 짓을 하며 살아가고, 과거 훌륭한 실력의 주인공은 마음으로 이들을 거두어 운동을 가르치고 키우는데, 돈을 벌기 위해 과거 아이들을 격투장에 넣었던 영상이 세상에 나오면서 온갖 비난을 받고, 아이들은 다시 구렁텅이에 빠지게 됩니다. 다시 미디어의 도움으로 아이들을 도왔던 진심이 밝혀지면서 그중 한 명은 원했던 챔피언에 오른다는 이야기죠.  




여기서 몇 가지 짚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첫째, 왜 중국정부는 이런 아이들을 수용하지 못하였는가?

뭐 이런 문제가 나올 수 있어, 체제 선전이나 하는 영화들을 만들어 내겠죠. 자국의 시스템이 비판받는 영화는 별로 환영하지 않을 것입니다. 근데 어째 이런 영화도 나오긴 했네요. 게다가 최근 인기도 엄청 많다는 것이 놀라울 뿐입니다. (개봉 3일 차에 7 억인민폐, 1711만이 보았다고 합니다.)

요새 중국경기가 안 좋은데 헝그리 정신을 잊지 말아라... 뭐 그런 의미인가요? 

어쨌든 극장에 아이들을 데리고 같이 보는 부모들이 많이 보여서 좀 놀라웠습니다. 격투장면이 좀 폭적력 이긴 한데, 아이들과 같이 볼 수는 있더군요.


온갖 미디어에서는 화려한 중국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열일이었다면, 이젠 좀 더 제대로 자기를 되돌아보자 하는 그런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아직도 빈부차는 심하고 가난한 환경의 아이들이 많이 있죠. 


둘째, 미디어가 갖는 진실은 무엇인가?

이 영화는 근본적으로 미디어의 폐해를 이야기합니다. 아이들을 돕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불법 격투장에 아이들을 몰았지만, 이들에겐 이 방법밖에 없었고 이렇게나마 수익을 얻으며 생활할 수 있었지만, 결국 내면의 진실보다는 사회적인 시선에 발목이 잡혀 다시 모두들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유난히 눈물을 흘리는 장면들이 많이 보이는데요, 저 역시 요새 나이를 먹어서인지 눈물이 많아지네요. 

대중은 진실이 무엇인지 보다는 편중되는 관심에 더 쉽게 올라탑니다. 그러기에 진실은 쉽게 파묻히죠. 비난이 쉽고 흥미로울 수 있으니깐요.


셋째, 신파극을 넘어서는 스토리라인을 기대할 순 없을까?

전체 스토리는 아주 단순합니다. 

"없는 아이들을 키워 역경을 이겨내고 챔피언 자리에 오르게 만든다." 

이 스토리는 실화라고 합니다. 그래서 더욱 감동을 줄 순 있겠죠. 많이 각색이 된 듯 하지만, 우리는 진짜 이야기에 더 많은 감동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고 난 후, 조금은 진부적 스토리에 고개가 갸웃해지네요. 그리고, 이런 스토리가 아직 중국 대중들에게 먹힌다는 것이 재밌기도 하고요. 제 입장에서는 별 볼 것이 없는 극장가에서 나름 신박하고 연기력이 좋은 배우들의 작품을 볼 수 있었기에 그나마 만족하긴 하지만, 전체 스토리 라인은 별 감흥이 없습니다. 기억에 남는 것도 없을 것 같고요. 

중국 영화가 넘어야 할 내용들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방금 오래간만에 영화를 보고 생각나는 대로 적어봤습니다. 

종합예술인 영화는 참 많은 이야기들이 담기고, 교감을 할 수 있는 매체입니다. 

한국의 다양한 작품들이 세계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상을 받는 모습에 여기 중국에서도 많은 감동을 받습니다. 문화강국을 꿈꾸었던 백범선생의 희망이 제대로 이루어지는 모습을 보니깐요. 

중국에서 다양한 문화를 접하면서 오히려 한국의 장점이 더 부각되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팔은 안으로 굽으니깐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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